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입덕’이란 단어를 검색해 봤어.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입덕을 했다는 댓글이 있다길래 말이야.”
76세의 노장 배우 박인환이 연기 인생 50여 년 만에 ‘입덕’을 검색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과 같은 역할로 익숙한 국민배우 박인환에게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를 계기로 뒤늦게 ‘입덕했다’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면서 그는 요즘 댓글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나빌레라에서 일흔의 나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덕출’을 연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박인환을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렸을 적부터 발레를 꿈꿨지만 처자식을 돌보기 위해 꿈을 접어야 했던 덕출은 무용원 휴학생 ‘채록’(송강)을 만나면서 그의 발레 제자가 된다.
76세의 노장 배우 박인환이 연기 인생 50여 년 만에 ‘입덕’을 검색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과 같은 역할로 익숙한 국민배우 박인환에게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를 계기로 뒤늦게 ‘입덕했다’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면서 그는 요즘 댓글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나빌레라에서 일흔의 나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덕출’을 연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박인환을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렸을 적부터 발레를 꿈꿨지만 처자식을 돌보기 위해 꿈을 접어야 했던 덕출은 무용원 휴학생 ‘채록’(송강)을 만나면서 그의 발레 제자가 된다.
“내게 입덕했다는 댓글을 보면서 왜 젊은 친구들이 할아버지 배우에게 관심이 있나 궁금하더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소통인 것 같아. 채록과 덕출이 서로 어울리고, 때론 부딪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인들은 고집 세고 젊은 사람 우습게 본다’는 선입견이 깨진 게 아닐까. 어른이랍시고 폼 잡지 않고 꿈을 위해 채록에게 아부도 하고 농담도 건네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던 것 같아.”
그의 말처럼 덕출은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다. “그 나이에 발레 배워서 뭐 하냐”는 주변의 만류에 “저도 알아요. 제가 힘없는 노인이라는 거. 그래도 하고 싶어요”라며 꿈을 꺾지 않는 순수함과 열정은 덕출의 동년배에겐 공감을, 젊은 세대에겐 감동을 안긴다.
“원작 웹툰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덕출이란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너무 컸기에 ‘발레 장면을 어떻게 찍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출연하겠다고 했지.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송강이랑 무용학원을 일주일에 두 번씩 다녔는데 화면에 나온 걸 보니 노력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나이가 들어서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몸동작을 선보이진 못하지만 말야. 하하.”
“연기는 ‘빽’이 있거나 끼가 있는 사람만 한다”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그냥 한 번 해볼게요”라며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박인환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꿈을 좇는 덕출과 닮았다. 중앙대 재학 시절 연극의 매력에 빠진 그는 졸업 후 10여 년간 연극 무대에 섰고, 연극계에서 스타가 된 뒤 TV 드라마 단역으로, 마흔 다섯에 강우석 감독의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를 통해 영화로 무대를 옮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왔다.
“연극상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자식 키우려다 보니 돈이 되는 TV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밖에 없었지. ‘TV는 죽어도 못 하겠다’며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맞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느냐’는 아내의 말에 정신을 차렸어. 그 후로 단역이 들어와도 ‘어떻게 하면 개성 있게, 튀게 연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 ‘버스 승객 A’를 맡아도 ‘껌을 씹고 잡지를 읽어 볼까?’라며 캐릭터성을 살리려고 고민했지.”
“살아남으려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최근 장년층 배우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주변부 역할이 아닌, 개성 있는 캐릭터로 극의 중심에 서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74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여정도 그 흐름을 함께한다.
“우리나라가 곧 네 명 중 한 명이 60대 이상이라고 하더라고. 드라마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노인 세대의 이야기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들을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지. 뒤늦게 꿈을 좇는 덕출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는 시청자들 반응처럼 노인을 통해 삶을 관조할 기회를 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의 말처럼 덕출은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다. “그 나이에 발레 배워서 뭐 하냐”는 주변의 만류에 “저도 알아요. 제가 힘없는 노인이라는 거. 그래도 하고 싶어요”라며 꿈을 꺾지 않는 순수함과 열정은 덕출의 동년배에겐 공감을, 젊은 세대에겐 감동을 안긴다.
“원작 웹툰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덕출이란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너무 컸기에 ‘발레 장면을 어떻게 찍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출연하겠다고 했지.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송강이랑 무용학원을 일주일에 두 번씩 다녔는데 화면에 나온 걸 보니 노력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나이가 들어서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몸동작을 선보이진 못하지만 말야. 하하.”
“연기는 ‘빽’이 있거나 끼가 있는 사람만 한다”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그냥 한 번 해볼게요”라며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박인환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꿈을 좇는 덕출과 닮았다. 중앙대 재학 시절 연극의 매력에 빠진 그는 졸업 후 10여 년간 연극 무대에 섰고, 연극계에서 스타가 된 뒤 TV 드라마 단역으로, 마흔 다섯에 강우석 감독의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를 통해 영화로 무대를 옮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왔다.
“연극상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자식 키우려다 보니 돈이 되는 TV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밖에 없었지. ‘TV는 죽어도 못 하겠다’며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맞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느냐’는 아내의 말에 정신을 차렸어. 그 후로 단역이 들어와도 ‘어떻게 하면 개성 있게, 튀게 연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 ‘버스 승객 A’를 맡아도 ‘껌을 씹고 잡지를 읽어 볼까?’라며 캐릭터성을 살리려고 고민했지.”
“살아남으려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최근 장년층 배우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주변부 역할이 아닌, 개성 있는 캐릭터로 극의 중심에 서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74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여정도 그 흐름을 함께한다.
“우리나라가 곧 네 명 중 한 명이 60대 이상이라고 하더라고. 드라마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노인 세대의 이야기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들을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지. 뒤늦게 꿈을 좇는 덕출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는 시청자들 반응처럼 노인을 통해 삶을 관조할 기회를 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