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가 인정한 베트남 초콜릿 ‘마루’

마시즘
마시즘2021-08-24 10: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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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마시즘이지만 때론 먹는 것도 즐겨 한다. 특히 ‘초콜릿’은 오후 4시가 되면 파블로프의 종소리처럼 생각이 나곤 한다. 초콜릿도 시작은 음료였으니까 좋아해도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 초콜릿은 맛이 독특한데? 어디 거지? 베트남?

베트남에서 초콜릿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제주 감귤 초콜릿’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이녀석은 베트남 남부에서 만들어지는 ‘마루(MAROU)’ 초콜릿이다. 이 초콜릿에는 어느 음료 못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청년들, 베트남 카카오에 빠지다
마루 초콜릿의 창립자인 사무엘과 빈센트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2010년으로 돌아간다. 베트남에서 휴가를 즐기던 ‘사무엘 마루타(Samuel Maruta)’과 ‘빈센트 마루(Vincent Mourou)’는 이곳에서 인연을 맺게 된다. 어느 날 베트남 친구의 소개로 둘은 카카오 농장(아시겠지만 카카오는 초콜릿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에 가게 되었다. 초콜릿 덕후였던 사무엘과 빈센트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아니 베트남에도 카카오를 기른다고?”

그렇다. 베트남은 1980년대부터 카카오를 재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낮기도 하고, 베트남 내에 카카오를 가공하여 초콜릿을 만드는 시설 또한 열악했다. 때문에 베트남에서 자란 카카오는 해외에 수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낮은 인지도 때문에 베트남산 카카오가 고급 초콜릿이 되는 일은 없었다.

카카오 농장에 와서 베트남만의 향미를 가진 카카오를 맛본 사무엘과 빈센트는 생각했다. ​

“순수한 베트남산 카카오로 프리미엄 초콜릿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문제는 이들은 초콜릿을 먹을 줄은 알지만, 만들 줄은 몰랐다는 거. 두 사람은 인터넷과 책에서 자료를 찾고, 베트남 카카오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보았다.
베트남 산 카카오
여기에 프랑스 와인 ‘떼루아’를 곁들이다
마루는 베트남 다섯 농가에서 받은 카카오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이 카카오 농장을 돌면서 확신을 얻은 것이 있었다. 우선은 베트남에서 자란 카카오에는 독특한 풍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카카오 생산지마다 고유한 맛과 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베트남 카카오는 생산의 역사가 짧고 증명한 것이 없었다. 때문에 독특한 풍미를 가진 카카오들은 몇몇 글로벌 기업에 저렴하게 납품이 되고 있었다. 이런 초콜릿 산업구조는 베트남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 베트남 카카오의 가치를 알아본 두 청년이 있다. 그들은 베트남 안에서 생산된 카카오를 가지고 베트남 초콜릿을 만들기로 결정을 했다. 모든 생산과 가공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빈 투바(Bean-to-bar) 초콜릿이라고 부른다. 빈투바 초콜릿은 품질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에게도 합당한 대가를 전달하는 착한 제조공정으로 유명하다.
농가별 떼루아를 살린 마루 초콜릿
그들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광고 마케팅 분야 출신인 사무엘은 카카오를 받는 다섯 지역의 농장의 특징을 살리기로 했다. 프랑스 와인에 ‘떼루아(포도가 자란 지역의 환경이 만든 향미)’가 있듯 마루 초콜릿에도 떼루아를 살린 맛과 제품 디자인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 맛을 내기가 더 복잡해지는 게 아니냐고? 다행히도 두 사람은 프랑스의 쇼콜라티에 ‘아르노 노르망디’를 스카우트해서 제품의 맛과 특징을 살렸다.

이렇게 베트남 커피 농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싱글 오리진 초콜릿 ‘마루 초콜릿’이 나오게 되었다.
밥값보다 비싼 초콜릿에서
뉴욕타임스 선정 초콜릿으로
초콜릿과 초콜릿 음료를 맛볼 수 있는 ‘메종 마루’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분명 초콜릿을 좋아했다. 하지만 초콜릿 과자나 음료 같은 순수한 단맛을 좋아했을 뿐, ‘쌉싸름한 느낌이 나는 프리미엄 초콜릿’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서 마루 초콜릿은 후식으로 먹기에 쓴맛이 나는 듯했다. 무엇보다 점심값 수준의 비싼 가격이었다.

때문에 제품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마루 초콜릿을 보여주어야 했다. 호찌민에 나온 ‘메종 마루’라는 카페는 마루 초콜릿을 경험하게 해 주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곳은 마루 초콜릿이 가진 다양하고 화려한 제품들을 볼 수 있으며, 카카오가 초콜릿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카페가 예뻐서 사람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 마루 초콜릿
더욱 큰 반응이 온 곳은 해외였다. 사람들은 베트남에 이런 프리미엄 초콜릿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게 2016년 뉴욕타임스에는 ‘당신이 맛보지 못한 최고의 초콜릿’으로 마루 초콜릿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름 모를 카카오 원료로 수출이 되었다면, 마루 초콜릿은 이름과 나라를 걸고 유럽 식료품점에 수출되는 등의 쾌거를 이뤘다.
착한 초콜릿 ‘마루’의 진격은
어디까지 갈까?
전체 초콜릿 산업에 비교한다면 마루의 발걸음은 아직 작은 변화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마루 초콜릿은 ‘농업을 생각한 착한 구조’와 ‘의외의 고퀄리티’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베트남 여행 기념품으로 종종 소개가 되다가, 이제는 수입이 되어 국내 판매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디자인 때문에, 두 번째에는 독특한 맛에, 마지막으로는 이야기에 흠뻑 젖어들게 만드는 마루 초콜릿. 과연 마루 초콜릿은 세계에 베트남 초콜릿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번외 : 베트남의 3대 초콜릿은?
베트남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은 마루 초콜릿뿐만이 아니다. 어느덧 여행자의 쇼핑 리스트에 꼭 들어가는 ‘페바(Pheva) 초콜릿’과 두 브랜드에 비교하면 맛으로는 덜 달고,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무장한 ‘알루비아(Alluvia) 초콜릿’이 베트남 3대 초콜릿으로 꼽힌다. 모두 베트남에서 생산한 카카오를 가지고 만들었고, 퀄리티 또한 대단하다.


해당 원고는 VEYOND MAGAZINE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VEYOND’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