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기]<2> '자발적 백수'의 퇴사 이후의 삶
《'직장인은 항상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말을 실천한 우리 주변 평범한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가슴 속 사직서를 던지기 전 엿보고 싶은 남들의 '퇴사 일기'.》
《'직장인은 항상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말을 실천한 우리 주변 평범한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가슴 속 사직서를 던지기 전 엿보고 싶은 남들의 '퇴사 일기'.》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공기업을 퇴사하고 ‘자발적 백수’의 길을 선택한 김민태 씨(33). 2017년 그는 “꿈이었던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적은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회사를 떠난 지 4년, 여전히 스스로를 ‘자발적 백수’라고 소개하는 민태 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최근 훌쩍 15박16일의 국토종주를 떠났다가 돌아온 그에게 지난 4년 간의 ‘백수 라이프’에 대해 물었다.
공기업 퇴사 후 세계 여행,
그리고 그 이후의 삶.
오늘도 여전히 표류 중
그리고 그 이후의 삶.
오늘도 여전히 표류 중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7년 공기업을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현재는 방황하며 유튜브 ‘자발적백수’ 채널을 운영중인 김민태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2017년 공기업을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현재는 방황하며 유튜브 ‘자발적백수’ 채널을 운영중인 김민태라고 합니다.
자발적 백수가 될 용기
2017년 10월, 서른 살을 두 달 앞둔 어느 날 민태 씨는 사직서를 냈다. 1년 반동안 안정적인 공기업에서 일하며 신나게 돈을 벌었다. 회사 생활이 못 견디게 괴롭지도 않았다. 하지만 민태 씨는 갈수록 회사가 재미 없어졌다고 했다. 재미를 바라고 취업한 건 아니었지만 무료한 업무시간이 점점 퇴근 후의 삶까지 잡아먹는 기분을 견딜 수 없었다고. 회식 때마다 직원들의 신세한탄 배틀을 들으며 5년, 10년 뒤에도 발전 없이 컴퓨터 앞에서 자판만 두드리고 있을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서른이 되기 전에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서른이 되기 전에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니면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지 못할 이유는 늘어날 테니까요.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죠.”
“어릴 적부터 서른이 되기 전에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니면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지 못할 이유는 늘어날 테니까요.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죠.”
- 퇴사를 결정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많은 고민 끝에 부모님께 퇴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가 작은 한숨 뒤에 말씀하시더라구요. ‘민태야.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요.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고민이 일순간 사라졌고, 세상에 무조건적인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용기가 됐어요.”
- 자발적 백수를 택한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직장인들이 자유를 꿈꾸기만 하는 것처럼요.
“제가 퇴사에 대해 고민하던 때, 같은 부서의 과장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퇴사를 생각한 적이 없는지 여쭤보니 그러시더라구요. 아마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해봤을 거라고. 그렇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가진 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보장되지 않은 행복을 쫓다가 불행해질까 봐서 라고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불행해지는 게 두려워 불행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대화가 제가 퇴사를 결심하는 데 많은 용기를 줬던 것 같아요.”
“많은 고민 끝에 부모님께 퇴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가 작은 한숨 뒤에 말씀하시더라구요. ‘민태야.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요.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고민이 일순간 사라졌고, 세상에 무조건적인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용기가 됐어요.”
- 자발적 백수를 택한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직장인들이 자유를 꿈꾸기만 하는 것처럼요.
“제가 퇴사에 대해 고민하던 때, 같은 부서의 과장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퇴사를 생각한 적이 없는지 여쭤보니 그러시더라구요. 아마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해봤을 거라고. 그렇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가진 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보장되지 않은 행복을 쫓다가 불행해질까 봐서 라고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불행해지는 게 두려워 불행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대화가 제가 퇴사를 결심하는 데 많은 용기를 줬던 것 같아요.”
- 퇴사하던 날 사내 게시판에 퇴사 글을 올려 많은 응원을 받으셨다고요.
“동료들에게 퇴사를 알렸을 때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안정성이 장점인 회사였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이 꼭 좋아서 있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그래서 생각을 나누고 싶어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저와 일면식도 없는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그 중 한 분은 제가 퇴사한 이후에 그 응원의 댓글들을 따로 모아서 메일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아직도 가끔씩 그때의 선택에 물음표가 생길 때면 그 메일을 열어보며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동료들에게 퇴사를 알렸을 때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안정성이 장점인 회사였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이 꼭 좋아서 있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그래서 생각을 나누고 싶어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저와 일면식도 없는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그 중 한 분은 제가 퇴사한 이후에 그 응원의 댓글들을 따로 모아서 메일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아직도 가끔씩 그때의 선택에 물음표가 생길 때면 그 메일을 열어보며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그땐 그게 얼마나 어린 생각이었는지 몰랐다.
나는 여전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나는 여전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민태 씨는 퇴사 후 정말로 세계 여행을 떠났다. 1년 반 동안 뉴질랜드, 쿡 아일랜드, 아프리카 7개국, 러시아, 몽골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만족감과 함께 막막함이 찾아왔다. 뚜렷한 목표 없이 떠난 여행 후에는 ‘내가 이 여행을 왜 한 걸까?’라는 질문이 민태 씨를 괴롭혔다. “내 선택이 잘못됐던 걸까. 인생이 꼬였다”는 생각에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 마냥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고민들을 유튜브에 올리셨어요. ‘인생이 꼬였다’ ‘아직도 표류 중’이라고도 하셨고요.
“(퇴사 후) 여행 컨텐츠는 많아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평생 여행만 하면서 사는 게 아닌 이상 결국 여행 이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당시의 저는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여행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어린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라는 질문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전투적으로 임하지 않았기에 귀국 후에도 여전히 표류 중인 기분이었죠. 우울감에 빠져 인생이 꼬였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동안 내가 했던 선택들이 옳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거든요.
분에 제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고요. ‘나는 당시에 분명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니 그 때의 나를 믿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 여행을 통해 제가 얻고 깨달은 것이 많다는 걸 알기에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느낍니다. 여전히 표류 중이지만 그 표류가 두렵고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것도 내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즐기려 합니다.”
“(퇴사 후) 여행 컨텐츠는 많아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평생 여행만 하면서 사는 게 아닌 이상 결국 여행 이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당시의 저는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여행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어린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라는 질문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전투적으로 임하지 않았기에 귀국 후에도 여전히 표류 중인 기분이었죠. 우울감에 빠져 인생이 꼬였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동안 내가 했던 선택들이 옳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거든요.
분에 제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고요. ‘나는 당시에 분명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니 그 때의 나를 믿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 여행을 통해 제가 얻고 깨달은 것이 많다는 걸 알기에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느낍니다. 여전히 표류 중이지만 그 표류가 두렵고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것도 내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즐기려 합니다.”
- 현실적인 질문을 드릴게요. 벌써 4년정도 백수 상태인데 금전적인 걱정은 없으신가요?
“당연히 매일 고민하며 삽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통장 잔고가 바닥인 상황이었기에 일을 해야만 했죠. 그래서 중간중간 생계를 위해 알바를 병행하며 몽골 여행 사업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세계 여행 막바지에 “여행이 그렇게 좋으면 여행 사업이나 해보라”는 친구의 말이 귀에 꽂혔거든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 사업이 힘들어졌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잠시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계약직 회사에서 최근까지 약 8개월 정도 일하다가 지난 달에 퇴사했어요. 현재는 실업급여를 받는 중입니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계속 백수였던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자발적백수’라고 하는 이유는 있어요."
“당연히 매일 고민하며 삽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통장 잔고가 바닥인 상황이었기에 일을 해야만 했죠. 그래서 중간중간 생계를 위해 알바를 병행하며 몽골 여행 사업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세계 여행 막바지에 “여행이 그렇게 좋으면 여행 사업이나 해보라”는 친구의 말이 귀에 꽂혔거든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 사업이 힘들어졌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잠시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계약직 회사에서 최근까지 약 8개월 정도 일하다가 지난 달에 퇴사했어요. 현재는 실업급여를 받는 중입니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계속 백수였던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자발적백수’라고 하는 이유는 있어요."
‘자발적백수’ 유튜브 채널에는 많은 응원만큼의 악성 댓글이 달린다. 하지만 “배가 불러서 그렇다” “금수저냐, 서민들은 힘들어도 꾸역꾸역 다닌다” 같은 날 선 댓글 사이에는 민태 씨의 삶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 “경로 이탈은 잘못된 게 아니다”, “나도 회사에 다녔던 11년 인생이 삭제된 느낌이었다” 같은 댓글에 민태 씨는 힘을 얻는다.
- 유튜브 영상에 ‘금수저라서 퇴사했느냐’는 댓글도 많아요.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한데다 워낙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서요. 하지만 그 댓글이 내 영상을 보고 공감하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분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도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위해, 또는 하고싶은 일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야 욕 한 번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삶이 단순히 금전적인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그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면요.”
- 유튜브 영상에 ‘금수저라서 퇴사했느냐’는 댓글도 많아요.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한데다 워낙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서요. 하지만 그 댓글이 내 영상을 보고 공감하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분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도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위해, 또는 하고싶은 일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야 욕 한 번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삶이 단순히 금전적인 기준으로 판단되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그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면요.”
“그저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해요”
집중하자는 생각을 해요”
자신만의 행복해지는 방법
- 민태 씨는 스스로를 ‘자발적 백수’라고 하시는데, 중간중간 워홀이나 알바를 한 시기도 있으시잖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백수’란 무엇인가요.
“사실 이것 때문에 유튜브 채널명을 바꿔야하나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채널명을 바꾸지 않은 건 자발적백수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 때문인데요. 사실 사회에서 백수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부정적이잖아요. 왠지 패배자인 것 같고, 내 능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된 것 같고.
그래서 '나는 백수이지만, 내가 능력이 없고,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결정이다' 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 내가 현재 '백수' 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발적' 이라는 것에 초점을 둔 거죠.”
- 그럼 유튜버를 직업이라고 하면 어떤가요?
“직업이라는 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인데, 아직 제 유튜브는 수입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지라.. 직업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저 열심히 하는 취미 생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목표로 하는 바가 있으신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제서야 저에 대해 조금은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한 가지 일만 하기에는 끈기가 없는 사람이더라구요. 또 최근 준비했던 여행 사업이 코로나19로 막히는 걸 보면서 세상에 안정적인 일이 없다고 느꼈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죠. 여러가지 일을 하자고. 소득 주머니를 여러 개 차자고.
그래서 아직까지 수입이 없는 유튜브도 계속 놓지 않고 있는 거구요.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진다면 여행 사업도 병행해서 할 계획이에요. 또 올해 안에는 그동안의 제 삶을 녹여낸 책을 써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쓰고 보니 아직도 확실한 건 없네요.(웃음)”
-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퇴사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자발적 백수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퇴사 자체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퇴사를 한다고 해서 현재 내가 겪고있는 어려움이 사라진다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정말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회사)을 놓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과감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누군가에겐 안정적인 회사 생활일 수도, 퇴근 후의 취미생활일 수도 있는 것처럼요. 정답은 없어요. 저는 그 방법 중 하나로 여행을 선택한 것 뿐이니, 모두들 본인만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유튜브 채널명을 바꿔야하나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채널명을 바꾸지 않은 건 자발적백수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 때문인데요. 사실 사회에서 백수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부정적이잖아요. 왠지 패배자인 것 같고, 내 능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된 것 같고.
그래서 '나는 백수이지만, 내가 능력이 없고,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결정이다' 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 내가 현재 '백수' 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발적' 이라는 것에 초점을 둔 거죠.”
- 그럼 유튜버를 직업이라고 하면 어떤가요?
“직업이라는 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인데, 아직 제 유튜브는 수입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지라.. 직업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저 열심히 하는 취미 생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목표로 하는 바가 있으신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제서야 저에 대해 조금은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한 가지 일만 하기에는 끈기가 없는 사람이더라구요. 또 최근 준비했던 여행 사업이 코로나19로 막히는 걸 보면서 세상에 안정적인 일이 없다고 느꼈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죠. 여러가지 일을 하자고. 소득 주머니를 여러 개 차자고.
그래서 아직까지 수입이 없는 유튜브도 계속 놓지 않고 있는 거구요.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진다면 여행 사업도 병행해서 할 계획이에요. 또 올해 안에는 그동안의 제 삶을 녹여낸 책을 써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쓰고 보니 아직도 확실한 건 없네요.(웃음)”
-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퇴사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자발적 백수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퇴사 자체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퇴사를 한다고 해서 현재 내가 겪고있는 어려움이 사라진다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정말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회사)을 놓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과감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누군가에겐 안정적인 회사 생활일 수도, 퇴근 후의 취미생활일 수도 있는 것처럼요. 정답은 없어요. 저는 그 방법 중 하나로 여행을 선택한 것 뿐이니, 모두들 본인만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퇴사 후 자발적 백수로 살아가는 민태 씨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퇴사를 후회하냐는 질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자 또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정말로 퇴사를 후회하지 않으세요?” 민태 씨는 단호하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좀 더 준비한 뒤 퇴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했다. 그래도 민태 씨는 오늘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어차피 저는 무슨 일을 한다 하더라도 매일 고민하는 삶을 살 성격인 걸 아니까요. 그저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해요. 백수가 제일 바쁜 거 같아요(웃음)”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