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바리스타, 아로마보이

마시즘
마시즘2022-05-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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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 커피(coffee)라고 했던가. 코로나로 느닷없이 홈카페에 입문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에디터. 다이소는 싫지만 말코닉으로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운 홈카페 초심자들을 위해 이번 시리즈를 준비했다.

요즘 집들이 선물로 커피머신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그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바로 상대방의 커피 취향이야. 세상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둘로 나뉘거든. 진한 크레마를 즐기는 에스프레소파, 그리고 깔끔한 맛을 즐기는 핸드드립파. 이 글을 읽는 너의 취향은 어때?

만약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캡슐머신은 대안이 될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에스프레소와 드립 커피의 맛은 너무도 다르잖아. 그렇다면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커피메이커는 없을까? 있어. 그것도 아주 깜찍하고 귀엽게 생긴 도구가 있거든. 오늘 소개할 도구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커피 머신, ‘아로마 보이’야.
1979년 탄생한 근본의 기계,
밀리타 아로마보이
(클래식한 멋이 흐르는 밀리타의 아로마보이)
독일의 ‘밀리타’는 역사 깊은 커피용품 브랜드야. 우리가 자주 쓰는 페이퍼 필터를 발명한 곳이 바로 이곳이지. 아로마보이는 1979년, 밀리타에서 탄생했어. 재미있는 점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야. 어때, 빈티지한 것이 정말 귀엽지 않아?
(아로마보이의 조상 격인 ‘MA 120’ 모델)
아로마보이가 나오기 전, 1965년에 밀리타사의 ‘MA 120’이라는 상징적인 모델이 있었어. 최초의 자동화된 필터 커피 머신이야. 매우 높은 가격이었지만, 당시에는 커피메이커가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사치품이었거든. 아로마보이는 ‘MA 120’의 형태를 유사하게 계승해. 대신 훨씬 작고 콤팩트한 크기와 4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중을 위해 등장한 셈이야.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강하다,
점드립의 미학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점드립 ⓒ Patrick Fore)
아로마보이가 40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된 데에는 디자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어. 바로 맛이야. 일반적인 커피머신과 다르게, 아로마보이는 ‘점드립’ 방식으로 초반 추출을 하거든. 점드립? 그게 뭐냐고?

점드립은 일본에서 고안된 특별한 커피 추출 방식을 말해. 일반적인 핸드드립은 물줄기를 흘려보내는 것에 비해, 점드립은 한 방울씩 물을 점처럼 떨어뜨리며 커피를 만들어. 쉽게 말하면, 수도꼭지와 스포이드의 차이랄까? 점드립 방식의 장점은 속도는 더디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맛과 잡내 없는 깔끔함을 자랑해.

문제는 이 기술이 매우 고난도라는 거지. 일본에서도 경력 있는 전문가만이 점드립을 구현하지. 그런데 아로마보이는 바로 고난도의 ‘점드립’ 방식으로 커피 추출을 시작해.
그래서 아로마보이,
에디터가 직접 써보니까요..
바로 주문을 했지. 선물도 좋지만, 그전에 내가 써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잖아. 상자를 열자마자 반해버리고 말았어. 생각보다 더 작고 깜찍하더라. 본체와 서버, 드리퍼로 구성되어 있어. 참고로 컬러는 화이트, 블랙, 브라운이 있는데 나는 브라운을 구매했어. 빈티지한 멋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브라운을 무조건 추천할게.
이제 커피를 만들어볼까? 필터 안에 원두를 넣고, 전기코드를 연결해줘. 벌써 커피는 거의 다 완성된 것과 다름없어.
물통에는 찬물 또는 정수물을 부어줘. 굳이 뜨거운 물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차피 아로마보이가 알아서 물을 데워주거든. 그것도 최적의 추출 온도, 93도를 딱 맞춰서 말이야.
버튼을 켜니까 곧 쿠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뿜어져 나와. 이렇게 한 방울씩 커피 위에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면서 빵처럼 둥글게 부풀어 올라. 만약 집에서 핸드드립을 한 번이라도 도전해본 사람이라면 알거야. 이렇게 예쁜 커피빵을 만드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하지만 아로마보이를 사용한다면 걱정이 없어.
이제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그냥 쉬면 돼. 아로마보이가 ‘열일’을 하면서 한 땀 한 땀 커피를 내려주니까. 이건 마치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대신하고, 건조기가 빨래를 대신해주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정말.. 짜릿해.
한 3분 정도 기다렸을까? 커피가 완성되었어. 참고로 아로마보이는 최대 40분까지 커피를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온장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만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더라. 향긋한 커피 내음에 참을 수가 없었거든.

맛을 보니까 과연 깔끔하고, 또 깔끔했어. 같은 원두인데 내가 그냥 드리퍼로 내린 것과 맛이 좀 다르더라고. 아마도 내가 잘못한 거겠지? 아로마보이는 똑똑한 기계니까 틀릴 리가 없잖아. 실제로 이걸 사용해본 많은 사람들이 ‘내가 내린 커피보다 낫다’고 말해. 초보의 어설픈 손놀림에 비해서, 늘 정확한 속도와 메커니즘으로 내려주는 아로마보이가 옳을 때가 확률상 더 많은 거야.
마무리는 종이필터만 빼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주면 깔끔해. 드리퍼와 서버는 깨끗하게 씻어주면 돼. 다만, 본체는 별도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게 살짝 아쉬운 점이야. 매번 분해해서 청소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답답한 지점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해줘.
1인가구를 위한
우리집 똑똑한 바리스타
아로마보이는 오차 없는 손맛을 자랑해. 아니, 사실 이건 틀린 문장이야. 사람의 손맛은 오차가 없을 수 없거든. 하지만 아로마보이라면 가능해져. 이 친구는 명장의 손놀림을 0.1mm의 오차도 없이 우리 집에 재현하거든. 이건 기계니까.

이름이 ‘보이(boy)’라서 그럴까? 로봇 팔만 안 보일 뿐이지, 정말로 똑똑한 꼬마 바리스타를 우리 집에 들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1인 가구를 위한 드립커피 머신으로, 4만 원대에, 이 정도 실력을 가진 친구가 또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해. 그럼 난 이만 친구에게 줄 선물을 주문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