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결혼·출산 거부" 中공산당이 두려워하는 '탕핑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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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2021-06-08 09: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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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오르는 집값, 월급은 제자리, 996(오전 9시부터 밤9시까지 주6일 근무)생활… 열심히 일 해 봤자 자본가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격이다. 그렇게 일해 봤자 남는 건 병든 몸밖에 없다. 차라리 일을 안 하겠다.”
"날 일으키겠다고? 이번 생에는 안 될 걸"
"아무 것도 안 해, 숨만 쉬고 살겠다"는 젊은이들

사는 게 힘드니 연애·결혼·출산·집 장만 등을 모조리 포기하고 내 한 몸만 건사하며 살겠다는 ‘N포족’과 비슷한 젊은이들이 중국에서도 늘고 있다. 이들은 바닥에 평평하게 드러누웠다는 뜻으로 ‘탕핑(躺平·당평)’족이라 불린다. 자포자기에서 비롯된 극단적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탕핑족은 ‘안 쓰면 안 벌어도 된다’라는 모토로 경제활동을 거부한다.

최근 한 20대 탕핑족 청년이 웨이보에 올린 '탕핑이야말로 정의다'라는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생활비를 최소화하고, 꼭 돈이 필요할 때만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면 한 달 200위안(약 3만 5000원)정도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릴 일으켜 세우겠다고? 이번 생에는 안 될 걸”

베이징, 선전(심천),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대도시 집값은 이미 근로소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뛴 지 오래다. 40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게 된 상황.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아무리 일해도 제자리인 현실이 중국 젊은이들을 ‘탕핑’하게 만든 셈이다.
중국 온라인에서 탕핑주의 밈(meme)으로 통하는 '누운 부추는 베기 어렵다' 그림.
한국 N포 세대나 일본 사토리(さとり·깨달은)세대처럼 '이번 생은 망했으니 내 한 몸만 건사하다 가련다' 식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탕핑족. 그 밑바닥에는 저항의식이 있다. 시스템에 종속되어 근근이 살기보다는 아예 드러눕겠다는 탕핑족의 저항에 중국 공산당도 긴장하고 있다. 사회에 불만을 가진 탕핑족이 뭉치면 위협적인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가 “탕핑은 부끄러운 일이며 경계해야 한다”, "납세자들에게 미안한 줄 알아야 한다"며 맹비난하고 있지만 한 번 작정하고 누운 젊은이들은 좀처럼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잡화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