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존중해주세요! 내맘대로 만드는 ‘커스텀’의 세계

핸드메이커
핸드메이커2020-07-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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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Z세대를 넘어 요즘 2030을 ‘MZ세대’라고 부른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각종 SNS를 통해 소통하며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과는 다른 것을 추구한다. 오죽하면 ‘개취존중(개인취향 존중)’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같은 제품이어도 남들과 다르게 내가 원하는 것을 주문제작하는 것이 커스터마이징이다 / pixabay
이런 요즘 세대에게 딱 맞는 것이 있다. 바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남들과 같은 것은 싫고, 나와 어울리는, 나만이 가진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고객의 요구에 맞게 제작하는 것

커스터마이징은 ‘무엇을 주문 받아서 만들다’라는 의미로, 사전에서는 ‘상업이나 산업에서 역사적으로 생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맞춤 제작 서비스’를 말한다.

IT 분야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사양을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설정하는 것이나 소비자의 자체 제작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주는 DIY, OEM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사양을 기성품으로 제공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물건을 사면서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심리

왜 사람들은 커스텀 제품을 좋아하는 걸까? ‘커스터마이징 디자인에 나타난 가치소비 트렌드 연구(최우희, 김수정, 2018)’에 따르면, 소비시장에서는 제품뿐만 아니라 구매 행위과정 안에서도 ‘재미(Fun)’를 추구하고 완제품에서도 자신만의 ‘재치(Wit)’가 드러나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왕 필요한 물건을 살 바에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예쁜 것, 돈을 쓰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사겠다는 것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해 마음의 만족이 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가리키는 ‘가심비(價心比)’도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커스터마이징은 이미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제품이며, 그 심리에 대한 가치를 일정한 값으로 미리 지불한 것이기도 하다. 제작하기 전에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선택하도록 해 생산비용의 효율성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이점이 있으며,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입장에서 재고부담을 줄이며,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고객만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쇼핑가치가 커스터마이징 제품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강은미, 김지현, 2019).


게임 캐릭터, SNS 아바타로 시작된 커스텀

커스텀이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게임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장착하는 도구나 의상, 외모 등을 마음대로 꾸미면서 그 캐릭터의 파워를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스텀 게임의 대표인 ‘심즈(sims)’ / pixabay
‘심즈’와 같은 게임도 하나의 커스텀이다. 게임 속 심(sim)의 이름부터, 성별, 외모, 의상 등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꾸미고, 집의 구조나 가구도 마음대로 배치한다.

이 외에 커스텀이 가장 활발한우리나라에서 아바타가 가장 활성화 됐던 곳은 메신저나 SNS가 아닐까 싶다. 그 옛날 메신저 ‘버디버디’에서도 사용됐고, ‘미니홈피’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에서도 ‘미니미’로 나를 표현했다.
제페토 공식 인스타그램
과거에는 2D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제페토’처럼 3D 아바타로 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제페토는 우리나라 외에도 미국, 일본 등 35개국에서도 앱다운로드 1위를 기록할 정도다. 그만큼 사람들은 디지털 상에서 실제 모습과 또 다른 나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내에 있는 이모지. 내 모습을 인식해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드는데, 외모부터 의상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무엇보다 아바타는 커스터마이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헤어, 의상은 물론 눈, 코, 입 등의 생김새, 얼굴형, 메이크업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나의 모습과 비슷하게 꾸밀 수도 있지만, 나의 아이덴티티를 담으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국민MC 유재석이 부캐인 트롯가수 유산슬로 활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의류뷰터 생활용품까지 내맘대로 바꾼다

실제 생활 속에도 커스터마이징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캐주얼한 운동화로 유명한 브랜드 컨버스는 지난 5월 홍대점을 오픈했다. 홍대점의 콘셉트는 ‘크리에이티브’.
3층 커스텀 매장 ‘컨버스 바이 유(Converse by You)’ / 컨버스 공식 페이스북
3층 커스텀 매장 ‘컨버스 바이 유(Converse by You)’ / 컨버스 공식 페이스북
운동화, 의류 등을 판매도 하지만, 매장 3층에는 ‘컨버스 바이 유(Converse by You)’라는 곳을 마련해두었다. 이곳에는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해두었다. 운동화 끈부터 프린트, 자수, 각인, 패치, 슈레이스, 스터드 등 다양한 커스텀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커스텀한 운동화들 / 컨버스 공식 페이스북
운동화를 커스텀하는 아티스트들 / 컨버스 공식 페이스북
각각 정해진 비용이 책정되어 있으며, 원하는 커스텀 디자인을 고르고 운동화를 맡기고 3~40분 정도 기다리면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홍대’라는 장소적 이점을 살려 젊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힙한 감각의 커스텀 디자인도 만나볼 수 있다.
밍글 홈페이지
생활용품도 커스텀이 가능하다. 매일 사용하는 샴푸도 두피나 모발 상태에 맞게 커스텀해서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밍글(mingle)’은 나에게 딱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헤어고민에 맞는 맞춤 처방 샴푸를 만드는 브랜드다.
샴푸 커스터마이징 하는 과정.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단 하나뿐인 샴푸를 만들 수 있다 / 밍글 홈페이지
나만의 샴푸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모발의 타입(직모, 곱슬, 반곱슬)과 굵기, 두피 타입(지성, 건성, 복합성) 등을 선택한다. 다음 샴푸에 넣고 싶은 기능을 5가지 선택한다.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능으로 고르면 된다. 이후 샴푸, 트리트먼트 색상, 향을 선택하면 거의 끝이 난다.

가장 독특한 점은 마지막으로 용기에 새기는 문구를 정하는 것. 커스텀의 정점이며, 밍글만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이름, 내가 좋아하는 문구가 새겨진 샴푸라니 생각만해도 특별할 것 같다.

밍글의 고민은 홈페이지 소개에서도 알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한 사람만을 위해 탄생한 브랜드’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헤어 타입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가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개성과 들어맞는다. 자연유래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실리콘을 넣지 않아 상품의 질도 놓치지 않았다. 
케이스에 맘에 드는 스티커 등을 붙여 꾸미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 모델 아이린 인스타그램
최근에 다시 유행하는 것이 ‘핸드폰 케이스 꾸미기’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가 등장했지만, MZ세대의 개성을 채우기 부족한 듯하다. 색다른 케이스를 사는 것도 모자라, 귀엽거나 키치한 그림의 스티커를 붙여 꾸미기 때문이다.
Z플립 구매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커스텀을 할 수 있게 했다 / 삼성전자 홈페이지
오뚜기 제품을 케이스에 입혔다. 스티커도 제공해 꾸밀 수 있도록 했다 / 슈피겐 홈페이지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트렌드를 발빠르게 캐치해, Z플립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커스텀을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기본 디자인에서 색다르게 핸드폰을 꾸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케이스 브랜드로 유명한 슈피겐, 오뚜기와 협력해 휴대폰 케이스와 스티커를 출시해 휴대폰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커스텀을 하고 싶다면? 전문가 주문부터 DIY까지

많은 사람들이 커스텀을 추구하는 만큼, 나만의 것을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곰손이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언급한 서비스들은 물론, 각종 공방에서도 제품 제작 전에 고객이 원하는 요구를 반영해주기 때문이다.
카드지갑에는 이니셜 각인을, 귀걸이는 귀찌와 귀걸이 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 아이디어스 SUNDAYSKA, 321 팩토리
가죽공방에서는 카드 지갑 등에 이니셜을 새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거나, 핸드메이드 주얼리 공방에서는 귀찌와 귀걸이 핀을 고를 수 있고, 원하는 색이나 사이즈에 맞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커스텀’이라고 할 수 있다.

커스텀을 조금 넓은 범위에서 본다면 DIY도 포함될 수 있다. DIY도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만드는 것인데, 차이가 있다면 ‘스스로’ 만든다는 것에 있다. 악세서리 중에서 가장 인기를 얻는 비즈반지가 대표적 사례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대량으로 재료를 사러오는 사람들보다 한 번의 취미생활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발걸음을 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은 남들과 같으면서도 색다른 것을 만들어보려는 이들의 욕구가 아닐까 한다. 커스텀 샴푸를 만드는 밍글의 멘트가 커스터마이징과 그를 원하는 요즘 세대를 잘 표현해 주는 듯하다. ‘진정한 차별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