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쌤들 행정실로 와달라” 진짜 이런 방송 나와?

29STREET
29STREET2020-04-01 08:00:01
공유하기 닫기
tvN '블랙독' 캡처
“기간제 선생님들께서는 행정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수업이 한창인 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방송이 울려 퍼진다. 고하늘(서현진 분)을 포함한 기간제교원들은 학생들에게 고용형태가 알려질까 봐 당황한다.

이는 기간제 교사의 애환을 다룬 tvN 드라마 ‘블랙독’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블랙독’은 기간제교사의 눈을 통해 학교의 모습을 전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초•중•고 교원 구성 현황 및 추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립 중•고등학교 기간제교사 비율(2018년 기준)은 각 23.21%, 23.18%에 달한다.

드라마 속 학교의 모습은 진짜일까? 신현석(체육), 최대한(과학), 차용우(수학), 홍대정(한문·일본어)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들은 기간제교사를 거쳐 현재 정교사를 지내고 있으며, 교직에 늦게 입문한 홍대정 교사만 정교사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런 방송하냐고요?
네 명의 교사는 “인터뷰를 위해 드라마를 챙겨보고 왔다”면서 “100%까지는 아니어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Q.드라마에서 ‘기간제 교사는 행정실로 내려와라’라는 방송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나

차T: 그 장면은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런 경우는 없다.

신T: 비슷한 일은 있다. 교직원증에 ‘기간제 교사’라고 명시되어 있는 학교들이 있다. 제가 실제 첫해에 경험했는데 자격지심에 스티커로 가리고 다녔다.(웃음)
권혁성PD hskwon@donga.com
Q.드라마를 보면서 ‘학교판 미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T: 실제로 하나의 사회생활이다. 제가 26세에 졸업예정자로 첫 교직생활을 했다. 선생님들이 ‘당신이 막내니까 의자 40개 세팅하라’고 알려주셨다. 저 또한 막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기분 좋게 했다. 일을 찾아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 학교에 TO가 없어서 채용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교장 선생님과 이사장님께서 추천서를 써주셨다.

최T: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차이가 있다. 사립 선생님들은 한 학교에서 정년까지 있는데 공립은 5년에 한 번씩 학교를 옮기기 때문에 문화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Q. 드라마에서 보면 시험, 생기부, 교원평가 기간이 긴장감 넘치게 묘사되더라

차T: 입시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는 생활기록부 작성이 그렇다. 거의 한 달 내내 생기부를 붙잡고 작성하는 것 같다. 학생들마다 내용이 비슷하면 대학에서 ‘애들한테 신경을 안 쓰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복사+붙여넣기' 식은 안 된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생기부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최T: 교원평가 결과는 적용 부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징계까지는 아니지만 점수가 낮은 선생님들은 방학 때 연수를 받아야 한다.
tvN'블랙독' 홈페이지
Q.주인공 고하늘이 일도 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최T: 저 같은 경우는 7년 동안 임용고사를 보고 선생님이 됐다. 노량진에서 2년 정도 공부만 하다가 이후 기간제 교사 생활을 병행했다. 어느날 아이들 자습시간에 교탁에서 임용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 왜 공부하세요? 이건 교재가 아니라 어려운 내용인데 왜 공부하세요?’라고 했을 때 빨리 정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도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쌓은 경험 덕분에 임용 2차 시연은 따로 준비하지 않고 평소에 하던 대로 했다.

Q.드라마에서 선생님들이 입학사정관에게 잘보이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더라. 실제로 그런가

차T: 저희는 할당을 해서 대학교 다 찾아가서 입학사정관을 만나고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 해에 3학년 애들을 보내야 하니까.

Q.드라마에서 보면 학교장추천전형을 누가 쓸 건지로 갈등을 빚더라

차T: 추천전형 기준은 3월에 미리 고지를 하기 때문에 크게 말 나오거나 그런 건 아직 없다. 보통 성적순으로 많이 뽑는다.
권혁성PD hskwon@donga.com
Q.언제 가장 정교사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홍T: 저는 아직 기간제교사를 하고 있다. 정들었던 학생들의 졸업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측면이 많이 아쉽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30대 초반에 교직생활에 입문했다. 젊은 교사를 선호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분발해서 정교사가 돼야겠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차T: 학생들이 수업을 집중해서 들을 때 ‘이런 학생들하고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간 쌓아왔던 정을 생각하면 힘든 게 있다.

최T: 1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내년에도 저희 가르쳐 주시죠?’하는데 거기서 할 말이 없었다.

Q.정교사가 되어보니 기간제교사 시절과 어떤 점이 다른가

차T: 고용 안정성이 가장 크다. 11월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던 걱정들이 없어졌다.

신T: 저는 11월이 되면 교원자격증,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이런 걸 100통씩 뽑아놨다.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전국에 있는 학교 시험은 다 봤다. 경북 안동에 있는 찜질방에서 자고 시험을 본 적도 있다. 11월마다 ‘아 원서를 써야 하는구나’ 생각하다 보면 지치기도 한데 그걸 안 한다는 게 큰 차이다.

홍T: 크게 공감이 간다. 제가 지금 그러고 있다.

최T: 교사를 하겠다고 그 길에 들어서면 그 이후로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간제 교사 같은 경우는 1년씩 계약을 하는데 출생률이 줄면 교사 수요도 줄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기간제•초임 교사 위해 경험 나누고 싶어
대학교 동기로 인연을 맺고 각자 다른 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이어가는 네 명은 유튜브 ‘쌤프렌즈’를 운영하고 있다. 임용고사, 수업 방식 등에 대한 경험을 나눈다.
Q.유튜브를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신T: 교사가 되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예비 선생님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다. 지금 구독자가 1200명 정도 됐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이 됐는데 저희끼리 ‘그런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순수하게 도움을 주는 영상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

최T: 초임교사도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저희가 했던 수업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Q.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최T: 보통 과학선생님은 진지하고 '노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저는 첫날 노래를 불러준다. 그런 게 제 모토였다.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이 되자'.

Q.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나

차T: 세월이 흘러서 우리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런 목표가 생겼다.

신T: 학생이 없다면 교사라는 직업 자체는 존재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잘못을 할 수도, 일탈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따끔하게 지적해 줄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든든한 조언자, 멘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최T : 나이를 먹어도 아이들 편에 서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학교를 억지로 오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