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사자를 강아지처럼 다루던 사육사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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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1-06-28 11: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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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나 호랑이처럼 용맹한 맹수를 마치 내 반려동물처럼 친근하게 대하며 소통할 수 있다면?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봤던 장면일 겁니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 꿈을 실현한 사람이 있는데요. 손가락으로 사자 콧잔등을 톡톡 두드리며 훈육하던 사육사 문진호 씨입니다.

사진=유튜브 채널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영상 캡처
맹수전문사육사 문진호 씨는 2000년대 초중반 지상파 동물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맹수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2003년 8월 21일에는 국내 최초로 대전동물원(현 대전오월드)에서 선보인 ‘사자동산’의 주역으로 나서기도 했는데요. 당시 33세였던 문 사육사는 사자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함께 공놀이와 물놀이를 즐기며 관람객들에게 사자의 생태를 설명했습니다. 사자들이 입을 크게 벌릴 때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마조마했지만 정작 문 사육사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대하듯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문진호 사육사는 “어릴 때부터 ‘순치’를 해 왔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동물학계에서 말하는 순치란 맹수가 사육사를 가족처럼 느낄 수 있게끔 먹이를 먹이고 신체적 접촉을 자주 가지면서 서서히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단단한 유대감이 형성된 사육사만이 맹수 우리에 직접 들어갈 수 있죠.

사진=유튜브 채널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영상 캡처
순치 과정에서도 물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키우는 반려견, 반려묘도 가끔 화풀이로 주인을 살짝 물거나 할퀴는 경우가 있듯 맹수들도 그렇다는데요. 사자나 호랑이 입장에서는 약간 짜증이 나서 ‘그만해’라는 표현으로 슬쩍 물었다 놓은 것에 불과할지라도 사람은 크게 다칠 위험이 있습니다. 1998년부터 사자 사육을 담당한 베테랑 문 사육사 또한 사자에게 물려서 2주일 정도 불편을 겪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채널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영상 캡처
자신이 담당했던 수십 마리 맹수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며 애정을 쏟은 문 사육사의 근황은 어떨까요. 문진호 사육사는 지금도 대전오월드에서 사육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단 전과 달리 직접 사육장에 들어가서 먹이를 주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던져 주거나 창살 틈새로 직접 먹여 주는데요. 집게가 아닌 손으로 먹이를 주고 창살 너머로 쓰다듬기까지 하는 모습은 여전히 20여 년 전 그 때 그대로입니다.

2020년 KBS 프로그램 'TV 이웃 다정다감'에 출연한 문 사육사는 “(사자와 호랑이들이) 평균 수명 이상으로 살게 해 주는 것이 사육사들의 목표”라며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