'BTS 팬 번역가' 활동하는 호주 한인 교사 "자부심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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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2021-12-07 17: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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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일보XJOB화점/도전하는 사람들] "BTS 팬 번역가입니다" 교사 김지예 씨

호주 아미(BTS팬클럽) 김지예씨는 BTS의 한류 열풍 중심에서 BTS 팬 번역가(fan translator)로 활동하고 있다. 호주에서 태어난 동포 2세인 김 씨의 본업은 5년차 고교 교사. 김 씨의 부모는 1988년에 시드니로 이민을 왔다.

‘팬 번역가’란 인터뷰, 가사, 프로그램 출연분량 등 좋아하는 연예인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해 해외 팬들에게 알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김지예 씨는 2017년 시드니 쿠도스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BTS 투어 콘서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BTS에 ‘입덕’ 하게 됐고, 한국어를 모르는 해외 팬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팬 번역가(fan translator)’라는 호칭이 생소한데.

“나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이긴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아마 BTS이전에도 해외에서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은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들이 빠르게 퍼지기도 하고, 그 타이틀이 시대와 딱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외국 팝 가수의 가사와 인터뷰를 해석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김 씨는 주로 트위터(@doyou__bangtan)에서 활동한다. 글자 수 제한이 있는 트위터에는 긴 글을 번역해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콘텐츠는 블로그에 올리고, 블로그 글 링크는 트위터에 다시 올려 공유한다. 가사, 인터뷰, BTS자체 콘텐츠 등을 번역해 해외팬들과 나누고 있다. 실시간으로 팬과 소통하는 인터넷 생방송이 있을 때는 동시번역도 진행한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신경 쓰는 점은?

“작업을 할 때 주로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해 용어 선택, 구문(syntax), 문장의 호흡이나 높낮이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흐름이나 강조가 필요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운(rhyme)이나 숙어, 구문, 또는 불분명한 대명사 등을 적절히 변형시켜 번역하려고 하는 편이다. 번역하는 사람마다 번역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받아들이는 팬들에게는 공부가 되기도 한다.”

해외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번역 계정을 운영하면서 팬들이 가사 번역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BTS의 노래 가사에는 본인들이 생각해온 철학과 스토리라인이 담겨있다. 철학을 공부한 방시혁PD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며 가사를 쓴다. 그래서 전 세계 아미들이 그 가사를 보고 위로받고 힘을 얻는 것이다. 특히 ‘화양연화’ 같은 앨범 프로듀싱을 살펴보면 ‘스토리 라인’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BTS만의 깊은 철학이 담긴 노래 가사들을 팬덤이 선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어려움은 없는지.

“번역을 하는 일 자체는 너무 재미있고, 나름 창작의 고통이 있다. 물질적인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해 올 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번역을 할 때 설명을 덧붙인 것을 보고 불만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다.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더 신중하고 지혜롭게 이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본업은 학교 교사…학생들과의 소통에 ‘팬 번역가’ 활동이 도움 돼
팬 번역 활동이 학생들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학교에서는 기독교 철학을 가르치고 교목(종교교사)도 겸한다. 이미 BTS팬인 학생들이 내가 번역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호감을 가지고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젊은 교사가 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건 학생들과 더 깊이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를 이해해 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해 주는 것 같다.

집에서도 처음에 내가 왜 BTS를 좋아하는지 부모님이 이해하지 못하셨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한국말도 늘었고 부모님과의 이야깃거리가 생기게 됐다. 집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자랑도 하시고, 멤버들 소개도 하신다. BTS를 통해서 한국이 알려지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알게 되니 뿌듯한 점도 있다. 흔히 말하는 ‘덕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 세대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팬 번역 하면서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는지.

“확실히 그렇다. 해외 팬들에게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 한국사람들의 마인드를 더 깊이 공부하게 됐다. 특히 형제 관계처럼 나이 차이에 따른 윗사람, 아랫사람 간의 관계를 이해하게 됐다. 우리 세대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BTS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예의를 지키며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문화적 요소를 해외 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내년에 이루고 싶은 소박한 꿈은 ‘팟캐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BTS에 대한 번역 콘텐츠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팬들의 질문을 대신 풀어나갈 수 있는 일 등을 꿈꾸고 있다. 사실 이미 스크립트를 쓰고 있는 중이다. 원래 말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과 접목해서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은 꿈이 어릴 적부터 있었다. 이제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한다. 더 한국을 알고 싶고, 한국을 알리고 싶다.”

호주한호일보 김형주 기자 julie@hanhodaily.com
JOB화점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