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퇴 후 3시간씩 블로그하던 아빠... "월수입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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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5-23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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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가축에 텐트를 싣고 유랑하는 유목민(nomad)처럼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근무 형태를 말합니다.

잡화점은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지털노마드 네 번째 이야기 : 

전업 블로거 ‘세수하면 이병헌’
TV와 신문에 집중되던 광고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개인 창작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습니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유튜버, 블로거들도 광고를 받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표시광고법 등에 따라 대가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야 합니다.

평범한 사무직 직장인이던 황성원 씨(40)도 현재 전업 블로거로 지내고 있습니다. 블로그 리뷰, 글 기고, 유튜브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월수입 1000만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업 블로거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노하우를 물었습니다.
6년간 단 하루의 공백도 없었죠
황성원 씨 블로그 캡처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황성원 씨는 2015년 블로그로 수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월급이 적어 고민하던 중에 부수입을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업로드했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는 공백기에도 글이 발행될 수 있도록 예약을 걸어뒀습니다. 그는 글을 매일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조언합니다. 5월 15일 기준 그의 구독자 수는 1만 8800여 명입니다.


회사 다니면서 블로그를 운영할 시간이 되나요?
"시간으로 따지면 퇴근 후 2~3시간은 블로그에 투자했어요. 아내가 바쁜 직업이라서 제가 아이를 등원시키고 하원까지 했어요. 아내가 회식을 하는 날에는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것도 저의 역할이었죠. 육아하는 분들은 아실 텐데 아이를 재우다 보면 저도 같이 자요. 그러다가도 블로그를 하고 자야 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습니다.

육퇴(육아 퇴근) 후 3시간 내내 글만 쓰는 건 아니에요. 저는 IT 기기를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이런저런 공부가 필요할 때가 많아요. 글감과 콘셉트는 평소에 많이 생각해둡니다. 회사에서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스마트폰에 단어 정도만 적어뒀어요. 그러면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모든 걸 포스팅 소재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다른 블로그들과 차별화해야
그런데 IT 블로그는 너무 많지 않나요?
"그래서 차별성이 있어야 해요. 저는 독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게 뭘지 생각을 많이 하고 최대한 쉽게 적으려고 해요.

저도 처음에는 IT를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지식이 없었어요. IT 블로그를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IT를 전혀 모르는 아내한테 글을 보여주며 자주 물어봤어요 ‘이거 무슨 말인지 알겠어?’라는 식으로요."


방문자 수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
"상위에 걸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연구했어요. 예를 들어 ‘OOO’이라는 키워드를 넣었을 때 잘 걸리는지 알고 싶으면 그 키워드로 블로그에 실험해보는 거예요. 네이버는 어떻게 해야 상위에 걸리는지 공개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로직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꾸준히 테스트를 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해요.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오는 정책 같은 것도 알림 설정해서 바로바로 봤던 편이었어요. 지금은 전업 블로거분들이랑 단체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에 중요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
전업 블로거? 무작정 뛰어들지 마세요
퇴사를 결심할 때 두렵진 않았나요?
"퇴사 전에 일 년 정도 실험을 했어요. 처음에는 블로그로 월급의 절반 수준을 벌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6개월을 유지했어요. 그다음 월급보다 많은 수입을 6개월 유지했어요.

그 다음에 아내에게 진지하게 퇴사 이야기를 꺼냈죠. 당시 제가 블로그에 매진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냉담했어요. 당시에는 디지털노마드라는 말 자체도 생소했거든요. 하지만 딱 한 명, 제 아내만은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주변의 냉소적인 시선이나 무시가 있어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됐어요. "

수익은 어떻게 얻나요?
"전업 블로거로 나선지 꽤 됐기 때문에 대부분 블로그 리뷰 수익(원고료를 받고 제품 리뷰를 적는 식)이 많아요. 아니면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갈 글을 대신 써달라는 의뢰도 받고요. 또한 네이버에는 ‘애드포스트’라는 광고 수익 시스템이 있어요. 블로그에 달린 배너광고에 클릭이 이루어지는 만큼 광고 수익이 나는 거예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는데 한 달 식비 정도는 나오더라고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블로거도 '사회생활' 중요합니다
협찬 리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없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협찬을 받으면 100% 객관적이기 어려워요. 업체에서 ‘이건 아니다’ 싶은 정도의 내용을 요구하면 저는 ‘적을 수 없다’며 마찰을 겪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최대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리뷰를 지향해요.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이 제품을 사려고 하는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직접 해보고 경험으로 풀어주는 노력을 하거든요. 그게 제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을 벌면 투자도 많이 해요. IT기기가 비싸다 보니까 한 번 구입하는데 부담이 있긴 한데 최신 디바이스 구입은 과감하게 하는 편입니다. "

지금은 어디서 일하고 계세요?
"처음 시작할 때는 방에 책상이랑 컴퓨터 놓고 작업 공간을 꾸렸어요. 그러다 집에만 있으니까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블로그 하는 분들이랑 작은 사무실을 꾸려서 했고요. 지금은 혼자 공유오피스에 들어와서 하고 있어요. "

다른 블로거와 친하신가 봐요.
"블로그가 의외로 인맥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보니까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데 블로거도 그냥 사회생활이에요. 의미 없는 댓글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진짜 서로 공감이 돼서 소통을 하다가 유의미한 관계로 이어지기도 해요. 특히 광고대행사와 일하다 보면 잘 알고 있는 블로거를 추천해 주기도 하거든요. "
블로그 방문자 수, 얼마나 돼야 할까?
현재 황 씨는 블로그에 IT, 육아 관련 글을 쓰고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블로그 운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중복 키워드 없이 깔끔한 블로그 제목 만들기’ ‘블로그 방문자 수 늘리기 꿀팁’ 등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블로그로 수익을 내려면 방문자 수가 어느 정도 돼야 할까요?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카테고리가 워낙 많고, 편차가 있거든요. 굳이 정해보자면 하루 방문자 수 기준으로 최소 5000명은 돼야 해요. 그래야 나를 소개할 때 어느 정도 설득이 되거든요. "

티스토리 광고수익이 더 많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만약 협찬 없이 배너광고 수익만 생각하면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는 게 맞아요. 티스토리는 구글 애드센스를 달 수 있는데 이게 네이버 애드포스트 보다 수익이 많거든요.

하지만 협찬도 받고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네이버 블로그를 추천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어요. 자동차 회사에서 신차를 렌트해 주셔서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직장 생활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프리랜서 생활이 힘들 때도 있는데 이런 기회들이 원동력이 되어준 거죠. "

블로거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들께 조언해 준다면요
"블로그를 하다 보면 소위 '카더라'라고들 하는 헛소문을 접해요. 저는 그 소문들을 맹목적으로 믿지 말고 자기 블로그에 계속 테스트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업으로 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수입이잖아요. 일정 기간을 정해서 자신이 목표한 수익을 벌 수 있는지 검증을 해봐야 합니다. 계획과 검증 없이 뛰어들었다가 잘 안되면 진짜 멘붕이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과 계획을 하는 거. 그게 진짜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