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마법의 식재료, 트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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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11-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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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트러플 /unsplash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송로버섯, 일명 트러플은 푸아그라, 캐비어와 같이 세계 3대 식재료를 대표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굳이 한국의 식재료와 비교하자면 산삼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음식 중 하나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트러플은 프랑스의 3대 진미를 이야기할 때 푸아그라나 달팽이 요리보다 먼저 거론된다고 한다. 지상이 아닌 땅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어렵고 채취하기도 쉽지 않다. 유럽에서는 이 때문에 트러플을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렀다.

트러플은 강렬한 향이 특징인데, 강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음식에 감칠맛과 풍미를 더한다. 미식가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로도 손색이 없고, 주요 만찬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고급 재료로 쓰이고 있다. 섬세한 미각을 가진 전세계 애호가들에게도 트러플은 항상 인기있는 음식이었다. 송로버섯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을 갖기 위해 전세계의 미식가들, 애호가들은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아낌없이 거금을 썼다.


고대부터 사랑받았던 트러플
트러플 /flickr
트러플은 기원전 20세기, 수메르인들이 송로버섯을 보리, 병아리 완두콩, 렌즈콩, 겨자 등 다른 야채와 섞어 사용했다는 기록에 처음 언급되며 등장한다. 고대 시절 트러플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떻게 자라난 건지 알 수 없었기에 트러플은 일찍이 고대 시대부터 여러 지식인들에게 신비함의 결정체였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루타르크를 비롯한 사람들은 트러플을 번개와 온기, 물이 결합한 흙 속의 결과라고 생각했고, 고대 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는 트러플의 조합이 천둥과 비라고 생각했으며, 철학가 키케로는 트러플을 지구의 자손이라 여겼다.

그러나 중세 시대로 들어서면서 트러플은 일명 '악마의 음식' 이라 불리며 심지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로마 가톨릭 종교에 대항하는 모든 것들을 배척해 종교재판이 유행했던 중세 시대는 이단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들이 처벌받던 시대였다. 새카만 색에 울퉁불퉁한 모양을 한 트러플은 소위 '악마'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들었으며 그 향은 마치 황산의 어떠한 향 같다며 '악마의 향'이라며 배척받기 시작했다. 종교 재판소의 직원들은 트러플을 먹으면 천국으로 갈 수 없다는 소문을 사람들에게 퍼뜨려 두려움을 심게 했다.
성 안토니오 주변, 이런 산에서 돼지들은 트러플을 발견했을 것이다 /flickr
이렇게 뜻하지 않게 박해를 받던 트러플은 그 당시 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던 성 안토니오 교파들에게 재발견이 된다. 이 교파의 사람들은 병자들을 먹이기 위해 돼지를 산에서 길렀는데, 풀어놓은 돼지들이 산을 돌아다니다 트러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성 안토니오 교파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순례자들에게도 돼지고기와 트러플이 들어간 음식을 대접하며, 트러플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진다. 이런 식으로 트러플은 암흑 그 자체였던 중세 시대에 조금씩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트러플은 이후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과 프랑스 앙리 2세의 정략결혼으로 이탈리아의 요리 기술이 본격적으로 프랑스에 들어오면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 메디치 가문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생소한 트러플을 처음 소개하게 됐는데, 단순히 흙이 묻은 돌덩어리라고만 생각했던 프랑스인들은 트러플이 가미된 음식을 먹은 후 그 맛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트러플은 급속도로 퍼져나가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식재료 중의 하나가 되었다.

170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트러플은 유럽 왕족 및 귀족 사이에서 최고의 음식으로 간주되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해외에서 귀빈이 방문했을 때 트러플을 대접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을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고, 1780년 트러플은 본격적으로 분기별로 수입되며 파리의 각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트러플은 프랑스 영주들의 식탁에, 국왕 루이 14세 식탁에도 종종 올랐다고 한다.
트러플의 화려한 부활은 거침없는 인기로 이어진다 /flickr
트러플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만 수백톤으로 생산량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안타깝게도 1914년부터 시작한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생산이 멈춰버리게 된다. 1945년 이후 트러플의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오르게 되자 1970년대엔 트러플의 생산 감소를 막기 위해 프랑스는 다시 새롭게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트러플의 약 80%는 숲에 심은 후 채취하는 방식인데, 아직 생산량이 1900년대 정점을 찍었던 그때엔 미치지 못한다. 트러플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지역 농민들이 대량 생산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10배 이상 높은 편이라 세계 각지에서는 트러플을 경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현재 트러플은 영국, 미국, 스페인, 스웨덴, 뉴질랜드, 호주, 칠레 등에서도 재배 중이다.


트러플의 채취와 그 종류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서 자라는 트러플은 모양이 예쁜 편도 아니고, 무심코 봤을 때는 이게 돌멩이인지 흙을 뭉친 건지도 잘 모를 정도의 생김새를 지녔다. 땅 속 30센티에서 길게는 1미터까지 퍼져 있어 사람이 직접적으로 그 위치를 알기란 불가능해 대신 개와 돼지를 활용해 트러플을 채취했다. 트러플 사냥(채취)은 처음에는 암퇘지에게 트러플의 냄새를 맡게 해 찾았으나, 차에 싣고 다니기도 힘들고 암퇘지가 트러플을 너무 좋아해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려고 해 채취가 쉽지 않아 요즘은 주로 훈련된 개를 이용해 트러플을 채취한다.
후각을 이용해 트러플을 찾는 개 /unsplash
트러플은 채취할 때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pxhere
10월 즈음이 되면 한밤중에 떡갈나무 숲으로 가 채취를 시작하는데, 밤에 채취를 하는 이유는 개들의 후각 집중력이 밤에 더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트러플이 있는 장소를 알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트러플은 항상 같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일명 트러플 사냥꾼들이 그 자리를 더 들키지 않아야만 하는 것도 있다. 트러플의 향을 맡은 개는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하고, 그때 사냥꾼은 개에게 먹이를 줘 잠시 물러나게 한 다음 아주 조심스럽게 땅을 마저 파 트러플을 꺼낸다. 막 다루다가는 트러플의 겉면이 다칠 수 있어 최대한 부드럽게 꺼내야 하는데, 크기는 자갈만한 작은 크기에서 사과 정도의 큰 크기까지 다양해 다 파낼 때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블랙 트러플 /istock
블랙 트러플 [Black Périgord Truffle]

프랑스 남서부의 페리고르 지역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겉과 속이 까맣고 특유의 진한 향이 있다. 갓 수확한 신선한 블랙 트러플이 가공한 것보다 수십배는 더 좋은 평가를 받으며, 과학자들은 블랙 트러플에서 견과류, 풀, 유황 냄새부터 시작해 엷은 바닐라, 장미 꽃잎 등 100여가지가 넘는 향을 도출해 냈다. 블랙 트러플은 물에 끓여서 보관해도 향기가 날아가지 않아 활용도가 화이트 트러플보다 높아 요리에 자주 이용되며 인지도도 높다.
화이트 트러플 /unsplash
화이트 트러플 [White truffle]

중앙 및 북부 이탈리아의 피에몬트 지역 등에서 자생하는 화이트 트러플은 매우 귀하게 취급되는 식재료다. 2010년에는 13개의 트러플이 총 307,200유로에 판매되기도 했으며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는 가장 큰 화이트 트러플은 무려 1.31kg짜리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최상급으로 치는 화이트 트러플엔 마늘, 유황 등의 냄새와 마른 토양의 냄새가 뒤섞인 듯한 강렬한 향이 있으며 특히 그 향이 블랙 트러플보다 진해 따로 조리하지 않고 얇게 저며 요리 위에 얹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블랙 트러플과 비슷하지만 약간 풍미가 떨어지는 블랙 섬머트러플, 화이트 트러플과 비슷하지만 약간 풍미가 떨어지는 화이티시 트러플, 식용 가능한 다른 갈릭 트러플, 피칸 트러플 등등 트러플의 종류는 다양하다.



트러플로 더 맛있어지는 요리들


트러플은 특유의 향과 비싼 가격 때문에 꽤 적게 사용되는 편이다. 생산되는 트러플은 보통 날것으로 먹거나, 파스타나 오믈렛처럼 따뜻한 음식 위에 얹어 먹거나, 오일과 섞어 소스로 뿌리기도 한다. 얇은 트러플 조각은 돼지고기나 닭고기 요리, 퓌레 또는 고기의 속을 채우는 데에도 들어간다. 그외에도 트러플은 에피타이저, 샐러드, 수프, 음식의 외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음식에 곁들이는 가니쉬 등에도 널리 쓰인다.
트러플을 올린 오믈렛 /photo-ac
파스타 위에 얹은 트러플 /pixabay
프랑스의 트러플을 이용한 가장 전통적인 음식은 거위간 푸아그라를 비롯해 수프, 송아지 고기나 바닷가재 요리 등이다. 이탈리아의 흰 트러플은 샐러드를 만들거나 아주 얇게 저며 음식 위에 뿌려 먹는다.

대개 블랙 트러플은 주로 오믈렛, 리조토 등에 쓰이며 화이트 트러플은 슬라이서를 이용해 트러플을 썰어낸 다음, 파스타나 치즈 요리 같은 음식 위에 올린다. 여기엔 트러플 소스가 음식에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해 같이 쓰인다.

여담으로 트러플을 쓸 땐 단순한 맛의 요리를 선호하는데, 이 트러플을 가미함으로써 요리 본연의 맛과 트러플의 맛을 같이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트러플 오일 /pxhere
그외에도 트러플 오일, 트러플 소금, 트러플 꿀, 트러플 보드카 등 여러 용도로 다양하게 쓰이는데 특히 일반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트러플 오일은 사실 진짜 트러플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인공적 트러플 향을 만들어 넣은 것이라 한다.

트러플 특유의 향을 내는 이 물질은 2,4-Dithiapentane(2,4-디티아펜탄)라는 것으로 황이 포함되어 있어 강렬한 향을 낸다. 진짜 트러플이 들어간 오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트러플 오일은 트러플 대신 쓸 수 있는 저렴하고 편리한 대용품이다. 대개 트러플 오일은 요리할 때 트러플의 향을 높이기 위해 쓰이는데, 올리브유나 포도씨유 등에도 이 향을 넣어 인공 트러플 오일을 만들어 쓸 수 있다.



사랑스러운 음식, 트러플
음식에 뿌리는 마법이 된 트러플 /flickr
이탈리아의 작곡가 롯시니는 트러플을 '버섯계의 모차르트' 라 칭했다. 그는 살면서 딱 세 번을 울었다는데 오페라 흥행에 실패했을 때 한번,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을 때 한번, 마지막으로 세느강에서 뱃놀이를 하던 중 트러플을 곁들인 칠면조 요리를 강에 빠뜨렸을 때라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작가 뒤마는 트러플을 '식탁의 지성소(성서에서 지성소는 일반적으로 신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라 지칭했다. 이런 것만 봐도 트러플이 얼마나 특별하게 여겨졌는지를 알 수 있다.

트러플은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써가 아닌,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으로써의 소중한 식재료 중 하나가 됐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음식이어도 트러플이 들어가는 순간 색다른 음식으로 변하는 마법이 된다. 그랬기에 트러플은 문화계, 정치계를 통틀어 트러플 감정사들을 계속 늘어나게 만들었고, 프랑스 영주들의 식탁에 꾸준히 올랐으며, '트러플 사냥' 은 귀족들의 재미난 놀이 중 하나였다.

현대의 사람들 또한 최상품 트러플에 여전히 열광하며 지갑을 열고, 수많은 요리들에 트러플을 가미해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등 트러플은 고대부터 현재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