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다녀온 기분"... 유튜브 여행 채널 추천

신동아
신동아2022-04-04 15:58:13
공유하기 닫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이 ‘마려운’ 시절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세상에서도 여행 채널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개점휴업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격리 기간을 감수하면서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국내 여행을 하는 등 대안을 찾는 유튜버가 늘었다. 유튜브를 통해 ‘랜선 여행부터 떠나보자.
Gettyimage
빠니보틀과 곽튜브
한국 여행 유튜버 가운데 독보적 존재는 ‘빠니보틀’이다. 최근 급성장한 여행 채널로는 ‘곽튜브’가 있다. 여행 유튜버 가운데 유일하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는 빠니보틀의 경우, 2021년 겨울부터 2022년 새해에 걸쳐 남미대륙을 여행하면서 영상을 올렸고, 많은 시청자가 대리 체험에 환호했다. 참고로 빠니보틀(본명 박재환·1987년생)은 대형 유튜버로 성장한 뒤, 중소기업 직원들의 애환을 그린 웹드라마 ‘좋좋소’를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유튜버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서른세 살 무렵. 전 재산 2000만 원으로 인도로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구독자 1000명을 모으지 못하면 귀국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몇 달간 구독자 수가 몇백 명 수준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인도 기차여행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8만 명까지 순식간에 늘면서 전업 유튜버로 나섰다. 빠니보틀이란 이름은 인도 기차에서 물을 팔던 상인이 외치던 말이라고 한다.(빠니는 힌두어로 물을 뜻하고 보틀은 병을 뜻하는 영어) 이후 우크라이나 헬스장과 이집트의 쓰레기 도시, 모스크바의 옛 소련 오락실 등을 다니며 다양한 영상을 올렸다.

스스로를 ‘슈퍼 노멀’ 즉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빠니보틀은 유튜브를 하면서 자존감이 무척 높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서른 넘어 뭔가를 성공시켜 보니 나도 뭔가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빠니보틀’의 우유니 소금사막 영상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올해 초 게시한 아마존 정글과 우유니 소금사막을 체험한 영상의 반응이 뜨거웠다. 코로나 피로감을 씻고 힐링 느낌을 받는다는 댓글도 있고, 가족끼리 함께 본다는 댓글도 보인다.

“안녕하세요~ 2년 정도 빠니보틀님 영상 보다가 요즘 10살 된 아들이 집에서 게임만 하길래 빠니보틀님 채널 알려줬더니 너무 좋아하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안전한 여행되세요”(내면가다)

빠니보틀 못지않게 유명세를 얻어가는 여행 유튜버로 곽튜브가 있다. 전직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직원으로 알려진 유튜버로 본명은 곽준빈(1992년생)인데, 중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올린 영상들이 인상적이다.

주목받은 영상 중 카자흐스탄 택시기사와의 1박 2일 온천여행 클립이 있다. 처음엔 바가지를 쓰는 것처럼 불안해 보였는데 나중에는 그 기사의 집에도 묵는 2탄 영상으로 이어진다. 마치 로드무비 같고, 다큐멘터리 ‘인간시대’처럼 느껴지는 독특한 영상을 보며 한 시청자는 “카자흐스탄도 한국 못지않게 ‘정’이 넘치는 사람이 많군요. 보는 내내 웃음 짓게 됩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오른쪽이 빠니보틀의 박재환 씨, 왼쪽이 곽튜브의 곽준빈 씨. [유튜브 캡처]
사실 곽튜브는 빠니보틀에게 자극받고 여행 유튜버가 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유튜브 인물백과 채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만났다고 한다. 곽준빈 씨가 거기서 거주하고 있을 때 빠니보틀의 박재환 씨가 여행 와 만난 것. 두바이까지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빠니보틀 덕분에 유튜브 채널도 ‘떡상’(급성장)했고 여러 측면에서 ‘은사’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젠 두 채널 모두 유명세가 커졌다. ‘두유노’란 유튜버가 두 채널의 수입을 비교하는 영상을 올릴 정도로 유튜버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 됐다.
방송사 여행 콘텐츠도 유튜브에서 약진
여행 유튜브 채널 가운데 1위는 EBS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방송사 채널이고 워낙에 보물창고처럼 여행 동영상이 많다 보니 구독자 수가 25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매년 300~400개씩의 영상이 올라오는 ‘세계 테마기행’은 물론 ‘한국기행’ 프로그램도 꾸준히 연재되고 있다. 코로나 시절, 화제를 모은 ‘가만히, 10분 멍TV’ 코너도 인기 연재물이다.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포맷으로 절의 풍경이나 폭포, 연못 속 물고기 등 시각과 청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영상과 현장 소리를 담아 호응을 얻고 있다.
가만히, 10분 멍TV(왼쪽),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 채널 중 ‘걸어서 평양 속으로’ 영상 클립. [유튜브 캡처]
비슷한 채널로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도 있다. 구독자 수가 50만 명대로 여행 채널 가운데 10위권에 올라 있다. 2005년 11월 첫 방송된 프로그램 자체가 인기가 높다 보니, 유튜브에서도 빠르게 인기 채널로 자리 잡았다. 주로 해외를 다니는데, 이색 동영상으로 ‘걸어서 평양 속으로’ 클립도 있다. 2018년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하는 기회를 활용해 제작했다. 조회수가 500만 회에 가깝다.

이렇게 방송사의 여행 콘텐츠는 일종의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방송사들이 뉴미디어에서 이용자 기반을 만들어가는 데 교두보가 되고 있다.
캠핑 채널 중 팬덤층이 두터운 ‘Rirang OnAir’(위)와 ‘은하캠핑’(왼쪽), 은하캠핑의 유튜버 박은하 씨가 새해를 맞아 강에 입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여행 유튜버 가운데 최근 부쩍 늘어난 분야가 캠핑 채널이다. 팬덤이 제법 형성된 채널 2개를 손꼽자면 ‘Rirang OnAir’와 ‘은하캠핑’이 있다. 자칭 ‘여행하는 걸 캠퍼’인 유튜버 리랑은 혼자 백패킹을 하고 산 정상에 올라 텐트를 친다. 혼술 캠핑을 하기도 하고, 차박도 한다. 댓글을 보면 리랑을 따라 캠핑하고 싶다는 여성 시청자도 다수 보인다.

“아 너무 멋있다 이 언니…. 캠핑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언니 영상 보니까 저도 캠핑하고 다니고 싶어요…. 사서 고생 최고….”(장현)

은하캠핑의 유튜버 박은하 씨는 흔히 707부대로 알려진 특수부대 출신의 캠핑 크리에이터다. 야전에서의 생존 기술과 사격, 혹한기 야외 취침 등 와일드 캠핑 콘텐츠가 전문이다.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얻고 있다. 새해를 맞아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에 입수하는 동영상을 올려 주목받기도 한다.
글로벌 관심 속 한국 향한 랜선 여행도 증가
Play Together in Korea’
아랍인이 한국에 살면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Ibrahim Al-khatib(이브라힘 알카히브)’. [유튜브 캡처]
최근 몇 년 사이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물론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유튜브를 통해 랜선 여행으로 이어지는 추세도 엿보인다. 즉 유튜브 기반으로 글로벌 여행자들이 한국의 곳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채널로는 ‘Imagine your Korea’가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공공기관 채널 분위기가 덜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긍정적 평가가 많다. 이전에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를 통해 ‘범 내려온다’ 음악을 활용해 한국의 주요 도시들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한 것이 히트를 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 세계 공통 놀이인 숨바꼭질을 모티프로 한국의 주요 도시를 소개하는 ‘술래잡기(Hide & Seek)’ 영상 시리즈를 제작해 올리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현대적으로 각색한 음악에 대한 긍정적 댓글도 많으며, 조회수도 클립별로 일주일 만에 1000만 회를 훌쩍 넘어설 정도다. 이외에 ‘Play Together in Korea’ 시리즈는 360도 영상으로 제작해 시청 중 마우스로 화면을 자유롭게 움직여 전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아랍인이 한국에 살면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Ibrahim Al-khatib(이브라힘 알카히브)’라는 채널인데, 구독자 수가 46만8000명으로 제법 많은 편이다. 스스로 채널 정보에 “아랍 나라들에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에 아랍의 문화를 소개합니다”라고 알리고 있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은 산낙지를 먹는 영상으로 500만 회에 가깝다. 이브라힘은 한국 친구가 산낙지를 쉽게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하는데, 무심코 먹기를 시도했다가 실패도 한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벌칙으로 끝내 먹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 차이 때문인지 댓글도 9000개가 넘을 정도로 활발하며 아랍어 댓글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영어 댓글을 통해 ‘신기하다’는 반응을 읽을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 ‘Nathan’이 운영하는 ‘Seoul Walker’ 채널(위), 프랑스 청년 마크가 운영하는 ‘봉쥬르 헬로’ 채널. [유튜브 캡처]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 ‘Nathan’이 운영하는 ‘Seoul Walker’ 채널은 뛰어난 영상미로 유명세를 얻었다. 채널명처럼 서울의 여러 곳을 걸어 다니며 풍경을 담는데, 음악과 현장음을 잘 가미한 편집으로 ASMR 채널처럼 공부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즐겨 찾는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4K 화질로 촬영한 1시간 30분 남짓한 홍대 거리 투어 영상은 뮤직비디오처럼 감성적이어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영어와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댓글에서는 서울에 대한 관심은 물론 영상 자체에 대한 칭찬이 많다. 아래 댓글에선 “마치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고 말한다.

“What an aesthetic! The intro was literally like a music video. Thank you for this great walking tour :) this was like a short vacation.” (Ambience Studio)
프랑스 청년 마크가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며 경험하는 이야기를 표방한 ‘봉쥬르 헬로’ 채널도 있다. 구독자가 14만 명으로 70위권대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조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는 영상도 있다. 192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성우이용원인데 한국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된 대장간과 삽을 활용한 삼겹살집, 30년 된 2800원짜리 라면집 등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곳곳의 명소나 특이한 공간을 소개한다.

이렇듯 외국인들이 한국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콘텐츠로 소개하는 걸 보노라면, 예전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한국인들이 배낭을 메고 ‘세계를 간다’ 책자를 들고선 여러 곳을 다니던 유행이 떠오른다. 이제 한국이 그렇게 주목받는 나라가 됐구나 하는 격세지감을 절로 느끼게 된다.
독특한 여행 채널
여행 채널 3위에 올라 있는 ‘주태백이TV’는 인천의 대표적 여행지, 월미도에 있는 디스코팡팡을 탄 사람들의 영상을 주로 올리는 오락성 채널이다. 4위의 ‘초마드’ 채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을 주로 다닌 여행 유튜버 김초원의 채널이다. 본인 이름의 ‘초’와 ‘노마드’를 연결해 초마드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코로나 발발 후엔 국내 여행을 주로 다니고 있다.
세계 일주 여행과 외국인 인터뷰 영상을 주로 올리는 ‘희철리즘’ 채널. [유튜브 캡처]
‘희철리즘’ 채널은 세계 일주 여행과 외국인 인터뷰 영상을 주로 올린다. 최근엔 미국에서 범죄도시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의 스톡턴을 찾아가 캄보디안 갱들과 하룻밤을 보내며 체험하는 영상을 3부작으로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독특한 기획영상과 섬네일 운영을 주목도 높게 잘하다 보니, 구독자 수가 64만 명을 넘어서는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라오스 오지마을 한국인’의 줄임말인 ‘라오한’ 채널. [유튜브 캡처]
‘라오한’ 채널도 독특하다. 채널 명은 ‘라오스 오지마을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의 줄임말이다. 라오스의 깡시골 오지마을에서 10년 정도 눌러살겠다고 하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태국에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라오스에 들른 뒤 순박한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눌러앉은 경우다. 구독자는 18만5000명 정도로 순위는 50위권이다.

아역배우 출신 안재홍 씨가 교통사고를 겪은 뒤 여행 유튜버로 변신, 전 세계를 누비며 활약 중인 채널 ‘HongGoGo’도 있다. 2018년 시작해 최근 구독자 24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 채널이 됐다. 사교성이 좋아 현지인들과 친숙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많다. 홍콩에서는 우연히 길을 물어보다가 가수로 활동 중인 현지 연예인과 대화하게 된 영상이 200만 회가 넘는 가장 많은 조회수를 보였다.
‘이시영의 땀티’(땀나는 TV) 채널. [유튜브 캡처]
연예인이 운영하는 여행 채널 중 ‘이시영의 땀티’(땀나는 TV)가 있다. 틱톡에서 팔로어가 올해 초 기준 1680만 명이 넘는 스타인데,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반가량 됐고 구독자는 12만 명가량이다. ‘100대 명산 다녀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악산을 시작으로 서울 주변의 산은 물론 내장산과 치악산, 태백산, 소백산 등 전국을 다니고 있다. 스위스관광청의 홍보대사가 된 이시영은 올 초 스위스를 방문해 설산을 등산하고 눈썰매 레이싱과 하이킹 등 다양한 체험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틱톡 인플루언서답게 유튜브에 쇼츠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여름철 등산 시 폭염을 식히는 꿀팁으로 양배추를 모자 안에 넣으면 시원해진다는 걸 알려준다. 이 클립은 조회수 100만 회를 넘는 호응을 얻었다.
목포MBC에서 운영 중인 ‘대한민국 섬(Korea Island)’ 채널. [유튜브 캡처]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섬을 주로 다니며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담는 여행 채널을 소개한다. 2017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 섬(Korea Island)’ 채널이 그곳이다. 목포MBC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독자는 13만 명대인데, 힐링 콘텐츠가 가득하면서도 중간중간 이색 영상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2020년 12월 게시한 제주 서귀포의 정현섭 씨 영상에선 대형 물고기를 낚는 독특한 장면이 등장한다.

원래 강원도 출신인데 낚시가 좋아 제주에 정착했다는 정씨는 영상 속에서 전용 지게로 운반할 정도로 큰 괴물 잿방어를 낚아 올린다.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즈라는데 측정 결과 무려 153.5㎝에 달한다. 회를 뜨는 데만 1시간이나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100여 개가 넘는 낚싯대를 가진 낚시광 정씨의 인생 스토리에 ‘눈 호강에 고맙고 부러운 마음’이란 호응이 댓글 공간에 가득하다.
신동아 2022년 4월호
글= 김경달 ‘유튜브 트렌드 2022’ 저자, 네오터치포인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