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쿡윈만 아랗포는 뮨쟝" 이 회사가 '한글난독화' 만든 이유

JOB화점
JOB화점2021-03-08 13: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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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때문에 글자가 깨진 게 아니다. '후기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읽기 어렵게 만든 글, 이른바 ‘에어비앤비체’다. 연음법칙, 자음 중복, 아무 의미없는 받침 추가 등으로 한껏 뒤틀린 문장 앞에서는 그 어떤 번역기도 무용지물이다. 오로지 한국어 능통자만이 문장에 담긴 깊은 뜻을 해석할 수 있다.
한메소프트가 만든 '한글난독화' 사이트(airbnbfy.hanmesoft.com)
이 에어비앤비체를 쉽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 ‘한글난독화(airbnbfy)’가 최근 한 포털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사는 한메소프트(대표 손은석)’.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의 타자속도 향상에 혁혁한 공을 세운 타자게임 '한메타자교사'와 ‘베네치아’를 해 본 이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바로 그 회사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 여전히 한글과 관련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일까.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한메소프트 손은석 대표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글난독화'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인공지능 업계에 있는 후배를 통해서 ‘에어비앤비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글 문장을 자동 번역이 되지 않도록 일일이 수작업으로 바꾸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변환을 해주는 전문 웹 서비스를 만들면 재미있고도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작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져서 외국인들도 우리말로 쓴 콘텐트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일상생활이 된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서 언어간의 경계도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죠.

하지만 한국 사람이 해외서비스를 이용한 뒤 남긴 솔직한 리뷰가, 칭찬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삭제되는 상황도 있어요. 인공지능 번역이 발달한 세상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소통방식도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최근 한글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서 아이디어가 나오자마자 바로 개발 진행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마냥 재미있는 기능 같았는데 볼수록 한글과 한국어 발음 원리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개발하신 분(들)의 평소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글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사용성이 높습니다. 한글의 진가를 아는 개발자가 저희 회사에 많이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와 닿는 서비스로 만들려고 노력을 해 왔습니다.

또한 다양한 영역의 개발자들과 교류를 해 왔습니다. ‘한글난독화’와 ‘한자음독 능력시험(한글로 아무 문장이나 쓰면 음이 비슷한 한자로 바꿔주는 사이트)’을 개발했는데요. 내부 및 외부 객원 개발자들의 연구 개발에 따른 중간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을 주도한 기술이사가 언어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특히 한글과 한글 글꼴, 자모와 형태소 분석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을 주제로 꾸준히 연구하고 계신가 봐요.

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한글난독화 등의 사이트는 저희가 한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왔어요. 그 외에도 한글 글꼴과 관련하여 영문 글꼴과 합성해 주는 서비스(combinefonts.hanmesoft.com)라든지 국어사전의 자모 중심으로 검색해주는 서비스(kosearch.hanmesoft.com) 등도 저희의 결과물입니다.
‘개발자의 천국’,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큰 산'을 표방하며 1989년 출발한 한메소프트는 2003년 문을 닫았다. 지금의 한메소프트는 폐업 이전 한메소프트에서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2006년 말 다시 설립한 회사다.

새로운 출발 이후로 좀처럼 이름을 들을 수 없었던 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자상거래 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현재 한메소프트는 전자상거래 솔루션 ‘체크박스’를 브랜드화해서 칠성상회(7-star.kr)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한글과 게임, IT 기반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 네트워크처리 등)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한메소프트 하면 타자게임 ‘베네치아’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지난해 '베네치아' 리마스터판을 내놓으셨는데, 마침 지난해가 베네치아 배경설정인 2020년이었지요.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반응 자체는 시원치 않았습니다. 한메타자교사 내에 있던 베네치아 게임 배경이 2020년이었고, 또 바이러스 이야기도 있어서 코로나 사태 초창기인 2020년 3월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어요.

초기에 주변 사람들 반응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추억을 가진 사람들 외에는 그리 관심이 없더라구요. 게다가 요새는 키보드 시대가 아니고 터치 시대가 되다 보니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예전의 베네치아보다 콘텐츠를 더 충실하게 마련해 두었습니다. 순우리말, 영화제목, 한자, 인터넷 유행어 등 매우 다양하게 들어 있고 사람 대 컴퓨터, 사람 대 사람 등으로 대전도 가능합니다.
'베네치아' 리마스터판
향후 한글 관련하여 수익성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은 없냐고 묻자 손 대표는 "사용자들이 돈 내고 쓸 만 하다고 생각할 때, 혹은 우리가 (돈을 받을 만 한)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기술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꾸준히 연구할 생각이라는 손 대표의 말에서는 언어와 IT의 접목을 향한 애정이 엿보였다. 한메소프트를 나타내는 키워드에서 '한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