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성별 구분은 의미 없다, 젠더리스 뷰티

여성동아
여성동아2021-02-1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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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양성 평등을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곳은 뷰티 업계다. 이제 화장품에서 남녀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오직 개성과 취향만 중요할 뿐. 뷰티 업계의 강력한 트렌드 젠더리스 신드롬에 대하여.
과거에도 색조 화장품 브랜드 광고에 남성 모델이 등장하긴 했지만 불과 5~6년전 까지만 해도 모델이 얼굴에 직접 제품을 바르지는 않았다. 손에 들고 있거나, 여성이 바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정도. 남자 모델이 색조 제품을 직접 바르고 등장한 국내 광고는 2017년 뷰티 브랜드 릴리바이레드가 모델 권현빈을 발탁, 틴트와 블러셔로 상큼한 메이크업 화보를 선보인 것이 그 시초가 아닐까. 

지금은 누가 어떤 메이크업을 하고 등장해도 그렇게 놀랍지 않으니 그동안 정말 큰 변화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들을 위한 맨즈 뷰티 전성기를 거쳐 이제는 성별의 구분 없이 남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젠더리스 뷰티 시대가 열린 것.
‘젊음은 모두에게 있다’를 모티프로 한 모브판타스틱에버의 광고 비주얼.
‘성의 구별이 없는’ 또는 ‘중립적인’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젠더리스(Genderless)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은 사회적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성별 구분 없이 중립적 시각에서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고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화장품에 굳이 성별 구분이 필요할까요? 성분에 남녀 구분이 없잖아요. 어차피 화장품은 다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요.” 뷰티 브랜드 콰티 이천행 대표이사는 남성과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품에서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향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젠더리스 브랜드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라카.
국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젠더리스 뷰티의 영향으로 스킨케어를 비롯해 메이크업, 향수까지 남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2018년에 론칭한 국내 최초의 젠더 뉴트럴 색조 브랜드 라카. 라카는 ‘뷰티는 원래 모두의 것(Beauty is meant to be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과 남성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제안한다.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2020년 10월 젠더리스를 콘셉트로 내세운 메이크업 라인을 론칭했다. 제품은 립스틱, 립밤, 아이섀도 등 6종으로 출시되었는데, 남녀 모두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와 한의사 장동훈이 론칭한 이스라이브러리는 전통 한의학에 기초한 젠더리스 브랜드다.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한 한방차를 마셨더니 불면증이 호전되면서 피부 톤이 환해지는 변화를 경험한 것에서 착안했어요. 한방차에 담겨 있는 자연 성분을 바탕으로 화장품이 탄생했죠.” 이스라이브러리 브랜드 매니저 김서현은 남녀 상관없이 건강하고 밝은 피부를 만들어주는 원리가 담겨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젠더리스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비건 뷰티 브랜드 리듀어는 젠더 뉴트럴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성별, 나이, 경제력 등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느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했고, 남성 고객의 구매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젠더 뉴트럴로 리뉴얼하게 된 것이다.

니치 향수의 인기와 더불어 향수 시장에서도 젠더리스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플라워  ·  과일 등 달콤하고 상큼한 향으로 표현되는 여자 향수, 나무나 풀에서 추출한 우디 또는 스파이시한 향의 남자 향수 이런 식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중성적인 향을 지닌 남녀 공용 향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특별한 원료의 조합으로 탄생한 8가지 향으로 구성된 지방시뷰티의 드 지방시 컬렉션, 소년과 소녀가 각각 남성과 여성이 되기 전 어색하고 떨리는 감정과 순간의 기억을 향기로 표현한 바이레도의 슬로우 댄스, 미네랄 아로마틱 계열 향이 인상적인 구찌의 메모아 뒨 오더 등이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처럼 젠더리스 열풍 속에 실제로 구매하는 남녀의 비율이 어떻게 될까? 콰티는 남녀의 비율이 50 : 50이라고 밝혔고, 리듀어는 여성이 55%, 남성의 경우 45% 비중으로 판매되었다고 공개했다. 

“촉촉한 반투명 타입 립 제품은 온라인 스토어 구매 고객 중 30% 이상이 남성일 정도로 인기가 좋아요. 또한 쿠션과 파운데이션의 어두운 셰이드는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남성이죠.” 라카 브랜드 디렉터 이민미는 남성에게 인기가 있는 카테고리와 컬러가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젠더리스 브랜드는 남녀 고객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도움말  &  감수 김서현(이스라이브러리 브랜드 매니저) 김혜진(LVMH 프레이그런스) 이민미(라카 브랜드 디렉터) 이천행(콰티 대표이사) 장지수(리듀어 본부장) 정유진(모브판타스틱에버 마케팅 대리)
글 김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