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수도 없는 ‘가상세계 음료’는 왜 출시되나?

마시즘
마시즘2022-05-23 09: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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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즘 사무실 아래층에는 동네 마트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매일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초등학생 인파가 마트 앞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연예인이라도 온건가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바로 ‘포켓몬빵’, 정확히 말하자면 ‘포켓몬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 을 사기 위한 인파였습니다. 콜라를 사러 내려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빵이 얼마나 한다고 이렇게 줄을 서서 치열하게 사야 하나?”

그때는 몰랐죠. 포켓몬 빵이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조카의 어린이날 선물 때문에 포켓몬 빵을 찾아 당근마켓까지 뒤져야 했다는 걸. 그리고 정가의 몇 배를 주고 동네 초등학생에게 포켓몬 빵을 사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구나… 이야 줄 설만 하네.

초등학생 여러분에게 ‘수요와 공급의 참교육’을 받은 저는 생각했습니다. 제가 너무 마트에 파는 음료들의 정가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을요. 아마 요즘 유행하는 NFT 같은 것도 띠부띠부씰 같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어 준비했습니다. 바로 NFT에 뛰어든 음료 브랜드에 대해서 말입니다.
마시지도 못하는 거, 왜 음료들이 NFT, 가상세계를 논해?
NFT, 메타버스… 최근 몇 년간 화두가 되는 용어들입니다. 마시는 것밖에 모르는 마시즘 에디터지만, 부족하게나마 이해한 개념으로는 메타버스는 온라인이 중심이 되는 삶의 공간 확장이고,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디지털 화폐 혹은 예술품(이 동봉된 진품 인증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예술작품들이 판매되던 NFT시장이 커지자 많은 식음료 업계가 참전하게 되었습니다. 피자헛은 재빨리 도트를 찍어 피자를 만들고, 프링글스도 제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먹지도 못할 것을 인기에 영합해 단순 투기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대중적 시장이 아니라면 저는 음료 브랜드도 할 법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이미 먹고, 마시지 않고 제품을 수집하는 사람(과 시장)이 있다.
2. 그들에게 유통기한과 변색되지 않는 제품은 가치가 있다.
3. 심지어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거래도 간편하다고?

아니나 다를까. 트렌드를 선도하는 많은 음료 브랜드들이 NFT 시장에 참여하거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콜라나 커피, 맥주는 어떻게 이 가상세계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요?
01. 코카콜라는 원래 수집품 아님?
NFT로 굿즈를 판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오랜 수집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동호회가 있고, 세계적인 콜렉터들의 커뮤니티 또한 활발합니다. 소장가치 또한 놀라운데요. 예를 들자면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으로 나온 ‘호돌이 코카콜라’가 당시 200원에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2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런 코카콜라 수집가들이 NFT 시장에 참여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코카콜라는 NTF로 가상 수집품을 출시했습니다. (입을 수 없지만 멋진) 코카콜라 재킷부터 (마실 수 없지만 멋진) 코카콜라의 클래식한 자판기까지 출시를 했습니다.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된 코카콜라 NFT 시장은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코카-콜라는 약 575,883달러의 수익을 얻었고, 이 금액을 지적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스페셜 올림픽’에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코카콜라는 가상세계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올해 시작된 코카콜라 크리에이션은 ‘우주맛 코카콜라’에 이어 ‘픽셀맛 코카콜라’를 출시했거든요. 문제는 현실이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에 우선 출시되었습니다. 사람 가는데 코카콜라 가듯이, 그들이 가상세계에 간다면 코카콜라 역시 그곳에 있겠다는 마음이 보인다고 할까요?
02. NFT 맥주가 아무리 멋져도 현실만 못할걸?
하이네켄 실버
하지만 음료의 본질인 ‘인간이 마실 수 있는 액체’를 생각했을 때, 음료들의 가상세계 진출을 부정적으로 볼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네켄’은 거기에 위트를 하나 더 넣어서 아예 NFT 세계를 풍자하려는 의도로 NFT 맥주를 출시했습니다. 바로 ‘하이네켄 실버(Heineken Silver)’입니다.
하이네켄 실버는 비판도 하이네켄이 각을 잡고 하면 이렇게 유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NPC 농부가 재배한 코딩 홉으로 디지털 양조장을 만들고 엄밀한 프로세스로 ‘하이네켄 실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맥아도 홉도, 물과 효모도 없지만 프리미엄 라거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아바타가 마시는 것을 볼 수는 있지만 나의 목마름은 해결되지 않고요, 화상회의 필터로 하이네켄 실버를 띄울 수도 있지만 작동이 안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고객 안내에는 필터에 문제가 생기면 진짜 맥주를 사서 책상에 놓으라는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상세계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좋지만, 새로운 맛(특히 맥주)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는 아니다”라는 하이네켄의 생각을 말해줍니다. 아무리 가상세계에 맥주나 음료가 나와도 현실에서 맛보는 한 모금보다 중요한 가치는 아니라는 하이네켄만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죠.
반대로 미국의 버드와이저는 NFT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열심히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버드와이저의 과거 캔 디자인(코어 헤리티지 캔, 골드 헤리티지 캔)을 NFT로 등록을 하였고, 이어서 버드 라이트의 새 제품 ‘Bud Light N3XT 컬렉션’을 판매해서 1시간 만에 매진을 시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과연 맥주의 미래는 하이네켄의 손을 들어줄까요, 버드와이저의 손을 들어줄까요?
03. 술테크의 핵심인 위스키 NFT로 진출하다
달모어 & 글렌피딕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맛있어서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비싸져서 사랑하는 사람. 위스키는 이미 고가의 시장이고, 와인처럼 출시년도에 따라 가치가 다르고, 높아집니다. 게다가 도수가 높아 유통기한이 사실상 없습니다. 영국의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매년 18년산 맥켈란을 선물로 줬는데 아들이 그것을 팔아 집을 마련하는 종잣돈(가격이 8배가 뛰었습니다)으로 썼다는 뉴스는 한 때 유명했습니다.

이 외에도 위스키로 재테크를 하는 이야기들은 많죠. 2020년에 한정 판매한 일본 위스키 야마자키 55년은 품귀현상이 일어나며 3,000만원짜리가 홍콩의 한 경매장에서 9억원에 팔려버리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어휴 이런 (마시지도 않을) 위스키를 잘못 보관하다가 깨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라는 생각을 해결해 줄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이 NFT 위스키의 탄생입니다.

최초의 NFT 위스키를 출시한 곳은 스코틀랜드의 달모어(The Dalmore)입니다. 달모어는 마스터 디스틸러가 선택한 4개의 위스키(1979, 1980, 1995, 2000) 컬렉션을 발행하였습니다. 가격은 137,700달러였습니다(…). 저는 부루마블로도 이 정도 돈은 만져본 적이 없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인 ‘글렌피딕’의 경우는 아이디어를 하나 더했습니다. 바로 글렌피딕의 NFT를 가지면 디지털화하여 판매를 할 수 있고, 또 실제 현실에 있는 물리적인 위스키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테크를 할 사람은 훼손이 되거나 깨질 염려 없이 NFT로 거래를 하고 맛을 볼 사람은 이 NFT를 가지고 제품으로 교환하는 가상과 현실의 콜라보(?)가 되겠습니다.
04. 그리고 슬슬 움직이는 스타벅스
최근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NFT에 진출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스타벅스야 말로 앞선 코카콜라나 위스키 브랜드 못지않은 가상세계에 적용 가능한 사업모델을 가득 만들어 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 충성도 있는 팬을 가득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만 봐도 굿즈 하나가 나오면 줄을 서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스타벅스는 단순 카페 프랜차이즈로 볼 수 없는 ‘사이렌 오더(선불 충전금)’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선불 충전되어 유치한 현금만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달러(2조 3천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스타벅스 자체가 커피매장이 아니라 준은행이다!” 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죠. 물론 스타벅스가 진출한 각 국가마다 규제가 달라 각국의 돈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충전한 스타벅스 카드를 한국에서는 쓸 수 없는 것이죠.

이런 부분의 해결을 ‘블록체인 기술’로 보고 있고,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을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술에 대한 열린(열려야만 하는) 마인드와 NFT의 유행은 스타벅스 NFT를 출시하게 만들겠죠. 아직은 어떤 형식의 NFT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려는 스타벅스의 큰 그림 안에 꼭 필요한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상세계에서 맛보는 음료의 맛은?
이외에도 많은 음료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NFT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하는 시장이고 때에 따라 등락이 자이로드롭처럼 바뀌고 있습니다. 거품이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안정화가 되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죠.

돈보다 마시는 경험에 관심이 있는 마시즘의 시선에서는 NFT, 메타버스는 앞으로가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사람이 가는 곳에 마실 것인 ‘음료’가 빠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니까요. 과연 이 음료들이 NFT로 발행되는 예술작품처럼 수집품의 영역에 남을지, 혹은 게임의 포션처럼 가상 세계 속의 나인 아바타를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마법의 물약으로 발전할지 말이죠.

참고문헌
- As Coca-Cola Auctions Its First NFT, More Brands Are Entering The Metaverse, Marty Swant, Forbes, 2021.7.28
- Coca-Cola NFT Auction on OpensSea Fetches More than $575,000 , Coca-Cola, 2021.8.6
- Heineken Droaps Metaverse Beer NFT “Heineken Silver”, Janelle Borg, NFT EVENING, 2022.4.19
- This Week in the Metaverse: Virtual Heineken Silver, virtual Ireland and virtual Acuras, Webb Wright, The Drum, 2022.4.17
- Beer giant Anheuser-Busch launches NFT project for Bud Light, Anushree Dave, The Block, 2022.1.27
- You Can Now Buy Rare Whiskey Via NFT: Find Out How, Amy Rosner , Gotham, 2021.10.14
- The Dalmore Whisky Releases Their First NFT Collection, Somnath Chatterjee, UPSCALE LIVING, 2021.12.03
- The Dalmore Whisky Just Announced Its First NFT, Emily Price, Forbes, 2021. 11.30
- Starbucks plans a ‘global digital community’ around coffee with an NFT loyalty program, Richard Lawler, THE VERGE, 2022.5.3
- Starbucks: We’re creating the digital Third Place, Starbucks, 2022.5.3
- Starbucks to launch NFTs this year, offering access to ‘unique experiences and benefits’, Sarah Perez, Techcrunch, 20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