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써서 990원 적립 받는 법 공유" 짠돌이 직장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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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2021-06-08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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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짠테크] 욜로 대신 짠테크가 대세

#30대 직장인 오모 씨는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인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5000원 이상을 결제할 때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 적립해주는 ‘짠테크’ 카드다. 오 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3만원 짜리 상품을 구매할 때 쇼핑몰 포인트 10원을 쓴 뒤 2만9990원만 카드로 결제한다. 조금 번거로워도 이렇게 하면 990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기 때문.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를 할 때도 꼭 백원 단위 잔액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상황에 맞게 카드를 꺼낸다.
오늘을 위한 소비 대신 내일을 위한 절약
욜로라는 단어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이 몇 년 전. 최근에는 반대로 ‘아껴서 잘 살자’는 ‘짠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긴 불황에 짠테크가 확대됐다”고 해석한다. 최근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도드라졌다.
ⓒ잡화점
조사에서 2017년 75.8% 직장인들의 지지를 얻었던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야 후회가 없다’는 답변은 2021년 55.6%로 감소했다. 반대로 2021년 ‘미래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라면 지금을 조금 희생하며 살 수 있다’고 답변한 직장인은 73.8%였다. ‘지금을 위해 쓰자’에 묻혀있던 ‘아껴서 미래에 잘 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태도 또한 현재를 위한 소비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절약이 우세다. 76.3%의 직장인이 ‘미래의 안정적 삶을 위해 지금부터 절약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짠테크’에 대한 열망이 눈에 띈다. 조사에 응한 직장인의 72.3%가 ‘주변에 짠테크를 통해 소소하게 용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한 것.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94.5%) 소액이라도 저축해야(89%)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직장인을 위한 짠테크
포털 사이트나 직장인 커뮤니티에 ‘직장인 짠테크’를 검색하면 생활 속 작은 지출들을 줄일 수 있는 꿀팁이나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들이 다양하다.

오 씨가 사용하는 신한 더모아 카드도 요즘 짠테크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 건에 대해서 1000원 미만의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6개월만에 10만명 이상이 가입했을 정도다.

하지만 진정한 짠테크 직장인은 단순히 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지출할 때마다 최대 적립 포인트를 받는 것을 노린다. 앞선 오 씨의 사용법처럼, 네이버쇼핑에서 1만원 상품 구매 시 네이버페이 10원을 사용해 9990원만 카드로 결제한다. 조금 번거롭지만 990포인트를 챙길 수 있는 꿀팁이다. 유류비가 많이 드는 배달 부업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셀프주유소 여러 곳에서 5990원씩 주유해 990포인트씩 여러 번 적립 받을 수도 있다. 동일 매장에서는 하루 한 번만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GettyImagesBank
카카오페이의 ‘동전모으기’도 꾸준히 인기다.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할 때마다 남은 ‘잔돈’을 내가 지정해둔 펀드에 투자한다. 1200원 결제 시 발생할 내 잔돈 800원을 카카오페이 금액으로 남겨두지 않고 펀드에 투자해주는 식이다. 어릴 적 절약 습관을 기른다고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던 것과 비슷하다.

이미 신조어가 된 '온라인 폐지줍기'도 빠질 수 없다. 이벤트를 통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서는 "폐지줍기) ○○유튜브 구독하면 네이버 페이 30원" 같은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도 일종의 온라인 폐지줍기다. 네이버 블로그에 7일간 빠짐없이 일기를 쓰면 5000원, 11일간 쓰면 1만5000원의 네이버페이를 주는 이 이벤트에 짠테크 직장인들은 "대기업에게 1만5000원을 받아낼 기회"라며 열광했다.

그런가 하면 해외주식 소수점 구매 상품도 서학개미운동 바람을 타고 다시 한 번 흐름을 탔다. 시드머니를 크게 가져가지 않고 1000원 단위로 해외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상품이나, 소수점 투자를 지원해주는 신한금융투자의 상품이 있다. 1주에 한화로 260만원(3일 기준)이 훌쩍 넘는 구글 주식을 0.1주만 구매할 수 있어 소액으로 짠테크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환영 받는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