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같은 쫄깃한 식감, 바칼랴우

동아일보
동아일보2022-03-04 10: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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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30년 넘게 살고 계신 80대 노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소금에 절인 대구이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이 대구는 주로 포르투갈에서 수입되는데 포르투갈어로는 ‘바칼랴우’, 프랑스어로는 ‘모뤼’로 불린다. 포르투갈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으로, 요리 레시피가 약 1000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포르투갈 여행 시 에그 타르트와 더불어 여행객 지갑을 열게 하는 재래시장의 이색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로 여행이 힘든 요즘, 이 음식이 생각날 때 카르푸 같은 프랑스의 대형마트나 파리에 있는 포르투갈 슈퍼마켓에 들러 바칼랴우를 구입한다. 프랑스 아파트 관리인의 상당수가 포르투갈 이민자다. 나는 포르투갈에서 온 우리 아파트 관리인 아주머니와 가깝게 지내던 중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대구를 파는 포르투갈 마켓을 운 좋게 알아낼 수 있었다.

생선에 소금을 치는 염장은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동서양에서 500년 이상 사용해온 방법이다. 우리의 안동 고등어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신선한 상태에서 소금에 절인 생선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생선이 대구라는 생각을 프랑스에 사는 동안 갖게 되었다.

유럽에서 주로 판매되는 대구는 북대서양에서 잡은 것이 대부분이다. 대구는 이제 유럽연합(EU) 국가와 영국 등에선 보호종인 관계로, 수염대구나 서양대구로 불리는 대구의 친척뻘인 북대서양 대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태평양에서 포획한 대구를 이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소금이 과하다 못해 외관을 하얗게 덮은 대구를 맛있게 먹으려면 조금 비싸더라도 큰 덩어리를 골라야 한다. 자잘하게 잘려진 대구는 조각난 쥐포를 먹을 때 느낌처럼 쫄깃한 생선의 결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을 준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바칼랴우 요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크기에 상관없이 소금에 절인 대구를 찬물에 담가 염분을 뺀 다음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잘게 찢은 대구에 튀긴 감자, 양파, 달걀 등을 섞거나 튀김 반죽을 입힌 뒤 마늘과 함께 조리하는 ‘바칼랴우 아사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염분을 충분히 뺀 대구를 올리브 오일에 구워낸 다음 물에 만 밥과 함께 먹는 방법이 가장 알맞지 않을까 한다. 단단하면서도 쫄깃한 대구의 식감은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 못지않게 신선하다. 바칼랴우는 비가 잦은 유럽의 을씨년스러운 겨울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입안 가득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별미임에 틀림없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