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콜라, 우린 이걸 ‘사이다’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마시즘
마시즘2022-06-2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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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리에 앉아도 투명인간 신세를 면치 못하는 나에게 친구는 귀중한 팁을 알려주었다. “염색을 하면 사람들이 좀 알아보지 않을까?” 친구의 조언은 정말로 효과가 있어서 붉은 머리가 된 나에게 많은 시선이 쏟아지게 되었다. 문제는 비호감으로 주목을 받아 꼭 한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냥 검은 머리로 조용히 살 걸.

마실 것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똑같은 색깔로 우리를 찾아왔던 콜라가 다른 색이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 음료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 마시즘은 ‘색다른 콜라’에 대한 이야기다.
콜라의 색깔을 없애면 어떨까?
코카콜라 클리어 & 크리스탈 펩시
냉전시대 소련의 영웅 ‘게오르기 주코프’가 코카콜라를 좋아해서 미국에 투명한 콜라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보드카로 위장시켜서 콜라를 먹을 계획이었겠지만, 갈색이 아닌 투명한 콜라를 마신다면 인지부조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실제 상업적으로 투명한 콜라가 나온 적이 있다. 우선 1992년에 나온 ‘크리스탈 펩시’가 문을 열었다. 이 제품은 출시 당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곧장 ‘콜라의 맛이 부족하게 난다’며 대중들의 외면을 빠르게 받았다. 하지만 단종이 된 이후에 인기를 더 얻었다. 올해는 출시 30주년을 맞아 이벤트가 열렸고, 크리스탈 펩시를 맛보기 위한 참가자들로 줄을 섰다.

일본에서 나온 투명콜라 ‘코카콜라 클리어’의 경우는 이유가 조금 다르다. 당시는 사람들에게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 숨기기 위해 콜라를 투명하게 만든 것이다. 그때는 투명한 커피, 투명한 밀크티, 투명한 맥주 등 여러 클리어 음료가 나왔다. 지난해 코카콜라 클리어는 보다 가볍고 청량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라임을 추가한 ‘코카콜라 클리어 라임’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정도면 그냥 ‘사이다’ 아니야?
코카콜라를 이긴 유일한 콜라
골드 잉카콜라 & 옐로콜라
콜라의 색깔을 바꿔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은 ‘크리스탈 펩시’에서 증명이 된 듯했다. 하지만 색깔 하나로 코카콜라와 경쟁을 이겨낸 콜라가 있다. 페루의 황금콜라 ‘잉카콜라’다. 잉카문명과 황금색깔을 키워드로 잡은 이 음료는 현지에서 코카콜라보다 많이 찾는 탄산음료다. 결국 코카콜라도 잉카콜라와 정면대결을 포기했다. 대신 잉카콜라를 인수해버렸지만.

투명한 콜라 시리즈가 보다 가볍고 상큼한 콜라맛을 나타낸다면, 잉카콜라는 조금 더 단 맛을 강조한 맛이 났다. 탄산감은 덜하더라도 멕시코 코카콜라처럼 달콤한 느낌이 많다. 마시즘처럼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초딩입맛에게는 더 어울리는 음료일 듯싶다.

하지만 페루에서는 성공했지만, 한국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90년대 옐로콜라는 ‘한국의 잉카콜라’가 되지는 못했다. 콤비콜라의 자매품으로 나왔던 ‘옐로콜라’는 카라멜느낌의 진한 단맛이 안 나서 살짝 아쉬웠던 콜라였다. 둘 다 똑같은 색깔인데 한쪽은 ‘황금빛’으로 흥하고, 한쪽은 ‘노란색’으로 옐로카드를 받다니. 마케팅은 역시 한끗차이인가.
여름맞이 파란 콜라가 왔습니다
펩시블루&소라이로 콜라
투명한 콜라만큼이나 파란 색깔의 콜라는 (내면 안되지만) 내고 싶은 아이템 같은 것이었다. 2004년 한국에도 나왔던 ‘펩시블루’는 부동액이 아니냐는 많은 조롱과 단종에도 불사조처럼 다시 출시되는 녀석이다. 작년에도 또 미국에서 나왔더라고. 그리고 또다시 같은 조롱을 받고…

마셔본 사람들은 ‘파란색은 역시 식욕을 감퇴시키는 색깔이다’ 혹은 ‘파란느낌 색에서 기대하는 시원함과 콜라의 단맛은 다르다’ 등의 이유를 찾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쪽에서는 꾸준히 팔렸다는 게 함정. 일본의 경우는 ‘하늘색’으로 포지션을 하여, ‘사이토 소라이로 콜라’를 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코카콜라나 펩시 정도의 커다란 브랜드가 아니면 파란색 콜라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코카콜라, 펩시 빼고 괜찮은 콜라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 자체가 적다는 게 함정이지만.
콜라의 색다른 도전은 어디까지 갈까?
(크리스탈 펩시 상세리뷰는 영상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먹을 것으로 장난치지 말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콜라의 색 다른 변신은 계속될 것 같다. 당연하다 싶은 모습을 넘어 인식하지 못하는 콜라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맛도 색깔도 다양해질 콜라의 재미있는 도전들을 기대해본다. 크레파스처럼 색색의 콜라를 모아야지. 그럼 그건 환타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