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도 '스승님'이 필요할 때, 구글-애플의 스승 빌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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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2021-05-25 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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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올바른 선택지를 제시해주고 자신을 이끌어줄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8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9.1%는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CEO들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의 잭 도시 등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 역시 그랬다.

이쯤에서 ‘빌 캠벨’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을 듯 하다. 지난 2016년 75세의 나이로 사망한 캠벨은 앞서 언급한 실리콘 밸리 거물들의 스승이자 멘토였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그의 부고 소식에 “캠벨은 그가 만난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거대한 아량을 지녔으며 멘토 이상이었다”는 추모 글을 올렸다. 그의 장례식에는 실리콘밸리 리더 수백명이 참석했다.
사실 젊은 시절의 캠벨은 실리콘밸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인물이었다. 학창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고, 졸업 후 39세까지 미식축구 코치로 일했지만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다.

미식축구계를 떠난 그는 광고 대행사 J. 월터 톰슨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의 영업과 경영 능력은 빛을 발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계 데뷔 이후 그는 코닥으로 직장을 옮겼고 애플에서 임원직을 거쳐 GO코퍼레이션의 CEO, 인투이트의 CEO를 역임했다. 1997년부터 17년 동안 애플 이사회 멤버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그는 수많은 리더들 사이에서 정신적 스승, 혹은 코치라고 불리게 됐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 출처 동아일보DB
2004년 당시 구글 CEO였던 슈미트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는 IPO를 준비하며 성공리에 성장하고 있었지만, 이사회 멤버들과의 마찰로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종용 받았던 탓이었다. 슈미트는 충격에 구글을 떠날 고민했지만 캠벨은 만류했다. 훗날 슈미트는 “빌 캠벨이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캠벨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가르침을 미래에 전수하기 위해” 그와 일했던 80여명을 인터뷰해 책을 냈을 정도다.
故 스티브 잡스 전 애플CEO 출처 apple.com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의 일화도 유명하다. 과거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 났을 때 캠벨은 “엄청난 실수”라고 항의하며 애플 임원직을 던지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이후 1997년 애플로 돌아온 잡스의 러브콜을 받아 이사회에 합류해 회사의 성장을 도왔다. 그는 매주 일요일 아침 잡스와 함께 산책을 했고, 잡스가 췌장암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거의 매일 그를 찾았다. 집, 사무실, 병원 어디에 있던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번이고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는 “빌이라면 뭘 했을까?”라고 스스로 물어봤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 (2020, 김영사)
그가 성공적인 리더이자, 리더들의 스승이 된 건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창의적이고 때로는 괴팍한 천재들을 다독여 혁신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긴장 상태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직원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는 일화나 실리콘밸리에서 소외 받던 여성, 흑인 임직원들을 응원했다는 일화도 있다. 실리콘밸리 혁신 문화 중 대표격으로 꼽히는 수평적, 존중, 협력 등의 키워드에서 슈미트의 영향력을 지우기는 어렵다.

또 캠벨은 항상 “직원들의 안녕과 성공”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직원을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서로 신뢰를 키우는 것이 팀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믿었던 것이다. 슈미트는 사람 사이의 편안한 분위기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했고, 직원들은 이런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팀의 성과를 위해 일했다. 서로간의 신뢰는 팀 내에 건강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로 인한 의견 충돌이나 감정 소모를 경감시키는 역할도 했다.

직장에서의 ‘좋은 리더’란 직원들에게 올바른 선택지를 제시해주고, 성장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선생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역할이 필요한 자리. 그 것이 리더들의 스승이라 불리게 된 빌 캠벨이 남긴 가르침이 의미를 갖는 이유가 아닐까.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스승의 날, 집에서 일독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본 기사는 5/15 스승의 날 게시된 기사입니다.)

참고문헌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 (2020, 김영사)
The bear-hugging football coach who became Silicon Valley's go-to guru, 2019-11-04 FAST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