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모래 벌레, 우주 이동... SF소설 원작 ‘듄’ 국내개봉

동아일보
동아일보2021-10-14 11: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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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눈동자일까.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나오는 악의 군주 ‘사우론’과 비슷한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홍채처럼 보였던 부분이 아라키스 행성에 서식하는 모래벌레의 이빨이라는 것을, 동공처럼 까만 중앙부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수천 개의 이빨에 갈려버린다는 것을 공상과학소설(SF) ‘듄’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은 단번에 알아챌 테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듄’의 각본을 맡은 존 스파이츠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모래벌레의 스케일과 파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모래벌레가 실제로 등장하기 전부터 그와 관련된 서사를 조금씩 소개하며 긴장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영화 ‘듄’은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테 샬라메)가 악당의 손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와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행성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 신비한 우주 풍경을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화려하고 웅장하게 구현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SF 거장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부터 20년에 걸쳐서 완성한 소설 듄 시리즈가 영화화 돼 국내 개봉한다. 듄은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인 ‘듄’에서 악의 세력과 싸우는 메시아 ‘폴’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는 영화 ‘컨택트’(2017년), ‘시카리오’(2015년)로 유명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폴은 티모테 샬라메가 연기한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총 6권짜리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전반부 절반을 다룬다. 먼저 개봉한 해외에선 이미 9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고, 1시간 이상의 아이맥스 장면으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국내에서도 아이맥스관 예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56년 전 소설인 듄이 영상화된 건 SF 장르임에도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인기를 끌 수 있고, 시대가 지나도 과학적 상상력이 낡지 않는다. 스파이츠는 “듄은 로봇, 인공지능(AI), 광선검, 우주전쟁처럼 공상과학적인 요소들을 없앤 SF소설”이라며 “대신 연습과 훈련에 의해 완벽하게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기술을 지배하는 인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항성의 유력 가문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통해 인간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대하 사극’의 특성을 지닌 것도 영상화에 도움이 됐다. 스파이츠는 “이 작품은 매우 심오한 인간 본성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다.

소설에서는 생략된 행성 간 이동 장면, 전투 장면도 영화에선 아이맥스를 활용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져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스파이츠는 “소설에 묘사되지 않은 대서사적인 순간들을 영화에선 상상력을 동원해 무대 중앙으로 가져왔다. 글로는 충분히 표현되기 어려운 신비한 우주세계를 충분히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소설 듄의 한국어 판본을 번역한 김승욱 번역가는 “영화에는 악당이 침공을 앞두고 인신공양 같은 방식을 동원해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소설에 없는 내용이다. 인물들의 잔인함과 야만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위해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기도 했다. 김 번역가는 “아라키스의 환경을 연구하고 사막행성인 이곳을 푸르게 가꾸는 연구를 하는 리예트 카인즈 박사는 원작에서는 남성으로 묘사됐지만 여성인 샤론 덩컨브루스터가 연기했다”고 말했다.

소설 듄은 2001년 국내 처음 출간된 이후 올해 20년 만에 재출간됐다. 한국어 번역판을 펴낸 황금가지의 김준혁 주간은 “SF의 대중화가 이뤄질수록 독자들은 이 장르의 원류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클래식 SF가 여전히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