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빛 캔버스, 그녀의 몸짓은 나빌레라 – 황소영 요가강사

프리랜서코리아
프리랜서코리아2020-05-02 10:00:01
공유하기 닫기
해외 여행을 가면 공원이나 쉼터에서 매트 하나 깔아 놓고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이미 일상 속에 요가 활동이 깊숙이 스며든 풍경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이런 일상을 우리나라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코리아는 작가의 꿈을 지닌 황소영 프리랜스 요가 강사를 만나, 이에 대한 인사이트와 프리랜서로서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왔다.

마음을 치유하다
학교에서도 그녀의 요가는 계속된다 쭈-욱 :)
예대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어떤 계기로 미술을 전공하게 됐나?

추계예대 서양학과를 작년에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어릴 때부터 마음의 치유 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사진을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연습을 주로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창작’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서 미술을 전공하게 됐다.

서양화 전공이긴 하지만, 몸의 체험이 투영된 회화 작업을 위해 옛 산수화의 방법을 빌려와 현대적 회화를 그리고 있다. 한국인에게 산수화는 친숙한 미술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매우 멀어져 버렸다. 이렇듯 아쉬운 마음을 작품 활동을 통해 채우고자 한다.

요가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초등학생 때부터 화실에 장시간 앉아 그림 그리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스스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도 종종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교 1학년 때 취미로 요가를 접했는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행복감이 느껴지더라. 이후 꾸준히 요가를 하게 됐고, 지도자 과정까지 밟게 됐다.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하다
황소영 요가강사의 작품들. 요가를 통한 에너지의 흐름을 회화로 재현했다.
작품에서 ‘핑크빛’ 채색을 많이 사용했다. 본인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와 관련이 있나?

요가를 통해 몸을 순환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고, 이 흐름이 바쁜 일상 속 지치는 마음을 위로해준다. 이러한 추상적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키고 싶었다. 요가에 수축과 이완이 있는 것처럼, 빨간색은 발산으로서의 강한 수축의 색이고 흰색은 이완의 색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 채색에 이 두 색깔을 사용했다. 빨간색과 흰색이 한데 섞이다 보니 핑크빛으로 보였던 것 같다.

내 작품은 요가의 수행을 통해 인체 안밖에서 느껴지는 시간적 흐름의 차이, 나와 자연과의 일심동체, 삶에서 흐르는 에너지 순환의 체험을 표현하고 있다. 몸은 현실에서 새로운 현상들과 마주칠 때마다 강력한 표현 의지로 연결되기도 한다. 내 회화는 일상 속의 몸, 요가를 수행할 때의 몸이 겪는 각기 다른 체험을 오가는 표현적인 작업이다.

이렇듯 요가와 회화 작업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요가를 통해 에너지를 받고 그 에너지는 다시 내 작품에 불어넣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일요일에는 전시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며 '잘 쉬려고' 노력하는 편!
보통 하루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가? 작업 활동과 요가 생활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일에는 아침 7시부터 11시, 저녁 7시부터 11시에 요가 강의를 한다. 아침과 저녁 수업 사이에,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회화 작업도 하고 있다. 요가 수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평일에는 정말 정신이 없다. 토요일도 허투로 쓸 수 없어서, 오전에는 요가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작품 활동을 한다.

그래도 일요일에는 최대한 잘 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까지 이 패턴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 스스로 보람차다.

진정한 자아를 보다
아쉬탕가요가(좌), 플라잉요가(우) 등 다양한 요가의 세계
요가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요가 타입과 추구하는 요가 세계는 무엇인가?

크게 전통요가와 현대요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요가에는 만트라요가, 아쉬탕가요가, 하타요가 등이 있고 현대 들어서 새롭게 디자인된 요가로는 힐링요가, 핫요가, 플라잉요가 등이 있다.

최근 이효리나 허지웅 덕분에 유명해진 요가는 ‘아쉬탕가요가’다. 남자들을 위해 고안된 요가인데, 시리즈도 엄청 길고 팔을 많이 써야 돼서 힘들다. 보통 요가 강사들이 수련하기 위해 아쉬탕가요가를 많이 하는데, 나도 일주일에 두 번씩 새벽에 아쉬탕가요가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요가는 ‘하타요가’다. 음과 양의 조화를 통해 육체와 정신을 통제하는, 가장 요가다운 요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타요가가 좋은 점은 ‘느린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동작을 내가 유지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유지하는 동안, 세상과 호흡하고 있음을 느끼며 진정한 자아를 보게 된다.

나는 하타요가를 하면서 요가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고, 하타요가가 주는 순간순간의 황홀감은 나를 영적으로 성숙시켜 준다.

요가 수련을 통해 삶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무엇인가? 요가로 얻게 된 긍정적 효과가 궁금하다.

꾸준한 수련은 내면의 고요함을 만들어 주었고, 슬픔이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순간순간을 지각하는 훈련을 통해, 과거에 집착하던 내 행동을 점점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에서의 집중력을 높여줬고, 불필요한 감정들이 작업에 드러나는 것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도 여전히 훈련 중이긴 하지만, 확실히 수련한 날은 작업도 더 잘 된다.

끊임없는 '자기 수련'
수업 전후 꾸준한 '자기 수련'으로 더 좋은 수업을 준비하는 황소영 강사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꾸준한 ‘자기 수련’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수련에 임하지 않은 날에는 수업도 하기싫어질 정도다. 매일매일 자기 수련을 통해 느끼는 새로운 몸의 감각들을 회원들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작품 활동과 요가를 병행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수련을 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 조금은 있다. 그래서 항상 자기 수련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중에도 잠깐 짬을 내어 한동작이라도 더 해보곤 한다.

작품과 마치 하나가 된 듯한 황소영 강사의 모습
그렇다. 작품 앞에서 요가 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가 수련이나 수업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작업실에 있고, 그 환경에서 요가를 하는 것은 내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부분이 ‘다른 누구보다 요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가에 대한 신념과 열정, 책임감을 가진 강사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프리랜스 강사'의 삶을 말하다

프리랜스 강사로서 느끼는 고충은 무엇인가?

운전면허를 땄는데, 프리랜서는 자동차 대출이 잘 안 나온다고 해서 벌써 걱정이다.(웃음) 이렇듯일반적으로 프리랜서들이 겪는 고충과 더불어, 요가 강사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페이 수준이 비슷하다. 지금의 페이가 불평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이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프리랜스 요가 강사분들이 돈보다는 마음의 수련 차원에서 강사 활동을 하시기에 페이 개선 문제는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다. 대부분의 요가원들이 풀타임 강사보다는 파트타임 강사를 선호하는 만큼 프리랜스 요가 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프코의 레슨 파트 활성화로,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요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뉴욕에서 만나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

최종적으로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제 대학원이 한 학기 남았다. 언젠가는 뉴욕에서 전시를 하고 싶은 마음에, 일정기간 동안 작업공간과 작업비를 제공받는 뉴욕 레지던시에 지원해 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야 되는데, 남은 한 학기가 많이 빠듯하긴 하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작품 활동에 좀 더 치중하게 되면서, 요가 수업도 줄여야 하고 수련 시간도 적어질 것 같다. 하지만 습관화된 나만의 요가는 일상에서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꾸준한 요가 수련과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밝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욕에서도 작품 활동과 요가 강습을 병행할 길이 있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황소영 강사의 애장품 공개!

핸드폰 보조배터리: 이동시간이 긴 나에게 필수템!
<감각의 논리> 책: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책
요가복: 비상 요가복도 항상 가방에 챙겨 다니는 편
노트: 순간순간 떠오른, 그리고 좋은 요가 수업을 위한 준비로서의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