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 싸움에 경찰 등장까지, 스타벅스 플레이모빌이 뭐길래?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스타벅스 공식 인스타그램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스타벅스코리아는 1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스타벅스 스페셜 에디션 플레이모빌 피규어-버디세트'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매주 목요일 이른 시간마다 스타벅스 매장 앞은 피규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지난 2주차 대비 매장에 풀린 굿즈 수량이 대폭 줄어들며 줄을 서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생겨 경찰까지 출동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21일 서울 한 쇼핑몰에 입점한 스타벅스 매장에 버디 세트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의 줄에 혼선이 생긴 것이다. 쇼핑몰이 문을 여는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에 스타벅스 매장도 문을 열기 때문에 쇼핑몰 정문 앞에 줄을 선 사람들과, 주차장에서 올라온 이들이 스타벅스 매장에 먼저 도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2시간 넘게 사람들은 대치중이었고, 결국 경찰이 개입하고 나서야 현장은 정리되었다.

이번 스타벅스가 내놓은 버디 세트는 독일계 장난감인 플레이모빌과 협업해 만든 상품이다. 특정 음료를 주문하면 음료와 플레이모빌을 같이 구입할 수 있다. 이벤트는 4주간 진행되며 총 8종의 플레이모빌이 판매된다. 스타벅스의 주요 매장과 온라인 카페나 사이트 등은 이 피규어를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스타벅스가 협업한 이 플레이모빌은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undefined

플레이모빌 /flickr

플레이모빌의 탄생

플레이모빌은 독일의 쥐른도르프에 있는, 1876년 설립된 브란트슈테터 그룹의 완구 브랜드 중 하나다. 7.5센티의 미니피규어 중심으로 블럭의 조합을 중시하는 레고와는 달리 섬세한 고증 위주의 디자인으로 인기가 많다. 플레이모빌의 웃고 있는 얼굴은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하며, 독일에서는 이미 국민 피규어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부모들이 자신이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플레이모빌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란트슈테터는 원래 저금통이나 전화기 등을 생산하던 기업이었지만 1945년 들어 금속보다 재료 수급도 원활하고 단가도 낮은 플라스틱 완구로 종목을 전환한다. 브란트슈테터 그룹의 회장인 호르스트 브란트슈테터는 당시 독일의 발명가이자 훗날 플레이모빌의 아버지라 불리는 한스 벡에게 아이들을 위한 피규어의 개발을 요청하였고, 벡은 1971년부터 1974년까지 3년 동안 플레이모빌의 기초가 된 장난감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

한스 벡 /flickr

벡은 너무 복잡하지 않고, 아이들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난감은 일관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손에 딱 맞는 피규어의 크기, 아이가 그린 사람의 얼굴과 동일한 디자인인 커다란 머리, 환한 미소, 코가 없는 모습 등이다.

그러나 1973년 석유 파동으로 인해 재료로 쓰는 플라스틱 가격이 높아졌고, 브란트슈테터 기업은 플라스틱 함유랑이 적은 미니 피규어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다. 1974년 플레이모빌의 이름을 단 첫번째 완구가 출시되었고 중세 기사, 아메리카 원주민, 공사장 인부의 세 가지 테마로 뉘렌베르크의 세계 완구 박람회에서 공개되었다.

관람객들은 처음에는 이 장난감을 낯설어했지만, 곧 좋은 반응을 얻어 1974년 첫 해에 플레이모빌은 3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브란트슈테터 기업 매출의 1/6을 책임지는 생산 라인으로 지정된다.

실제 Z4를 플레이모빌 스케일로 제작한 전용 BMW Z4 /klickypedia

플레이모빌 : 더 무비 스틸컷 /flickr

유럽에는 현재 세 곳의 플레이모빌 관련 공장이 있다. 독일, 몰타, 그리고 스페인이다. 각 공장은 특정 제조 영역을 맡고 있다. 독일은 배와 성 등 일반적인 피규어보다 더 큰 아이템을 주로 만들며, 몰타는 캐릭터와 관련 악세서리를 만들고, 스페인은 피규어 악세서리를 전문적으로 제작한다. 처음 플레이모빌은 4살에서 12살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 많은 어른들은 플레이모빌을 수집하거나 이 장난감으로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플레이모빌과 여러 기업과의 콜라보

플레이보이 미스터리 팩의 경찰 피규어(2016년) /공차코리아 페이스북

공차코리아는 2016년 5월, '플레이모빌 미스터리 팩'을 출시해 키덜트들의 관심을 모았다. 공차 음료 구매 시 플레이모빌 미스터리 팩을 구매할 수 있게 했고,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캐릭터 10종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블라인드 팩으로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까지 더했다. 이 이벤트는 특히 국내 최초의 한정판이라는 의미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마다 원하는 피규어가 나오지 않으면 지갑을 더 열어야 하는 악독함(?)을 더했다.

그레뱅 뮤지엄 내 전시된 작가 5인의 플레이모빌 작품(2016년) /그레뱅 뮤지엄

파리에서 온 밀랍인형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은 2016년,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플레이모빌과 함께 '그레뱅 뮤지엄 플레이모빌 월드스타' 전을 열었다. 이 특별 전시를 위해 국내에 유명한 플레이모빌 신진 작가 5인이 참여해 엘비스 프레슬리, 오드리 헵번 등 당대 최고의 가수와 배우부터 어린 왕자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프랑스 동화, 월리를 찾아서, 인기 드라마와 할리우드 유명 영화까지 다양한 디오라마 작품을 제작했다.

폴 니엘 ‘Burning’(2016년) /롯데갤러리

롯데갤러리는 같은 해, '플레이모빌과 함께하는 미술여행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리처드 언글릭, 폴 니엘, 알린느 우드 디에볼, 최기창 등 플레이 모빌을 활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국내외 작가 8명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 플레이 모빌을 통해 느꼈던 감성을 끄집어내 다양한 오마주 또는 패러디 작품을 만들어냈다. 여행가이자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폴 니엘은 에베레스트 산과 이란의 뜨거운 사막, 티벳의 처녀봉, 케냐의 정글 등 세계 각지를 피규어와 함께 경험하며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AK플라자 분당점 1층 피아짜360 광장의 플레이모빌 & 쥬라기 공룡 전시전 (2017년)/AK플라자

AK플라자는 2017년, '플레이모빌과 함께 떠나는 쇼핑여행' 을 테마로 전 지점에서 플레이모빌 캐릭터를 활용해 매장을 연출했다. 각 점별로 나만의 플레이모빌 피규어 만들기, 대형 피규어 전시전, 클레이아트 등 다양한 체험존을 운영하고, 플레이모빌 콜라보 기념 응모권 추첨을 통해 1.6m 대형 플레이모빌 피규어를 포함한 플레이모빌 완구 신상품을 경품으로 증정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굿즈도 좋지만 과열 양상 주의해야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스타벅스 공식 인스타그램

스타벅스는 지난 여름 이벤트로 여행용 가방인 레디백을 음료 구매 시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레디백 구하기 열풍이 일면서 전국 스타벅스 매장 앞에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플레이모빌 협업도 한정판과 플레이모빌 피규어를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많아 더 관심을 끌었고 인기가 많은 만큼 다량 구입해 웃돈을 얹어 되판매하는 리셀러들의 '되팔기'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한 사이트에는 '스타벅스 플레이모빌'로 올라온 게시물만 2000여개가 넘었고, 지금까지 판매된 제품을 묶어 22만원이라는 가격을 붙여 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었던 만큼 굳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이벤트, 이제 레오만 남았다 /스타벅스

이에 대한 반응에 스타벅스 관계자는 "플레이모빌 프로모션은 원래 지난해 진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두 차례나 연기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웠다”며, “최대한 방역수칙을 준수해 문제가 발생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경찰까지 출동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불편 사항을 보완하고자 1인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유동 인구가 몰릴 수 있는 일부 몰에선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는 등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오는 28일에는 스타벅스에서 우주인 레오 플레이모빌이 마지막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플레이모빌은 원래도 마니아층이 있었지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와 협업하며 자신의 가치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조심해야 할 시기다. 한정판인 것도 좋고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이전의 레디백 사태처럼 소비자들간의 구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나, 온라인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되팔기 등의 과열되는 양상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탄생했던 플레이모빌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