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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에도 소믈리에가 있다, ‘채소누나’ 홍성란

29STREET 2020-01-24 11:00
오늘의 식사는 무엇인가요? 점심은 간단하게 떡볶이, 저녁은 바삭한 치킨에 맥주!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나트륨에 중독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나트륨은 하루 5g이지만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소비량은 권장량의 2배를 웃돌고 있습니다. 잘못된 식습관은 비만, 뇌졸중, 심근경색의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건강한 식습관 만들기를 도와줄 전문가가 있습니다. 바로 ‘채소 소믈리에’ 홍성란(35) 씨입니다.
사진=홍성란 씨 제공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요리법을 전달해주는 전문가입니다. 대학 시절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홍성란씨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미술을 그만두고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일이 성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요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Q. 채소 소믈리에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처음에는 푸드스타일리스트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국에도 학원이 있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서 유학을 가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언어도 배우고 시야도 넓히기 위해 2년간 일본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시절에 우연히 채소 소믈리에를 알게 됐는데 다른 공부와 병행하기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부족해서 포기했어요. 귀국 후에 한국에도 채소 소믈리에 협회가 생긴 걸 보고 자격증을 땄습니다.”

채소 소믈리에는 2001년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자격증으로 한국에는 2011년에 도입되었습니다. 한국 사단법인 채소 소믈리에 협회를 통해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요. 주니어 및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뒤 필기, 발표시험을 거쳐 취득하게 됩니다. 시험을 통과하려면 채소에 관한 정보나 지식은 물론 유통과정까지 알아야 합니다. 농부, 의사, 요리 연구가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진=홍성란 인스타그램(@foodran)
Q. 푸드 스타일리스트에서 요리 연구가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국에 귀국하고 요리 연구가 선생님 밑에서 어시스트를 했어요. 선생님은 강의부터, 방송, 잡지촬영까지 하시는 분이었는데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이 매력 있더라고요. 푸드스타일리스트로 깊이 들어가기에는 비용이 부담되던 찰나였거든요. 스튜디오와 많은 인력, 촬영 소품 등을 다 갖춰놔야 하는 데 여유가 없었어요. 그때 마침 요리연구가 선생님이 하시는 일에 매력을 느껴서 시작한 거죠.”


Q. 여러 분야 중에서 어떻게 채소를 선택하셨나요?
A

“요리학원에서 선생님으로도 일했는데 단순히 요리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내세울 수 있는 종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요리가 채소 분야와 건강식이더라고요.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저염식 식단과 채소 습관화를 시작했더니 좋은 점들이 많았어요. 제 경험을 토대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나 활용법을 공유하고 싶어서 채소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죠.”
사진=홍성란 인스타그램(@foodran)
Q. 채소 소믈리에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나 팁이 있을까요?
A

“꼭 직업으로만이 아니라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의 장점이 많아서 채소 소믈리에에 관심이 있다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단, 그냥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 실천하고 습관을 들인 후 활동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채식습관을 실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홍 씨의 레시피를 보고 채소에 흥미를 느끼는 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합니다. 채식습관화로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변화한 후기들이 들려온다는데요. 가족들과 함께 채소요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도 생깁니다. 하지만 프리랜서 활동은 안정적이지 않은 탓에 불안함이 몰려올 때도 있습니다.

Q.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불안할 때는 없나요?
A

“불안하다는 생각은 항상 하죠. 처음에는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집에서 모든 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생계형 직업이었거든요. 좋아하는 일이어서 뛰어들기는 했는데 수입이 들어오는 달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항상 불안했어요. 대부분의 일이 한 두 달 뒤에 입금됐거든요. 강의에 필요한 재료나 스튜디오 월세를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버거울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지금은 육아와 가사에 충실하고 있어서 간간이 활동하고 있지만, 결혼 전까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은 일을 했죠.”

감기를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겨울철 채소 섭취가 중요합니다. 홍 씨는 쉽게 섭취하는 방법으로 미네랄 워터를 활용한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좋아하는 채소와 과일을 썰어 생수와 함께 우려내어 마시면 수용성 미네랄 성분으로 영양이 한층 더 해져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있나요?
A

“프리랜서가 일이 없을 때는 진짜 없어요. 건강식이 떴을 때는 한참 일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셰프 붐이 일면서 일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요.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져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아프리카 TV에서 요리 방송을 한 달 정도 했죠. 그랬더니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연락이 와서 출연한 거에요. 그 때 헛된 경험은 없다는 걸 실감했죠. 지금도 육아 때문에 일을 많이 못 하고 있는 게 아쉬워서 유튜브 채널 ‘오니라니’를 개설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유식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쉬엄쉬엄 일하고 있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여러 일을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익숙한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언제나 어렵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인 채소 소믈리에로 활동하면서 ‘채소누나’라는 친근한 별명을 얻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도시농부학교를 수료하고 3톤 굴착기 자격증도 취득하며 귀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밝은 미소로 건강한 요리를 하는 홍성란씨의 도전이 기대됩니다.

성소율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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