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빼고 고기 많이! 저탄고지 ‘키토식’ 하는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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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2020-09-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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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키토인’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탄수화물은 적게, 질 좋은 지방은 많이 먹는 이른바 ‘저탄고지(LCHF·Low Carbohydrate, High Fat)’ 식습관을 실천 중인 사람들을 키토인이라고 합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을 충분히 먹으면 우리 몸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지방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키톤(케톤)체라는 물질이 생성되고 이 물질이 몸 안에 많이 있는 상태를 키토시스 상태라고 하는데요. 빠르게 에너지를 만들고 훅 꺼지는 탄수화물과 달리 느리지만 꾸준히 에너지를 만드는 지방은 갑자기 찾아오는 허기를 막아주기 때문에 폭식증 환자 치료에 저탄고지 식이요법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체지방을 직접 에너지로 태우기 때문에 체중감량 효과가 높은 다이어트 방법이기도 하지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쌀밥 위주로 먹던 식생활을 바꾸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기와 냉면, 닭갈비와 볶음밥’이라는 최고의 조합을 외면하기도 어렵고요. 더군다나 단체생활 하는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식단관리가 쉽지 않을 텐데요. 놀랍게도 바로 옆 팀에 ‘키토인’ 이 있었습니다. 두 달째 꾸준히 저탄고지 식단을 꾸리고 있다는 '황소(닉네임)' 씨에게 저탄고지 식생활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키토식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가장 처음 LCHF를 접한 건 2016년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을 본 뒤였어요. 그 전부터 지방은 죄가 없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진짜 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살 빼려면 안 먹는게 최고지, 삼겹살은 무슨~" 하고 말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2년 후 아이를 낳은 뒤 몸 관리의 필요성을 느껴 저탄고지 식단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또 망설여지더라고요. 단백질도 아니고 지방을 많이 먹는 게 좋다니 아무래도 믿기 힘들었거든요.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으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지 계속 봤어요.

그러다가 2019년 11월이 됐는데 '지방의 누명' 다큐를 또 방영하더라고요. 재방송은 아니고 새로운 버전이었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 때 변화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해 볼 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저탄고지를 시작했습니다. 두 달 째인데 정말 만족스러워요.”
사진=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화면 캡처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요?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풍선처럼 붓던 게 사라졌어요. 저탄고지 3일 만에요. 그리고 원래 뾰루지가 자주 나는 피부였는데 이제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맨 얼굴도 곧 자신 있어 질 것 같은데, 마스크 시대라 아쉽네요. 체중도 많이 감량했어요. 한 달 좀 넘었을 때 6kg정도 빠졌습니다. 61kg였는데 55kg가 됐어요. 하루 1500kcal이상 꼬박꼬박 챙겨먹고 삼겹살도 한 번 먹을 때 3~400g은 먹는데 다음 날 체중을 재 보면 200g씩 줄어 있으니 정말 신기했죠.”

식단을 갑자기 바꾸면서 부작용 같은 건 없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기운도 없고 머리도 아팠는데, 탄수화물을 확 줄이면 이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3일 정도 지나니까 몸이 정말 가벼워졌어요. 원래 손발도 차고 추위도 많이 타는 편이었는데 몸에 발열감이 느껴지고 손발도 따뜻해졌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실천해 보니 ‘키토인’이 안 되고는 못 견디겠더라는 황소 씨. 식단을 바꾼 것만으로 몸이 좋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는 그였지만 식비가 늘어 고민이라고 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은 아무 지방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지방만 골라 먹는 식단이기 때문입니다. 

황소 씨는 “몸에 좋은 지방, 자연에서 온 지방은 비싸다”고 꼬집었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가공식품은 싼 데다 유통기한이 길어 보관도 편리한 반면 신선식품은 비싸고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동료들과 외식을 자주 하는 직장인이라면 백반, 면, 빵 위주의 식사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아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 다니면서 식단 유지하는 팁이 있나요.
“사실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탄수화물을 아예 배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밥을 먹되, 양을 적게 먹습니다. 식당에 가면 설렁탕처럼 소위 ‘물에 빠진 고기’들을 많이 먹습니다. 삼겹살같이 고기 구워먹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요. 키토식 할 때 먹기 좋은 외식메뉴 표도 있어요. 육개장, 곰탕, 돈까스 같은 것들이요. 포인트는 되도록 밥과 면을 최소화하고 야채와 고기 위주로 먹는 거예요. 오후에 간식이 당길 때는 다크초콜릿을 먹고요. 생각보다 할 만 해요.

무엇보다도 동료를 키토인으로 만드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제 옆자리에 계신 선배가 저를 보시고 함께 키토식을 시작하셨는데, 같이 할 동료가 생기니 제 키토생활도 다시 활력 뿜뿜이에요. 밀가루 없이 만든 빵이나 과자도 나눠 먹고, 점심시간에도 좀 더 ‘고기력’ 높은 식당으로 가게 되고요. 케톤체가 얼마나 나왔는지 측정도 해 보면서 얘기하고요.”
사진=MBC 지방의누명 자문위원 이영훈 원장 인터뷰. 유튜브 ' 러브에코Love Echo' 채널 캡처
몸 속 중성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케톤체(아세토아세트산,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톤)가 생성됩니다. 이 케톤체가 일정 정도 이상으로 검출되는 상태를 ‘키토시스’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탄수화물 섭취 제한으로 인해 케톤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케톤성 저혈당증이 오는 등 건강을 해칩니다. 때문에 키토인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키토시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휴대용 케톤측정기나 소변검사키트로 몸 상태를 자주 점검합니다.

어제는 뭘 드셨나요.
“점심엔 회사근처에 있는 편백찜집(편백집 아현점) 에 가서 편백찜을 먹었어요. 숙주와 소고기를 나무 찜통에 쪄낸 음식이에요. 저녁엔 연어와 아보카도를 와사비와 함께 먹었고요. 아, 그리고 퇴근 후에는 밀가루 없이 카스텔라를 구웠어요. 제 간식거리를 만드는 동시에 아가와 함께 노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계란과 아몬드 가루, 버터를 이용해서 만드는 키토빵은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이야’ 싶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하고 중독성 있어요. 탄수화물 좋아하는 남편도 잘 먹더라고요.
사진='황소(닉네임)' 씨 제공
과자, 야식, 배달음식 등 유혹이 너무 많잖아요. 어떻게 참나요?
"그런 음식들을 완전히 안 먹지는 않아요. 제가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또 키토식을 잠깐 하고 말 것이 아니라 꾸준히 생활패턴으로 유지할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빵이 먹고 싶을 때는 키토식 빵집에서 주문해 먹기도 해요. 그런데 키토빵집들이 대체당(스테비아,에리스리톨 등)을 많이 쓰는 편이라 단맛이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좀 덜 먹으려고 해요. 단 맛에 길들여지면 대체당이 아닌 음식들 접했을 때 먹고 싶잖아요. 빵 과자는 직접 만들어 먹고, 배달음식으로는 대부분 양념이 강하지 않은 소금구이 치킨과 보쌈 같은걸 주로 먹습니다. 회도 자주 시켜먹는 것 같아요. "

키토 식단 할 때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외식할 땐 무조건 첫번째로 고기를 고릅니다. 삼겹살 차돌박이 같이 지방이 좀 많이 있는 고기가 최우선이고요. 그 다음이 물에 빠진 고기예요. 연어도 참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연어회요. 삼계탕 밥 없이, 곰탕 밥 없이 먹는 것 너무 좋고요. 쌀국수에 면 대신 숙주 많이! 외치면 훌륭한 한끼가 되더라고요. 빵은 29스트릿에서도 소개 해 주신 키토베이커리 등 몇 번 먹어봤고, 지금은 종종 구워먹습니다. 샌드위치는 빵을 덜 먹을 수 있는 오픈샌드위치, 혹은 빵 속을 정성껏 파 주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추천해요. 광화문에서 점심을 먹게 된다면 LCHF의 성지(?)로 꼽히는 식당 '디라이프스타일 키친'에도 들러 볼 계획입니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