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옛 호랑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을 때 뚱랑이가 탄생했다, 후지필름코리아 '虎(범호)'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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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2-10-21 09: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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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虎(범호)' /후지필름코리아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이하 후지필름코리아)는 12월 9일까지 청담동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 파티클에서 인기 캐릭터 ‘뚱랑이(뚱뚱한 호랑이)’를 만든 무직타이거의 브랜드 디자인 전시 ‘虎(범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일러스트 브랜드 무직타이거(MUZIKTIGER)의 대표 캐릭터 ‘뚱랑이’가 탄생하기 이전까지 아트웍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초기 디자인에 주목하여 민화적 소재들을 무직타이거만의 조형언어로 해석한 작업들에 집중한다.
전시 작품 /김서진 기자
강렬한 색감의 대비가 돋보이는 호랑이 /김서진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가 지니고 있는 용맹성에 기인해 주로 수호적인 기능으로 많이 그려졌다. 호랑이 그림은 역사성에 바탕을 두고 섣달 그믐날 이른 새벽에 잡귀를 물리치고 액막이의 구실로 그려지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호랑이 그림을 전문으로 그려 화명을 떨쳤던 고운을 중심으로 하여 본격적인 발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후기에 이르러 호랑이 그림은 심사정, 김홍도와 강세황, 이의양 등이 많이 그렸다고 한다.

커다란 몸집에 날카로운 이빨과 매서운 눈빛의 맹수지만 요즘의 우리에게는 큰 고양이라 불릴 만큼 친숙한 대상이 된 동물 ‘호랑이’. 일찍부터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많이 서식한다는 이유로 ‘호랑이의 나라’라 일컬어졌다, 그래서인지 우리 문화 속 그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다. 호랑이는 ‘호환마마’라 불릴 정도로 잔인하고 흉포한 공포의 대상이자 동시에 숭배의 대상으로 신격화된 산신이기도 혹은 민간설화 속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존재이기도 했다.

다양한 면모를 가진 호랑이의 흥미로운 등장은 특히 민화에서 주목할 만한데,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더욱 공포스럽고 기괴하게 표현되는가 하면 익살스럽고 엉뚱하기도 한 해학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모든 요소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던 옛 그림 속 호랑이는 지금까지도 많은 해석을 남기며 동시대의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다.
화호도 군단 /김서진 기자
이렇게 우리 문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동물인 호랑이를 모티브로 하여 대중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무직타이거는 현재 ‘뚱랑이’라는 대표 캐릭터를 통해 폭넓은 연령층과 수많은 브랜드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다. 동그랗고 앙증맞은 뚱랑이는 한순간에 대표적인 캐릭터가 된 것은 아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브랜드의 컨셉으로 하여 호랑이를 주 소재로 택하며 그 다채로운 모습을 활용하고 발전시켜 현재에 이르렀다.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호랑이 작품들 /김서진 기자
무직타이거의 원형인 호랑이 /김서진 기자
무직타이거는 '무직(無職)' 즉,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의 호랑이를 의미한다. 직장을 떠나 원하는 일을 하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무직타이거 측의 설명이다. 무직타이거는 자동차 관련 디자이너로 일하던 송의섭·배진영 부부가 2018년 런칭한 캐릭터다.

초반에는 전통 민화를 기반으로 한 패턴 위주였지만 호랑이를 귀엽게 표현한 '뚱랑이' 캐릭터가 MZ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본격적으로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이 만든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호랑이 캐릭터 ‘뚱랑이’는 천하태평하게 늘어져 있는 행동과 표정이 매력 포인트로, 다양한 기업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내놓으며 M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다.

송 대표는 다양한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은 비결에 대해 “밀레니얼 첫 세대인 우리까지만해도 사회는 살벌하더라도 캠퍼스에는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 생활도 그렇지 않아 자유로운 삶에 대한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호랑이 그림의 병풍 /김서진 기자
어해도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 <虎(범호)>에서는 지금의 무직타이거가 완성되기까지의 수많은 고민이 담겨있을 아트웍의 변천사를 한 자리에 펼쳐 보이고자 한다. 특히 초기 디자인에 주목하여 민화적 소재들을 그들만의 조형언어로 해석한 작업들에 집중한다.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작호도나 꽃과 새가 어우러진 화조도, 물고기를 그린 어해도 등을 연출한 작업물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립하며 모든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민화 속 과장된 모습의 호랑이와 까치, 꽃, 나무 등을 모던한 형태감으로 재해석하며,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 오브제들의 결합을 통해 무직타이거만의 감각이 가미된 민화풍 아트웍을 선보였다.
다양한 패턴 작업 /김서진 기자
패턴과 호랑이 /김서진 기자
또한 보다 강렬한 원색의 대비감을 극대화하거나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패턴 작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특정 요소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자칫 고루하게 보일 수 있는 주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이후에는 점차로 입체감을 지우고 평면의 간결한 형태로 캐릭터화하는 호랑이의 모습과 위트 있는 연출이 더해져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인으로 변모하게 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의 주제인 무직타이거는 ‘과거와 현재의 우리를 대변하는 존재로 여겨져 온 호랑이를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이 중심축으로 삼았던 큰 맥락을 지켜오며 오랜 시간동안 변화하고 발전시켜 온 브랜드의 힘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후지필름코리아 임훈 사장은 "단지 디자인만을 위한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한 장의 아트웍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