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넣고 조물조물, 봄맛 가득 주먹밥

신동아
신동아2021-03-22 17: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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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고 맛도 좋은 형형색색 주먹밥. [GettyImage]
서울 창덕궁 근처 계동에 작은 주먹밥집이 있다. 손님 서너 명 들어가 앉으면 꽉 차는 곳이다. 이 집엔 재미있는 서비스가 있다. 손님이 주먹밥을 고르면 포장해 작은 바구니에 담아 준다. 그대로 들고 나가 소풍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바구니만 돌려주면 된다. 소풍이 조심스러운 지금은 그 재미를 누릴 수 없다. 계절이 좋아지니 아쉬운 마음에 자꾸 그 가게 생각이 난다.
고추장아찌와 어묵볶음의 ‘구수 매콤’ 하모니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뚝딱 만들 수 있는 주먹밥은 솜씨 없는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요리다. [GettyImage]
주먹밥은 포장해 다니기 좋고, 꺼내 먹을 때도 번거롭지 않아 좋다. 냉장고 속 재료를 털어 만들면 새로운 맛이 나니 기분도 좋아진다. 주먹밥 재료나 크기는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주먹밥 뭉치는 데 자신이 없다면 김‧깻잎 등으로 겉을 감싸거나, 달걀 물을 묻혀 살짝 구우면 된다.

지금 같은 봄에는 참나물, 미나리, 유채 등을 데친 뒤 잘게 썰어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하고 밥과 뭉친다. 그러면 선명한 초록색이 군데군데 섞여 예쁜 무늬를 만든다. 이때 잔멸치나 간고기 볶음 등을 넣으면 당연히 더 맛있다. 재료가 없으면 김이나 통깨 정도만 더해도 충분하다. 아삭하고 달착지근하며 향기로운 나물 맛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향이 진하고 쌉싸래한 머위, 씀바귀, 냉이 등으로 주먹밥을 만들 때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더하면 좋다. 재료를 간간하게 뭉쳐 밥과 섞으면 봄맛 가득한 한입 비빔밥이 된다. 도시락에 넣을 거라면 주먹밥을 작게 만들고 상추에 한 알 한 알 올려 귀여운 쌈밥으로 준비한다.

겨울 반찬을 활용해 주먹밥을 만들 수도 있다. 매운 고추장아찌 물기를 빼고 잘게 썰면 기분 좋은 알싸한 맛이 난다. 여기 잘게 썬 어묵을 살짝 볶아 함께 넣으면 구수한 맛과 매콤한 맛이 아주 잘 어울린다. 무장아찌가 있으면 물기를 꽉 짜고 얇게 썬 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밥에 섞으면 된다. 이때 간장과 설탕으로 양념해 볶은 고기나 당근, 버섯 등을 함께 넣으면 주먹밥이 한층 근사해진다. 마른 표고를 물에 불려 볶은 걸 사용하면 만들기 수월하고 향도 좋다.
기름 두른 팬에 둥글 납작 부쳐내는 이색 주먹밥
멸치와 밥을 조물조물 뭉쳐 만든 멸치 주먹밥. [GettyImage]
주먹밥 재료로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신김치나 묵은 김치를 헹궈 물기를 꽉 짠 다음 잘게 썰어 참기름 또는 들기름과 설탕에 무친다. 이때 매운 고추를 조금 썰어 넣어도 좋다. 양념에서 설탕을 빼고 싶다면 꼬들꼬들한 단무지를 구해 잘게 썰어 섞는다. 밥에 참기름, 통깨, 단무지 등을 넣고 먼저 섞은 다음 씻은 김치에 밥을 돌돌 말아 한입 크기로 만들면 색다른 맛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주먹밥에는 잘게 썬 햄, 기름기를 쪽 뺀 통조림 참치 등을 풀어 넣어 섞어도 좋다.

김치를 깍두기나 무김치로 대체할 때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재료를 작게 썬 뒤 들기름에 살짝 볶아 물기를 날린다. 이것을 밥과 뭉친 다음 기름 두른 팬에 두꺼운 빈대떡처럼 둥글납작하게 부쳐낸다. 겉이 바삭하도록 구우면 씹는 재미와 고소한 맛이 몇 배가 된다. 모양도 예쁘다.

주먹밥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밥과 반찬 조화를 생각해 재료를 뭉치고, 부족하면 이것저것 더해본다. 장조림, 연근, 우엉조림, 명란젓, 오징어젓, 명엽채, 북어채, 나물 등 무엇이든 밥과 어우러질 수 있다. 소박한 주먹밥의 정감 있는 맛만큼 좋은 건 조물조물 함께 만드는 기쁨, 같이 나눠 먹을 설렘이 아닐까 싶다.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