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간 가을 제철 과일,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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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9-03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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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아직 날씨는 덥기만 하지만, 해가 지면 선선한 기온 때문에 가을이 온 것만 같다. 절기 상으로도 일교차가 커지는 처서가 지나고,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다가오니 계절이 바뀌는 때인 듯하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면역력을 키우는 등 건강이 중요한만큼 제철 과일을 먹어주면 좋다.

특히 가을에는 사과나 배 등의 제철과일이 많지만, 좀 더 색다른 과일을 맛보고 싶다면 ‘무화과’를 추천한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갔다고 전해질만큼 귀하면서도, 딱 이맘때부터 먹을 수 있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분은 높지만, 열량이 낮으며, 소화에 도움을 주는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담과 이브가 몸을 가린 잎사귀

‘무화과(無花果)’는 이름 그대로 ‘꽃이 없이 열리는 열매’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꽃잎이 따로 없이 열매 안에 작은 꽃 여러 개가 숨어있다고 한다. 농식품백과사전에 따르면, 무화과는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 왕조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수이기도 하다. 원산지가 아라비아 서부나 지중해 연안이다. 그 때문인지 성경 등 서양문화에 자주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가 잎사귀로 몸을 가린 모습을 그린 벽화 / pixabay
종교가 없어도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그 안에 등장하는 나무가 무화과다.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이 만든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는 지상낙원이라고 하는 ‘에덴동산’에 살았다. 조건이 한 가지 있다면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 중에서 가운데에 있는 ‘선악과’의 열매는 절대 만져서도 먹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뱀의 유혹으로 이브는 선악과의 열매를 먹게 되었고, 남편인 아담도 이브가 주는 선악과 열매를 먹게됐다. 그 순간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것이 창피해진 두 사람이 잎사귀로 몸을 가렸는데, 그때 가린 잎이 무화과나무의 잎이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한 마을의 풍경. 무화과 나무가 심어져 있다 / pixabay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우수 식재료 디렉토리에 의하면,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4세기 때부터 무화과를 가로수로 심었을 정도이며,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 시대부터 재배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모두 무화과를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로마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무화과에 열매가 많이 맺도록 재배법을 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다산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한다.


약재로도 쓰일만큼 효능 많아

8월에서 11월이 제철인 무화과는 단맛이 나면서 열량은 1개 약 27kcal, 100g당 약 54kcal 정도로 낮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체중 조절에 효과적이어서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손색이 없다. 모델 한혜진도 무화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있다.
pixabay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폴리페놀, 쿠마린, 안토시아닌 등은 항암 성분이 풍부해 항산화 작용, 항균, 항염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칼륨과 피신도 풍부해 혈압을 조절해 주고 소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방에서는 무화과 열매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을 맑게 해 소화불량, 식욕부진, 장염, 치질 등에 사용했으며, ‘동의보감’에는 설사를 멎게 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중국 의학서 ‘본초강목’에서는 5가지 종류의 치질과 종통을 치료할 때 사용했으며, 잎으로 탕을 끓여 그 김을 쬐면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샐러드부터 무화과잼까지 다양한 요리법


무화과는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어 2~3일 안으로 빨리 먹어야 한다.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무화과를 키친타올로 감싼 후 비닐봉지에 밀봉해 1~5℃로 냉장보관 하면 된다.
무화과는 여러 과일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샐러드로 많이 먹는다 / pixabay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어 무화과와 육류는 음식 궁합이 좋다 / pixabay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무화과는 그만큼 활용 방법도 다양하다. 잘라서 그대로 먹거나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단맛이 강하고 시지 않아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 등의 육류와 함께 먹어도 좋다.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ficin)을 함유하고 있어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연육제로 쓰거나, 고기를 먹고 난 다음 후식으로 먹어도 좋다.
무화과잼 만드는 과정 / 농촌진흥청 제공
pixabay
무화과 잼은 일반 잼 만드는 방법과 같다. 무화과는 자두, 키위, 천도 복숭아, 패션프루트 등 신맛이 강한 과일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함께 넣어 만들어도 맛이 좋다. 과일과 설탕의 비율은 2대1로 해서, 약한 불에서 수분이 줄어들 때까지 저어주며 끓인다.
농촌진흥청 제공
다른 과일과 함께 갈아서 먹어도 좋다 / pixabay
스무디로 갈아서 먹기도 편하다. 무화과를 1/4∼1/8 크기로 잘라 얼려주면 만들기가 편하다. 얼린 무화과에 요구르트, 과일주스 등을 넣고 믹서로 갈아 준다. 바나나 등을 함께 갈아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몸이 지칠 때는 제철 과일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좋은 성분이 가득 들어있는 것은 물론 맛까지 좋은 무화과로 남은 여름과 다가올 가을을 이겨보는 것도 좋겠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간 과일이라고 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