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쓰도 술꾼으로 만드는 술, ‘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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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1-03-12 16: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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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밝힌다. 본 에디터는 알쓰 중에서도 상알쓰다. 유전적, 체질적으로 술을 한 잔 마시면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홍익인간이요. 거기서 한 모금 더 마시면 집인지 밖인지 모르고 숙면을 취하는 진정한 알쓰(알코올쓰레기)다. 그렇다고 술을 맛있다고 느끼지도 않기 때문에 평소 술은 혀도 코도 대고 싶어하지 않는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알쓰의 입맛을 사로잡은 술이 있었으니 바로 모주(母酒)다. 어머니 모(母)에 술 주(酒). 어머니도 몰래 마시는 술이라는 뜻일까? 어머니들만 마시는 술이라는 뜻일까? 이름이야 어찌됐건 모주는 술을 못 마시는 에디터의 입맛에도 맛있었고 쉬이 취기가 일지도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술이기에 알쓰의 입맛마저 사로잡은 것인지 궁금했다. **본격적인 모주 소개를 하기 전 본 글이 일체의 협찬 등을 받지 않은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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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수정과인가 술인가. 수정과 같은 은은한 계피향에 입 안을 감싸고 도는 감식혜 같은 달달함. ‘알쓰’마저 “한 잔 더!”를 외치게 만든 술.

🤪알코올도수 - 1.5도. 도수가 낮다고 방심했다가 취했다.

모주가 모쥬?
모주는 전라도, 특히 전주시에서 유명한 술이다. 알코올도수는 1.5도로 술꾼들은 “이게 무슨 술이냐”고 할 수준이지만 마신 직후 음주단속 측정기를 불면 ‘술 드셨습니다’라는 결과가 나오는 엄연한 술이다.

전주모주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전주를 대표하는 한방 웰빙 막걸리’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모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막걸리와 웰빙, 그리고 한방이 대체 무슨 조화로운(?) 단어조합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모주는 이렇게!
모주는 막걸리를 발효시킨 후 각종 한약재를 넣고 끓여 만드는 술이다. 전주 대표 음식인 콩나물국밥과도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데,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해장을 하기 위해 콩나물국밥과 뜨겁게 데운 모주를 함께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본 에디터는 시원하게 냉장보관하여 먹는 모주가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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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주는 왜 ‘母주’일까?
모주의 이름에 얽힌 유래는 크게 두 가지가 전해진다.

유래 1. 술을 너무 좋아하여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는 아들의 건강을 걱정한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술, 건강이라도 덜 버리면서 먹으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막걸리에 각종 한약재를 넣고 술을 달였는데, 이를 먹은 아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일이 없었다는 것. 이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모주가 널리 알려졌다는 유래다.

유래 2. 조선시대 쓰여진 『대동야승(大東野乘)』에 따르면, 조선 14대 왕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仁穆大妃)의 어머니 노씨부인(盧氏夫人)이 광해군 때 제주도로 귀양을 가 만들어 팔았던 술이 그 유래라고 한다.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고 대비모주(大妃母酒)라 부르다가 모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모주 시음 결과는...
서두에 밝혔듯 술을 잘 마시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에디터지만 모주의 계피향과 달달함에 반했다. 술 한 잔을 권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멈춰!를 외치지만, 그가 내미는 술이 모주라면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킬 의향이 있다.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모주 보다는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모주가 더 입맛에 맞았는데, 얼음 띄운 수정과를 먹는 것 같은 향이 매력있다. 

또다른 알쓰 지인에게 모주를 맛 보여주었더니 온라인 쇼핑몰에서 12병 짜리를 주문하여 냉장고를 가득 채웠단다. 밥 먹을 때 반주로 즐기는데, 매일 마시고 싶어 자제 중이라고 제보해왔다.

에디터 HWA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