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 마스터 최영재 “내 팀을 직접 꾸린다면…”

신동아
신동아2021-07-29 11: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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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부대’는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4인 1팀을 이뤄 총 6팀이 저마다 부대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최근 종영한 시즌1에서는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 군사경찰특임대(SDT), 해군 특수전전단(UDT), 해난구조전대(SSU), 해병대수색대가 참가했다.

최영재(39)씨가 맡은 역할은 이들 6팀에 미션을 내리고 시합을 조율하는 ‘마스터’. 예비역들이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팀워크를 발휘해 공정하고 안전한 대결의 장을 펼치도록 이끌어 좋은 평을 얻었다. 출연자들은 최씨를 보면 깍듯한 경례를 잊지 않는다. 최씨는 ‘강철부대’ 출연진 가운데 가장 선임일 뿐만 아니라 특전사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할 만큼 군인으로서의 이력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채널A 서바이벌 프로그램 ‘강철부대’에서 ‘마스터’로 활약한 최영재 씨. 특전사 최정예만 선발되는 707특수임무단에서 10년간 복무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용인대에서 경호학을 전공한 그는 2005년 학사장교로 임관해 특전사에 지원했다. 복무 도중 특전사 최정예로 구성되는 707특수임무단에 선발돼 장교로서 경험할 수 있는 고강도 훈련과 교육을 모두 받았다. 외국군 최정예 특수부대들과도 수차례 연합 훈련을 펼쳤다. 해외에서 온 군인들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4년 전역한 뒤 한동안 VIP경호원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최씨를 7월 8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났다. 우리 나이로 불혹을 맞은 그는 배가 불룩한 ‘아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일 ‘홈트’로 강철 몸매 유지
- ‘강철’ 같은 근육질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전역 후에도 근육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매일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헬스클럽에 가고 집에서도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같은 운동을 한다. 같은 팔굽혀펴기라도 바닥과 몸이 이루는 각도나 팔을 굽히는 방향에 따라 쓰이는 근육이 다르다.”

- 식사량도 조절하나.

“아침과 저녁은 간단히, 점심은 잘 먹는다. 아침엔 주로 시리얼을 먹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는 요거트를 꼭 챙겨 먹는다.”

- 지금은 경호원 생활을 접고 미용실과 키즈카페를 운영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이 있었나.

“2016년부터 미용실을 하다가 커피를 즐겨 마시는 취미를 살려 2019년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내친김에 수원 광교신도시로 자리를 옮겨 미용실과 함께 키즈카페도 열었다. 문제는 오픈 시기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이었다. 타격이 엄청났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임차료가 비싸 장사가 안돼도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마침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와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 특전사 출신 경호원과는 결이 전혀 다른 미용실 원장으로 전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14년 큰딸이 태어나니 무뚝뚝하고 과묵한 성격을 바꾸고 싶었다. 아이에게 친구보다 가까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 내가 경호한 VIP들도 자녀와의 유대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VIP를 경호할 때마다 ‘30대를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점’을 물었는데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무렵 업무차 미국에 갔다가 우연히 미용실을 하는 부부를 만난 것도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교수였다고 하더라.

아빠가 딸의 머리를 해주는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나도 딸에게 머리를 해주고 싶었다. 미용학원에 등록해 3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다. 교회나 양로원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하고, 강남의 유명 미용실에서 일하며 밑바닥부터 다졌다. 심정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 특전사에서 수백 명을 거느리고 교육하고 지시하던 때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임해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버텼다. 매일 새벽부터 미용실 문을 열 때까지 머리 마는 연습도 거듭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2016년 미용실을 차렸다.”

- 미용실을 처음 열었을 때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딸 머리를 직접 해주고 싶어서 미용실을 냈다고 해도 친구들이 믿지 않더라. 특수임무를 맡았는데 미용실 원장으로 위장한 줄 알더라. 지금도 안 믿는 친구가 있다.”

-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30대를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것’을 물은 적이 있나.

“다른 VIP들과 비슷하게 답하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독서를 많이 하라’는 조언도 덧붙이셨다. 책을 정말 좋아하신다. 사저(경남 양산)의 한 공간이 온통 책이었다.”
대통령 후보 경호원이 '청와대 경호원' 못 된 까닭
- 외모가 문재인 후보의 경호원이 되는 데 한몫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실력으로 뽑혔는데 근접 경호할 사람을 뽑을 땐 외모가 작용했다. 경호원이 딱딱하게 붙어 있으면 위압감이 조성될 수 있기에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높이 샀다.”

- 대통령 후보보다 빛나는 외모로 국내외 언론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

“그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나를 ‘꽃미남 경호원’이라고 부르셨다. 그런 말을 듣는 게 싫진 않았지만 기자들이 전화하고 찾아오기도 하니까 불안했다. 경호하는 나를 찍으니 부담이 컸다.”

- 얼굴이 알려져서 청와대에 못 들어갔나.

“경호원이 관심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내가 먼저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에 들어가시는 앞까지만 경호하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너는 얼굴이 (청와대 입성의) 결격사유’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하하.”
최영재 씨는 국내외 VIP들을 경호했다. 중학생 때 우연히 본 영화 ‘보디가드’가 그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홍태식 객원기자]
- 문재인 후보를 근접 경호할 때 어떤 주문이 있었나.

“일반적으로 VIP를 근접 경호할 때는 경호뿐 아니라 의전까지 맡는다. 참모 기능까지 추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당시 본인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지자들,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몸이 불편한 분들이 다치지 않도록 옆에서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셨다.”

- 가까이서 지켜본 문재인은 어떤 사람이던가.

“밖에서나 안에서나 한결같았다. 늘 과묵하고 의사표현을 쉽게 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며 공감을 표하고 다 듣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화장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도 옷을 받아달라고 하지 않고, 가방도 직접 드셨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실 때도 좌석을 가리지 않았다. 죽 끓여놨으니 빨리 오라며 아침을 챙겨주시기도 했다. 권위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이 좋아 보였다. 꼭 큰아버지 같았다.”

- 태권도, 용무술, 합기도 등을 합쳐 총 13단이라고 들었다. 그런 무술 실력을 써야 할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나.

“무술로 여러 번 제압했다. 가치관이 다르거나 불만이 있어 피켓 시위를 하는 단체도 있지만 달려드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때릴 순 없어도 무력화할 순 있어야 한다. 근접 경호원의 첫 번째 임무는 위험한 상황에서 VIP를 대피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 임무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원인 제공자를 방어하는 것이다.”

- 기억에 남는 일화를 떠올린다면.

“갑자기 날아오는 신발이나 달걀은 ‘제압’하기 어렵다. 한번은 구두가 날아왔는데 내가 맞았다. 아픈 것도 몰랐다. ‘진짜 다행이다. 내가 맞아서’ 그 생각뿐이었다.”

- 왜 하필 경호학을 전공했나.

“중학생 때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보디가드’라는 영화를 보고 경호원이라는 직업에 매료됐다. 다양한 무술을 연마해 멋진 슈트를 입고 유명한 사람을 경호하고 싶었다.”

- 경호원은 일당이 센 편인가.

“보통 50만 원에서 시작하고 20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경호 대상이나 상황에 따라 일당이 달라진다. 일당이 가장 센 VIP는 아랍 왕족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아랍어까지 하면 유리하게 조율할 수 있다. 해외 VIP는 특수부대 경력을 높이 산다. 실력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10년간 복무한 특전사령부 산하 707특수임무단은 육해공을 넘나드는 전천후 부대다. 천리행군, 해상침투훈련, 설한지극복훈련, 산악훈련, 한미연합훈련 등 최고난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는 부대 내에서도 실력이 두드러졌다. 강하조장(Jumpmaster), 컴뱃다이버(SCUBA), 고공강하(HALO) 교육을 모두 마친 유일한 장교다.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 아랍에미리트(UAE) 군사훈련협력단 고공팀 교관으로 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미국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 포스’와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 러시아 알파부대와 연합훈련을 펼친 경험도 있다. 누구보다 실전에 강한 그가 ‘강철부대’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자가 아닌 마스터를 맡은 이유가 뭘까.
군인은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
“처음엔 출연자로 캐스팅됐는데 마스터를 맡을 사람이 없어 보직이 바뀌었다.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고. 하하.”

- ‘강철부대’ 출연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들었다.

“10년간 직업군인을 하면서 해외에 갈 기회가 많았다. 무기에 대한 자료 수집이나 콘퍼런스에 참가하려고 군복을 입고 미국 공항에 가면 ‘너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인사하며 환대한다. 군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인정해 주는 문화가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이 의무복무를 하는데도 그들의 헌신을 고마워하기는커녕 군인을 ‘군바리’라고 비하하지 않나. 그런 군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는데 ‘강철부대’ 기획 의도가 내 마음 같았다.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열정적으로 복무하는 모습과 그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 방송을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 부대를 알려줘서 고맙다,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한다는 걸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 방송을 진행하며 직접 도전해 보고 싶었던 미션을 꼽는다면.

“매회 도전하고 싶었다. 출연자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참가하고 싶은 열망이 저절로 끓어오른다. 특수부대 출신들은 다 그럴 것이다.”

- ‘강철부대’ 서바이벌 대전에 참가할 팀을 직접 꾸린다면 누구와 함께하고 싶나.

“특전사 박군, SSU 황충원, UDT 정종현을 뽑을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셋 다 겸손하고 임무를 완수하려는 의지가 뛰어나다. 임무 소화 능력도 출중하다.”

- 실제 군복무를 할 때 수행한,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을 떠올린다면.

“2007년 아프간 테러범이 현지에 선교하러 간 샘물교회 사람들을 납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구출 작전을 펴기 위한 출동 준비 명령이 떨어져 50일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갈 수 있을 정도였다. 죽을 수도 있으니 손톱과 머리카락을 봉해서 유서도 썼더랬다. 외교적으로 해결해 충돌하진 않았지만 실전에 임해 보고 싶었다.”

- 죽음이 두렵지 않나.

“죽더라도 명예로운 죽음 아닌가. 내가 몸담았던 부대에서는 군복을 수의로 생각하며 입고 다니라고 강조했고, 군인들도 언제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었다. 그런 군인의 사명감과 명예로움을 인정해 줘야 한다.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군인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군인의 전투 장비 선진화 시급
- 군복무 가산점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복무를 하는 사람은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에 논란이 많다. 가산점보다 두 집단이 이해할 수 있는 제도로 보상을 해주면 좋겠다.”

- 가산점제 부활에 반대하나.

“반대하진 않는다. 군복무에 대한 가산점을 주면 좀 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본다. 가장 혈기왕성한 시기에 군에서 복무하는데 그 기간이 결코 짧지 않다.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군복무가 전공과 연계되지 않고 제대 후에도 병역필 이상의 의미가 없다 보니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허비로 여기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인 월급을 늘리고, 복무 기간을 줄이는 등의 처우 개선이 이뤄진 것도 그 때문이다.”

- 앞으로 좀 더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나.

“군인이 사용하는 장비가 개선되길 바란다. 특수부대에 있으면서 해외의 선진 훈련 시스템이나 장비를 많이 접했다. 전쟁이 나면 총 들고 맞서 싸워야 한다. 총알이 잘 나가는지, 방탄이 제대로 되는지, 장비가 너무 무겁지 않은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장비 선진화를 위한 연구와 개발도 시급하다.”

- 남성만이 아닌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 한다며 여성징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지금은 시기상조이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여건이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처럼 남녀 가리지 않고 징병을 하려면 운영 시스템과 보직의 전면적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맞춰놓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 두 딸을 뒀다. 딸들이 군대에 가겠다면 어떻게 할 건가.

“아이들이 원한다면 기꺼이 보낼 것이다.”

- 코로나 시대에 국방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여러분의 노고를 잘 안다. ‘강철부대’를 통해 군인들의 고충과 열정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건강을 잘 관리해서 남은 기간 본인의 복무를 자랑스럽게 하고 나오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을 사랑하고 항상 응원한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뭔가.

“‘강철부대’ 시즌2도 같이 하고 싶고, 그동안 쌓은 경력을 활용해 군인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보고 싶다. 특수부대 나온 후배들이 다양한 곳에 취업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고 싶다. 직업군인 희망자가 많다. 기회가 되면 특수부대에 필요한 자원을 양성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