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찰 연꽃, 더위도 잊게 하는 그윽한 풍경

29STREET
29STREET2021-07-21 14: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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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 넘는 폭염에 찐득한 습기까지 더해지는 여름, 불쾌지수가 수직상승한다. 햇빛에 달궈져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마저 피어 오를 지경. 하지만 여름 연꽃은 무더위를 감수하고서라도 볼 가치가 있다. 서울 도심에서 멀지 않은 조계사, 봉은사, 봉원사에 가면 해마다 피는 연꽃을 볼 수 있다. 연꽃은 탁한 진흙탕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이 묻지 않고 오히려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꽃으로 불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뙤약볕을 가려 주는 나무 그늘과 연등 그림자 밑에서 중간중간 쉬어가며 연꽃 향기에 취해보자.
종로 조계사
사진=조계사 홈페이지
사진=조계사 인스타그램
종로 조계사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종로 거리에 위치한 조계사는 한국 근현대 격동기와 함께 태어난 사찰이다. 조선과 불교의 자주독립을 꿈꾸던 스님들이 1910년 ‘각황사’ 라는 이름으로 창건했고 이후 근대 한국불교의 총본산이 되었다고 한다. 큰길에 맞닿아 있어 불자든 아니든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기 좋으며, 마당에는 500년 된 회화나무(서울시 지정보호수 78호)가 우뚝 서서 모두를 반긴다. 8월까지 ‘나를 깨우는 연꽃향기’ 라는 이름으로 연꽃축제가 열린다. 연꽃과 함께 여름에 어울리는 각종 조경물을 감상할 수 있다.
강남 봉은사
사진=봉은사 홈페이지(월간 '봉은판전' 표지)
강남 봉은사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강남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봉은사는 794년 신라 원성왕 시절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번잡한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원래 봉은사 자리는 수도산이라는 야트막한 산(해발 100m)이었다. 현대화 과정에서 지형이 변하면서 지금처럼 도심 사찰이 된 것이다. 9호선 봉은사역 1번출구로 나가면 바로 갈 수 있는데, 절 밖에서는 오가는 차들 때문에 시끄럽지만 경내로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조용해진다. 

일주문 바깥부터 연꽃 화분이 즐비하고 경내에도 연꽃이 꽉 들어차 있다. 백중(우란분절)을 맞아 백색 영가등(돌아가신 이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뜻으로 다는 등)이 줄지어 걸린 가운데 흰 연꽃이 피어난 광경이 자못 엄숙하다. 올해 봉은사 연꽃축제 기간은 9월 3일까지다.
서대문 봉원사
사진=봉원사 홈페이지
사진=봉원사 홈페이지
서대문 봉원사
서울시 서대문구 봉원사길 120
신라 진성여왕 대에 지어진 천년고찰 봉원사는 김구 선생이 머물던 절이기도 하다. 단청 무형문화재 만봉 스님, 범패(불교음악) 전수자 송암 스님 등 문화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스님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서대문 안산 자락길과 이어져 있어 가벼운 산행 겸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 지난해까지는 대웅전 앞마당 가득 연꽃 화분이 채워져 있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인지 계단 쪽에만 연꽃이 놓여 있다. 예년처럼 큰 규모는 아니나 소담한 멋은 여전하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