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특별한 OOTD] 가을과 어울리는 스테디셀러 아이템, 버킷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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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10-12 18: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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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것이 가을이지만, 이 때는 왠지 모르게 마음 속 깊은 감정에 충실하면서 차분해진다. 쌀쌀하지만 가볍게 즐기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인지 몰라도 패션도 화려함보다는 따뜻하고 심플한 느낌의 디자인이 많다. 가을 교복이라 불리는 트렌치 코트와 로퍼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은 어렵지만, 이맘때는 나들이도 많이 즐기기 때문에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에 더욱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가방, ‘버킷백’을 빼놓을 수 없다. 양동이(bucket)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그 모양과 다르게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가방이다. 지난 여름 유행했던 버킷햇과 같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적합한 아이템이 아닐까 한다.


심플하면서도 넓은 공간이 특징


버킷백의 가장 큰 장점은 장식보다는 편리한 수납과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는 '공간적 조형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패션에 나타난 패션가방의 조형성(양아랑, 김주연, 이효진. 2007)’에 따르면, 공간적 조형미를 가진 가방은 토트백, 새철백, 더플백, 버킷백, 호보 등이 있다고 한다.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이지만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어 실용성이 강조된 ‘빅 백(big bag)’이라고도 불린다.
pixabay
버킷백이 이러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레트로 유스 세대를 위한 슈즈 및 백 디자인 개발 -1950년대~1970년대를 중심으로-(이미희, 2011)’에 따르면 격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에 유행했던 슈즈와 백 스타일은 하이힐과 금속 프레임이 구조화된 핸드백이나 버킷백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의 버킷백 / pixabay, 위키미디어
이런 패션 문화는 돌고돌아 MZ세대라고 부르는 레트로 유스 세대로 이어졌다. 레트로 유스(Retro youth) 세대는 이름처럼 현재의 시각에서 과거의 양식을 이해하고, 포스트모던적인 표현의 다양성과 개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레트로 문화를 새롭게 시도하는 세대를 말한다.

특히, 1950년대∼1970년대의 영향을 받은 복고적 문화를 즐기며 이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 재창조해 즐거움과 향수를 간직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에 버킷백과 같은 오래된 아이템이 지금 세대에도 거부감없이 핫한 아이템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
2020 상반기 인기를 얻은 명품백 중 버킷백이 다수였다 / 트렌비 TV 유튜브 캡쳐(https://youtu.be/M75agx5tykI)
여러 명품 브랜드는 물론, 중소 패션 브랜드, 스파 브랜드에서도 매년 꾸준히 버킷백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명품구매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기있었던 가방 TOP 5 중에서 메종 마르지엘라, 프라다의 버킷백이 랭크됐다.

정장이나 캐주얼 의상 모두에도 어울리며 가죽부터 비닐소재,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성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버킷백이 샴페인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방이라는 말도 있듯,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으면서도 가방 입구를 끈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형태가 매력적이다.
pixabay
이렇듯 버킷백이 사랑받아 온 이유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커진 영향도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직업, 쇼핑, 사교 등을 목적으로 여성들의 독립된 활동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크기가 큰 가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격식도 좋지만 실용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 여성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주머니

버킷백과 닮은 형태를 가진 가방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복주머니. 그래서 버킷백을 ‘복주머니 가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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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는 여러 색의 천에 길상의 뜻을 가진 한자 수(壽)·복(福)·부(富)·귀(貴)를 수놓아 만든 것으로,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복에는 현대의 기성복처럼 주머니가 따로 없기 때문에, 호주머니 역할을 했으며, 요즘에는 가방처럼 들기도 한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혼수품으로 만들어가는 품목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두루주머니 / 전은지 기자
복주머니도 모서리가 각진 형태인 귀주머니와 둥그런 형태의 두루주머니로 나뉘는데, 버킷백과 비슷한 모양은 두루주머니다. 상단의 끈을 묶어 주었을 때는 동그란 형태이지만, 끈을 풀어준 모양은 반원에 가깝다. 때문에 버킷백처럼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다.

복주머니가 버킷백과 다른 점은 실용성보다는 의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복(福)’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설날이나 정월초하루에 선물로 나눠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주머니 안에는 볶은 콩 한 알을 붉은 종이에 싸서 넣어주며, 주머니를 차면 그해에는 귀신이 물러가고 복이 온다고 믿었다.


콜롬비아 여인들의 땀이 담긴 모칠라백

버킷백의 형태를 하고 있는 또 다른 가방이 있다. 콜롬비아의 가장 큰 원주민 집단인 와유족이 만드는 수제가방인 ‘모칠라(mochila) 백’이다. 스페인어로 '모칠라'는 자루, 주머니를 말한다. 그래서인지 모칠라백의 모양도 자루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모칠라백은 화려한 색과 패턴이 특징인 수제가방이다 / pixabay
2016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모칠라백의 가장 큰 매력은 ‘수제’라는 것이다. 가방의 어깨끈부터 가방 전체가 뜨개질을 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모칠라 스토리’라는 책을 펴낸 김정아 스페이스 눌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와유 부족 여인들과 소녀들은 집안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뜨개질로 보낸다고 한다. 그만큼 모칠라백은 와유족의 주 수입원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칠라백. 모양이 버킷백과 닮아있다 / pixabay
화려한 색과 문양을 가지고 있어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은 모칠라백은 뜨개질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가방의 디자인이나 크기에 따라 들어가는 실의 개수나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보통 크기의 모칠라백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수개월 정도 걸리며, 6~8볼 정도의 실이 들어간다.

직접 모칠라백을 만든 후기들을 보면, ‘모칠라백이 아닌 미칠라백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 걸리며, 자칫하면 제대로 된 모양이 잡히지 않아 세심하게 힘을 주며 뜨개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콜롬비아 와유족 여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모칠라백 뜨기로 보낸다고 한다 / pixabay
보통 코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코바늘 뜨개질을 할줄 안다면 도안에 따라 만들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공방이나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서 강의를 볼 수 있으며, DIY 세트도 판매하기 때문에 취미를 찾고 있다면 시작해봐도 좋겠다.

선물에는 부여되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가방은 ‘언제나 나를 기억해주세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가방을 선물받는 꿈이나 사는 꿈은 명예나 높아지거나 추진하는 일이 해결되고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는 길몽이라고 한다. 가방에 담긴 좋은 의미처럼 실용성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다면, 복을 담아 끈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버킷백’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