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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kg도 거뜬, 가벼운데 튼튼한 '종이가구' 만드는 사람들

29STREET 2020-06-09 11:32
무거운 침대 프레임, 혼자서 옮길 수 없을까

평소 이사가 잦다면 운반이 쉬운 가구가 절실합니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 가구면 운반은 물론이고 폐기까지 간편해 안성맞춤이겠죠.

운반 걱정, 비용 걱정. 이사 고민이 깊은 청년층의 마음을 헤아려준 회사가 있습니다. 그 무겁다는 침대 프레임도 이곳에서 파는 제품은 9kg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무게를 줄였을까요?

해답은 바로 ‘종이’에 있습니다. 종이로 소재를 바꿔 무게를 줄이고 폐기도 손쉽게 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데요. 왜 종이 가구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페이퍼팝(PAPER POP)’ 박대희 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사진=페이퍼팝 제공
페이퍼팝(PAPER POP)은 어떤 회사인가요?

"페이퍼팝은 종이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사가 잦은 1인 가구는 이사 때마다 가구를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버려지는 가구나 생활 잡화는 대부분 플라스틱, 철, MDF로 만들어지는데요. 이러한 소재는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오염의 주범이 됩니다. 

반면 종이는 현재 50% 이상 재활용되고 있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페이퍼팝은 종이로 책상, 책장, 침대 프레임, 고양이 장난감 등을 만듭니다. 이러한 제품을 통해 좀 더 나은 소비와 지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이’로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업 전 종이 패키지 제조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종이로 박스를 만들면서 박스 말고 좀 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사진=페이퍼팝 제공
종이 패키지 제조 회사 경력에 손재주까지 남달랐다는 박 대표. 제품 제작보다는 오히려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생소한 종이 가구를 알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처음 회사를 나와 창업했을 때 종이로 책장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건 자신 있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았지만, 제품 판매와 마케팅은 하나도 몰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크라우드 펀딩을 접하면서 제품을 소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마케팅 능력은 물론 제품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페이퍼팝 서서책상. 사진=페이퍼팝 제공
종이 가구는 내구성이 약하다는 인식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박 대표는 “튼튼하면서도 실용적인 게 종이 가구의 매력”이라고 답했습니다.

"많은 분이 종이를 약하고 저렴한 소재로 생각하시는데요, 골판지만 해도 종류가 수백 가지입니다. 또 수백 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한 종이도 있습니다. 

페이퍼팝이 사용하는 종이는 특수 포장재에 사용되는 종이입니다. 일반 종이보다 2배 이상 강해 물이 묻어도 잘 스며들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받은 제품이 있다면

"최근 크라우드 펀딩이 끝난 ‘서서책상’입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 허리 통증이 심한 분들을 위한 종이 스탠딩 책상입니다. 저 역시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가는 걸 많이 느끼는데요. 주변에도 이런 문제를 겪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서서책상’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페이퍼팝 서서책상. 사진=페이퍼팝 제공
페이퍼팝 구매 후기에는 ‘쉽다’ ‘빠르다’ ‘튼튼하다’라는 말이 자주 보입니다. 이런 사용 후기를 보며 직원들은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든 물건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박 대표는 이 밖에도 직접 제품을 사용하는 시민들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작년에 한강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종이 의자를 납품했었습니다. 저희가 만든 종이 의자를 수백 명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페이퍼팝 제공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종이 가구가 있나요?

"현재 옷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혼자 살아보니 옷을 정리할 공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올해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페이퍼팝의 목표는?

"현재 페이퍼팝은 국내 소비자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도 페이퍼팝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그리고 저희 제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지구 환경이 깨끗해지길 바랍니다."
 

장민지, 정수정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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