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이 '하이볼'에 열광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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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3-03-21 09: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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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unsplash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요즘 유통업계는 말 그대로 위스키와 하이볼에 풍덩 빠져 있다. MZ세대들에게 하이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위스키 시장 또한 성장세가 크다.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 6684만 달러(약 3477억 원)로 전년 대비 52.2% 증가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스키는 201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21년 코로나19로 증가세로 돌변했다. 자연스럽게 위스키를 탄산과 함께 섞어 마시는 하이볼 또한 현재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군이 쏟아지고 있다.
하이볼 /flickr
하이볼 칵테일은 일반적으로 술과 탄산을 섞어 마시는 음료로 기본적으로는 스카치위스키에 탄산수를 섞는 스카치 앤 소다가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진토닉, 스크류드라이버, 블러디메리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그냥 먹기에는 너무 독하고, 맛이나 향도 없어 주스나 탄산을 섞어 마시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하이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탄산음료는 영국인들이 일찌감치 관심을 가진 음료였다. 유리를 입으로 불어 만드는 사람들은 탄산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병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은 1655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병에 든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는 데 기여했다. 이후 100여 년간 탄산음료는 큰 인기를 얻었고 빠르게 산업화된다. 스파클링 와인은 특히 영국 상류층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들은 때부터 브랜디 위에 탄산수를 섞어 먹었고 한다. (여기에 빠진 건 얼음뿐이었다고)

하이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C.F.로울러의 'The Mixicologist'라는 책에서 얼음과 위스키, 탄산수로 만든 'Splificator'라는 이름의 칵테일로 알려져 있다. 로울러는 저서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잔에 얼음과 탄산수를 채우는 것을 제안했는데, 이 칵테일은 아마 최초의 하이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로울러가 이 칵테일 레시피를 만든 이후 미국에서 하이볼의 기원에 대한 설이 분분해진다.
하이볼 /unsplash
보스턴의 패트릭 더피라는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연 바에 유명한 영화배우가 들렀고, 그가 스카치 앤 소다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더피는 배우의 제안으로 탄생한 얼음과 스카치, 소다 한 병으로 구성된 새로운 음료를 하이볼의 원조라 주장했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어 불분명한 설에 불과하다.

또 증기 열차 안 물탱크에 떠 있는 지시기가 열차 운행이 가능할 만큼 올라와 있는 상태를 가리켜 '하이볼'이라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정상 주행 상태가 되면 차장은 하이볼이라 외치며 호루라기를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부는데 이것이 증류주 두 샷과 길게 따르는 주스나 탄산수를 부어 칵테일을 만드는 비율을 가리킨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 역시 확실한 유래는 아니다.

하이볼은 본격적으로 2000년대 일본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바텐더들이 하이볼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제조하면서 일본은 일명 '하이볼의 천국'이라 불린다. 미국에서 대중화된 하이볼이지만 일본에서도 하이볼은 칵테일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자판기에서 하이볼을 구매할 수도 있고 칵테일 바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하이볼을 주문할 수도 있다. 유리잔의 온도, 크기에서부터 음료를 휘젓는 횟수도 각기 다르며 각 바마다 자체 규정이 있을 정도라고.

위스키라 하면 고루한 느낌이거나, 젊은 층이 마시는 술이란 생각을 잘 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단체로 모여 마시는 것보다 홀로 시간을 보내며 마시는 '혼술'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주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제 맥주나 소주를 비롯해 막걸리와 칵테일, 와인에 이어 이제는 위스키를 즐기는 MZ세대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들은 단순히 술을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들과 조합해 즐기는 경향이 더 강하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발베니 위스키 /GS리테일
위스키는 그동안 고가 주류라는 인상이 컸지만 지금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술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된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일본의 주류 기업인 산토리가 개발한 레시피를 대중적으로 쓰고 있다.

산토리는 하이볼을 위스키와 탄산수를 1:4 비율로 섞는 레시피를 쓰는데 이 레시피가 국내에서도 알려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흔한 펍이나 바의 수제 맥주가 엄청난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위스키와 칵테일, 하이볼이 대세인 듯하다. 여러 유통 업체들은 앞다투어 RTD(레디투드링크)하이볼 상품을 내놓고 주요 편의점들은 캔 형태로 된 RTD 하이볼들을 출시하고 있다.
온더락 빅볼 아이스볼 /CU
CU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대용량 온더락 빅볼 아이스 볼을 포켓 CU를 통해 선출시한다. 얼음 전문 생산업체인 동양냉동에서 제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루빙의 큐브 얼음(6입, 700g)과 볼 얼음(6입, 800g) 2로 CU의 커머스 앱인 포켓CU 예약 탭에서 상품을 선택해 픽업을 원하는 점포와 날짜, 시간을 정해 결제하면 된다. CU에서 위스키를 포함한 양주의 매출 신장률은 2020년 59.5%, 2021년 99.0%, 2022년 48.5%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38.8%로 두 자릿수의 신장률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CU 김성모 책임은 "위스키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도 예전보다 많이 나가는 편이다"라며, "이전에는 이자카야나 바 등에서 하이볼을 즐길 수 있었다면 지금은 집 앞 편의점에서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로얄 오크 프리미엄 하이볼 /트레디움
이지 블루하와이 하이볼 /카브루
트레디움은 GS25를 통해 일본 정통 하이볼 제조법을 담은 '로얄 오크 프리미엄 하이볼'을 선보인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일본 위스키 12.5%에 레몬 과즙과 탄산수를 섞었다. 알코올 함량은 7%로, 트레디움 관계자는 "일본 위스키에 레몬 과즙과 탄산수만 넣어 드라이한 일본 정통 하이볼 레시피를 그대로 담았다"고 전했다.

카브루도 GS25에서 '이지 블루하와이 하이볼'을 출시했다. 이지 하이볼은 여러 재료 없이도 집에서 간편히 마실 수 있는 RTD 제품으로 블루 하와이안 칵테일을 연상케 하는 레몬 하이볼이다. 카브루 관계자는 "20년 넘게 다양한 시도를 해 온 카브루 브루어리에서 직접 양조한 원주를 기반으로 적절한 밸런스의 부재료들을 넣어 맛과 향을 구현했다"며, "식당이나 펍에서 마시던 하이볼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 밝혔다.
위런 /GS리테일
GS25에 따르면 올해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27.5% 증가했으며, 지난달 10일에 열린 '위런(위스키오픈런)' 행사는 2023병 물량이 열흘 만에 완판됐고, 올해부터는 매월 10일마다 위스키 행사를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3월 10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인기 주류 8500병을 선보이는 '위런(위스키오픈런)'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위스키 12종 5천 병, 와인과 샴페인 3500여 병을 선보인다. GS리테일 박도영 부장은 "개인 취향의 술을 찾는 트렌드가 퍼지면서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술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는 '위런(위스키오픈런)' 같은 행사도 열고 있으며 다양한 상품과 함께 주류 카테고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볼 /unsplash
완벽한 하이볼은 어떻게 만드는가? 바텐더들은 대개 높이가 높은 유리잔을 차갑게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탄산수의 탄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리잔은 차가울수록 좋다고 한다. 유리잔이 조금 식으면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붓는다. 위스키를 넣은 잔에 탄산수를 얼음 사이로 천천히 붓고 난 다음 막대 스푼으로 음료를 부드럽게 저어 위스키와 탄산수가 잘 결합되도록 한다.

꼭 탄산수가 아닌 감귤주스나 다른 주스를 넣어도 되며, 완성된 칵테일은 고전적이면서도 맛있는 하이볼이 된다. 하이볼은 탄산수를 섞든, 주스를 붓든, 토닉워터를 섞든 온전히 내 맘대로 먹을 수 있다. 또 단 맛이 크지 않아 여러 음식과도 궁합이 좋고, 간편식이나 간식과 함께 가볍게 먹을 수 있어 당분간은 혼술 문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