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음료수의 종착역, 최후의 음료보관소가 생긴다면?

마시즘
마시즘2020-12-19 0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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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누가 나의 음료들을 지켜주지?
만약 내일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미국 로스앤잴레스에 사는 올리비아는 우선 트위터를 켰다. 자판을 두드려 이렇게 썼다. “그럼 오레오는 누가 구하죠?” 소행성의 충돌을 앞두고 오레오의 생사를 먼저 생각하는 기특한(?) 소녀팬에게 과연 오레오는 어떻게 답했을까?
걱정 마, 우리가 멸망에도 끄떡없는(?) 오레오 저장고를 지었단다
이 이야기는 한 달 후, 노르웨이에 위치한 스발바르 섬에서 끝나게 된다. 오레오가 국제 오레오 보관소를 세워버린 것이다. 국제 종자 보관소 맞은편에 쌍둥이 빌딩처럼 세워진 이 오레오 쿠키 보관소는 지구에 대재앙이 와도 오레오를 지킬 수 있게 설계되었다. -26도부터 148도까지 극한 상황에서도, 각종 지진이나 해일에도 살아남을 수 있게 튼튼하게 지어졌다. 이 안에는 각종 오레오와 오레오 레시피가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물론 그 날,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레오는 한 가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오레오는 물론, 분유까지 봉인했다. 역시 오테일(?)
지구가 종말 하더라도 후대에게 오레오의 맛을 전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레오도 놓친 게 있다. 문제는 오레오가 아니라 음료수다. 인간은 배고픈 건 참아도 목마른 건 3일도 참지 못하는 존재란 말이지. 아무리 오레오를 훌륭하게 보관했어도 저 안에 있다간 목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준비했다. 본격 음료 백업 프로젝트. 지구가 멸망해도 절대 지켜주고 싶은 음료들을 모아보았다. 이걸 홀짝거리면서 버티다가, 외계인이 협상하러 오면 내어주는 거야. 아무리 외계인이라도 30분이 넘는 회의에는 홀짝일 음료가 필요하거든. 마시즘판 노아의 방주, 여러분은 어떤 음료를 저장하시겠어요?
1. 음료계의 연금술사 / 제티
오레오는 가루우유를 보관했다. 튼튼함을 지켜주는 우유는 마셔야겠고, 도저히 흰 우유는 힘들다면? 정답은 제티다. 제티는 무슨 우유든 맛있는 초코우유로 변신시키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흰 우유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제티는 맛과 영양 모두를 잡는 치트키라 볼 수 있다. 한국 초등학교의 명예를 걸고 보존해야 할 헤리티지다.

신학기에 제티를 학교에 가져가면 모르는 친구들도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혹시 외계인이 오더라도 제티가 있다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외계인도 흰 우유를 싫어할 수 있잖아.
2. 마시는 방탈출 게임 / 포도 봉봉
고립된 생활에는 알맹이 음료가 아무래도 유리하다. 건더기가 있으니 배도 채울 수 있고, 알맹이 개수를 세면서 무료함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00피쓰 퍼즐 맞추기 같은 재미랄까? 하지만 포도봉봉은 다르다. 이 알맹이들을 빼내는 과정 자체가 방탈출 게임이다. 절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각종 기술을 동원해도 쉽지 않다.

그렇다. 고독한 음료러에게 포도봉봉은 영원히 깰 수 없는 보스맵 같은 존재다. 이 포도봉봉 하나면 외로운 벙커 생활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 <포도봉봉 알맹이 다 먹는 101가지 방법> 정도의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3. 따뜻해도 추워도 나는 잘 녹아 / 커피믹스
다시 태어난 지구는 추울까, 따뜻할까? 음료 저장소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미래의 온도를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료에는 계절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추운 날씨에 덜덜 떨고 있는 사람에게 얼음을 잔뜩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었다간 커피를 몽땅 뒤집어쓸지도 모를 테니까.

그렇다면 커피믹스는 어떨까? 혹한기와 혹서기 모두를 대비하는 훌륭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커피믹스는 뜨거운 물에도, 차가운 물에도 잘 녹기 때문이다. 모든 날씨를 커버하는 달달한 커피믹스야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최고의 저장 음료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회의에는 믹스커피가 국룰이 아니던가. 외계인이 지구를 걸고 협상을 해와도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이면 이길 수 있으리라.
4. 속이 뻥 뚫리는 소화제 / 사이다
저장소는 밀폐력이 중요하다. 혹시라도 위험물질이 새어 들어오면 안 되니까. 그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려면? 그때 필요한 것은 탄산이다. 목이 막히거나 속이 답답할 땐 상쾌한 사이다를 마셔줘야 뻥 뚫리니까.

그야말로 천연 소화제. 마치 옥천 hub에서 일주일째 빙빙 돌고 있던 나의 택배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은 기분이랄까?
5. 내 인생의 마지막 잎새 / 코카콜라
어렸을 때 엄마는 내 키만큼 커다란 곰인형을 사주셨다. 곰돌이 무릎에 기대어 잠을 자면 그렇게 솔솔 잠이 쏟아질 수 없었다. 그 곰돌이는 어린 시절 나의 애착인형이었던 것이다. 성인이 된 나에게는 코카콜라가 바로 그 애착인형 같은 존재다. 기쁘거나 힘들 때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웃음 짓곤 했으니까.

77억 지구인이 사랑한 코카콜라야말로 내가 살았던 지구별을 언제든 추억할 수 있는 존재다. 추억 속의 오르골을 열어보는 기분으로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이다. 언젠가 다시 나가서 코카콜라를 마음껏 사 먹을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배고픈 건 버텨도
목마른 건 못 버티니까
외장하드를 바라보며 잠깐의 상상을 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혹시라도 비상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여러분은 마실거리를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라면, 햇반 같은 음식만 챙겼다간 정작 목이 말라 탈수가 일어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인간의 몸은 70%의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오늘 밤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진다면? 여러분들이 최후에 순간에 챙기고 싶은 음료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