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최정남 PD가 말하는 센 언니들의 춤 배틀 비하인드 스토리

여성동아
여성동아2021-11-18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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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움직였다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전국의 안방을 뒤흔들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센 언니들의 서바이벌. 최정남 메인 PD에게 프로그램 뒷이야기와 악편(악마의 편집)의 진실을 낱낱이 물어봤다.
역대급 K댄서 신드롬을 몰고 온 엠넷 댄스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8월 24일 첫 방송 시청률 0.8%로 시작해 순간 최고 시청률 4.3%를 기록했고,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비드라마 TV 화제성 TOP10 부문에서 9월부터 10월까지 1위를 차지했다. 10월 26일 종영 이후에도 SBS ‘집사부일체’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 대세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섭외가 이어지고 있다.

‘스우파’는 말 그대로 여자 스트리트 댄서들이 회차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모니카와 허니제이 등 이름난 안무가가 수장으로 있는 8팀(라치카, 원트, 웨이비, 코카N버터, 프라우드먼, 홀리뱅, 훅, YGX)의 유명 댄스 크루를 출연시켜 댄서 신에 대한 인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는 평이다. 주로 아티스트의 곡 안무를 창작하거나, 공연 무대를 백업하는 것이 댄서의 본 업무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

‘스우파’ 열풍의 뒤에는 연출을 맡은 최정남(37) PD가 있다. 최정남 PD는 ‘슈퍼스타K 1’의 조연출로 시작해 장르별 스타 댄서를 배출한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댄서들의 로맨스 예능 프로그램 ‘썸바디 1·2’ 등을 연출하며 브라운관에 춤을 끌어왔다. ‘스우파’에서는 배틀이라는 새로운 서바이벌 형태로 주목받지 못한 댄서들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올해 2월 최정남 PD는 10대 오디션 프로그램 ‘캡틴’ 종영 후 기자와 한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쉴 틈도 없이 한 달 동안 ‘스우파’ 기획안을 준비해 3월부터 바로 제작에 돌입했다고 한다.

엠넷 유튜브 채널 ‘Mnet TV’에 업로드된 ‘스우파’ 1화 프리뷰 영상 조회수는 무려 5백36만이다. 각 크루별 퍼포먼스 영상 조회수를 대중 평가 점수로 반영했던 ‘메가 크루 미션’에서는 YGX 크루 영상이 최고 조회수 7백7만을 달성했다. 블랙핑크 로제, 위키미키 최유정을 비롯한 아이돌 스타가 SNS를 통해 ‘스우파’를 적극 응원하고, 배우 박정민·김무열은 계급 미션 곡이었던 ‘헤이 마마’ 댄스 영상을 커버했다. 홍현희를 포함한 12명의 개그우먼은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라는 이름으로 ‘스우파’를 패러디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화려한 퍼포먼스, 젠틀한 페어플레이 정신, 댄서들의 뜨거운 우정 모멘트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작진에 대한 피드백도 거침없었다. 아직 ‘스우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이들의 궁금증 해결을 위해 최정남 PD와 전화 인터뷰로 프로그램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각종 SNS는 물론 방송사까지 온통 ‘스우파’앓이 중이에요.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서 나온 춤을 따라 하고 SNS에 영상을 올리는 걸 보면서 인기를 실감했어요. 방송 말미 팬들이 좋아하는 크루를 위해 지하철 광고까지 하면서 팬심을 드러내는 걸 보며 제작진으로서 책임감도 느꼈고요. 멤버들 각각의 캐릭터도 확실하고, 실력도 뛰어나서 ‘시청자들이 관심 있어 하겠다’ 싶었는데 이 정도까지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확실한 인기 비결은 출연자들의 실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이 이 정도로 관심을 갖진 않으셨을 거예요.

그동안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는데, ‘스우파’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댄서 크루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단 한 팀 한 팀을 각각 만났어요. 실력 면에서나 캐릭터적으로 어떤 댄서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추려나갔죠.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포인트가 있나요.

방송에서 배틀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스트리트 댄서들의 배틀을 시청자가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고민됐어요. 미국 NBC의 ‘월드 오브 댄스’ 같은 해외 유명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배틀 문화가 없었거든요. 댄서분들은 이런 문화를 알지만, 이걸 대중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싶더라고요.

가장 먼저 섭외한 크루는요.

평소에 알고 지냈던 홀리뱅 리더 허니제이요. 실력과 크루의 캐릭터, 성향이 섭외 기준이었어요.

그럼 섭외가 어려웠던 크루는요. 초반에 출연을 주저했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아이키 씨가 리더로 있는 훅 크루요. 아이키 씨가 ‘월드 오브 댄스’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승부를 내는 거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다른 리더들도 마찬가지로 연차가 있고,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아도 이미 잘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럼에도 코로나19로 무대가 줄어든 게 멤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우리 크루를 알리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출연을 결심한 팀들이 많거든요.
첫 미팅 때 멤버들에게 ‘팬덤’을 만들어보자고 하셨다던데요.

YGX 리더 리정 씨의 경우는 워낙 팬이 많은 아티스트(트와이스, 블랙핑크 리사)의 안무를 맡았잖아요. 그 아티스트의 팬들이 리정 씨한테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미팅하면서 모든 댄서들에게 그 얘기를 했는데, 다들 공감해주셨어요.

평소 댄서 신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관심은 있었지만 제가 ‘이렇게 해야겠다’까지는 아니었고, 그동안 댄스 프로그램을 하면서 눈여겨봤던 댄서들이 있었어요. 허니제이 씨도 그렇고, 아티스트 안무를 많이 하는 멤버들도 그렇고 ‘잘하는 분들이 되게 많네’ 하는 관심이 있었죠.

회차마다 눈에 띄는 감동 포인트가 많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요.

첫 탈락 크루가 나왔던 두 번째 4대 천왕 미션(보아, 제시, 현아, 씨엘 등 여성 솔로 아티스트 4인 곡으로 대결하는 배틀)이요. 초반에 몰아쳐서 멤버들이 너무 힘들어했어요. 웨이비(노제가 리더로 속한 크루)가 떨어져서 많이 아쉬웠죠. 첫 번째 계급 미션(크루별 멤버의 계급을 나눠 계급별로 대결하는 배틀)도 각 멤버가 계급을 대표해서 소속 크루를 빛내야 하는 미션이었기 때문에 예민했어요.

요즘 노제, 아이키 등 ‘스우파’ 멤버들의 인기가 엄청나요. ‘프로그램을 시작하자마자 빵 터질 것 같다’ 싶었던 멤버가 있나요.

가비 씨요. 첫 미팅부터 유쾌했어요. 댄서 신에 다양한 캐릭터가 있겠지만 그런 적극적인 친구는 처음이라 신기했어요(웃음). 촬영할 때도 빼는 일 없이 본인 성격을 다 보여주는 걸 확인하면서 ‘와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지요.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너무 하고 싶고, 라치카(가비가 리더로 속한 크루)라면 진짜 잘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가비뿐 아니라 미팅에 동행했던 멤버 리안, 시미즈가 똘똘 뭉쳐서 에너지를 뿜어냈어요. 방송에서 보인 모습 그대로예요.

제시 신곡 안무 창작 미션 때 “댄서 프로그램인데 또 가수 뒤에 세우냐”는 시청자들의 피드백도 있었어요. 이런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안무 창작이 미션의 포인트였지 ‘백업 댄서가 된다’가 포인트는 아니었어요. 댄서의 일 중 하나가 창작이잖아요. 리정 씨, 허니제이 씨 등 여러 댄서가 대한민국 아티스트의 안무를 많이 짜왔고요. 해당 미션이 알려지면서 “댄서랑 가수랑 같이 무대에 서는 거야?”라는 반발이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댄서와 가수가 무대를 같이하는 게 아니라 안무 창작 과정에서 대중이 보기에 음악과 맞는 안무가 어떤 건지를 선택하는 거였어요. 우연히 그 과정에서 댄서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피네이션(가수 싸이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 측에서 댄서 뮤직비디오까지 베니핏으로 만들어줘서 감사했고요. 제시 뮤직비디오에 모든 크루가 다 나올 계획은 아니었거든요.

심사위원들의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네요.

보아 씨는 댄서들을 워낙 좋아하는 분이라 프로그램 기획안을 전달하려고 만났을 때부터 굉장히 적극적이었어요. 심사도 심사지만 ‘댄서들이 어떤 춤을 어떻게 출까’ 눈앞에서 보는 것 자체가 너무 기대된다고 하더라고요. ‘춤과 퍼포먼스를 사랑하는 분이구나’라고 섭외 때부터 느꼈어요.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2009) 안무를 만든 안무가 황상훈 씨도 춤에 관한 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이고, NCT 태용 씨 경우는 팀의 리더로서 크루 리더와 리더 대 리더로 통하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았어요. 본인이 리더로서 팀 멤버들을 독려하고 부추겼던 경험들이 있으니까요. 그 포인트 때문에 섭외할 때 이야기가 잘됐죠.

방송 이후 댄서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뀐 것 같은가요.

11월 3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스우파’ 멤버들이 나왔는데 리헤이 씨가 이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본인 직업이 댄서라는 걸 좀 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됐고, “댄서는 ~하는 사람이야”라는 설명 없이도 “나 댄서야”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요. 그게 댄서들에게는 큰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댄서들이 따로 댄스 강습을 하니까 제자들도 많잖아요. 그동안 춤추는 걸 반대하셨던 제자 부모님들도 이제 이해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좋았던 포인트였어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악마의 편집’ 논란도 있었어요.

정확히는 못 봤는데 10월 중순에 프라우드먼 크루가 ‘편집 차별’을 당했다는 게시글이 (SNS에) 많이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제작진과 불화가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요. 정말 의도된 것은 아니었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 크루별 한 컷 한 컷이 공정하게 들어갔어야 했는데 (동일한 장면이) 없었던 크루가 있었어요. 사실 저희가 촬영 중에 했던 행동이나 대화를 거짓으로 만든 것은 아니에요. 촬영 분량에 있는 무드 위주로 편집을 하거든요. 속상했던 부분이 있지만 그것도 대중의 관심인 것 같아요. 다른 프로그램을 또 제작하게 되면 그런 얘기를 안 들을 수 있도록 세밀하게 (작업)해야죠.
마지막 회 촬영 후 출연자들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출연해서 좋았다” “감사하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하는데, 저희 다 진짜 힘들었거든요. 출연해준 댄서들한테 너무 감사하고, 그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잘된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스우파’ 이후 출연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이고 있어 좋지만, ‘본인들이 잘하는 춤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계속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남아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다들 “끝내지 말자”고 얘기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종영 후에는 본인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거잖아요. 리더 멤버 외에도 립제이, 피넛, 리안 등 잘하는 친구들이 보일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후속 프로그램인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도 PD님이 준비하시는 건가요. 또 시청자들 사이에선 ‘맨 파이터’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것도 염두에 두고 계신지요.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는 권영찬 CP와 김나연 PD가 준비하고 있어요. 첫 방송이 11월 말이라고 들었는데, 시간이 촉박하지만 유능한 분들이라 멋지게 준비하고 계세요. ‘맨 파이터’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권영찬 CP님이 다른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던데, 주변에서 “맨 파이터, 맨 파이터” 이런 얘기를 많이 하니까 아예 안 다룰 소재는 아니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11월 20일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 콘서트를 앞두고 계세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 콘서트한다고 댄서들 기분이 많이 좋더라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로 행복해해요. 코로나19만 아니면 팬들을 더 많이 받고 싶은데 객석 제한이 있어서 아쉽죠.

‘스우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습니다. PD님께 ‘스우파’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제 안에도 많은 파이터가 있어서(웃음)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촉박하게 미션을 주고 그걸 영상으로 담아야 하니까 저희는 출연자보다 스탠바이가 한두 시간 더 빨라야 했고, 육체적으로 안 힘든 부분이 없었죠. 정신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민이 많았고요. 결과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댄서 신에도 팬덤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 기뻐요. 또 댄서들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감사하고요.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글 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