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목동·대치동 분위기는?

여성동아
여성동아2020-02-03 17: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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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김모 씨는 올해 3월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목동으로 이사하려 했습니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니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기로 한 김 씨 부부는 기왕 살 거면 교육환경이 좋은 목동의 구축 아파트라도 잡자고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6일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정부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 원 넘는 주택을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입니다. 그 이하의 경우라도 9억원까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40%로 유지하고 9억~15억원은 9억원까지 40%, 9억원 초과 구간은 20%로 낮췄습니다. 김 씨는 전세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매매는 어차피 안 되니 전세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는데, 하루 사이에 5000만 원 씩 올려 부르더라고요. 다들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매물이 씨가 말랐죠.”
목동 5단지 앞 학원가.
전세는 여전히 강세 

지난해 12월 중순 정부가 고가 아파트 대출 금지라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편 이후 고가 아파트 매매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목동의 9억~15억 아파트, 대체동 15억 원 이상 아파트 매매 문의는 확연히 줄었습니다. 반면 전세 문의는 대폭 늘어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 불렀습니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를 준비하던 세입자들은 피해를 보았다며 원성을 높였습니다.

5단지 아파트 내 A공인중개사무소를 들러 시세를 물었습니다. 실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3월 개학을 앞두고 2월에는 이사하려는 이들이 거래를 모두 마친 상태다. 매물이 한두 개밖에 없는데 재건축 아파트라 상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시세라도 알고 싶다고 하니 “전용면적 95㎡ 전세가가 8억~8억5천만원”이라고 답했습니다.

목동은 3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재건축을 논의 중이지만 사업 시행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설은 낡아 살기 불편하지만 사교육을 시키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 전세 수요는 꾸준하다고 합니다.
12월 16일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대치동은 전세대란이 벌어졌다. 대치동에서 인기가 높은 래미안대치팰리스.
이번 겨울 좀 더 유난스러웠던 대치동 전세 시장 

대치동 아파트 시세는 어떨까요. 3호선 대치역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에 들러 전반적인 분위기를 물었습니다. 사무소 대표는 “지금은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지만 대출이 막혔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조정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전세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구축은 갭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지방의 현금 부자들이 와서 살 가능성도 높다. 지방은 워낙 경기가 좋지 않으니 대치동 한 채 계약해 반전세로 돌리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정부가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괄 폐지하고 정시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 개편안을 발표한 터라 대치동 불패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전세 시장은 올겨울 유독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가가 올라도 이 정도로 정신없이 오르지는 않았다. 올해는 정부 발표 때문에 더 유난스러웠다. 대출이 막혀 집을 못 사니까 기존 세입자들은 임대 재연장을 선택했고, 시장에 전세 매물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러니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들은 전세 물건 몇 개를 가지고 싸워야 했다. 지금은 거래가 마무리돼 잠잠한데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