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카페 VS 스타벅스, 베트남은 왜 스타벅스의 진격이 통하지 않을까?

마시즘
마시즘2020-05-2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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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사이. 아메리카노’ 아니면 ‘라떼’만 알던 우리에게 새로운 커피들이 들어왔다. 소금이 들어간 ‘대만 커피’라거나, 연유를 넣은 ‘베트남 커피’ 등이 그렇다. 이거 이러다가 아주 커피에 계란 노른자도 넣겠어(이미 베트남 커피에 있다. 물론 한국에도 다방커피에 있었지…)

이 열풍의 중심에는 베트남 커피 브랜드 ‘콩카페(Cộng Caphe)’가 있을 것이다. 메뉴는 물론 종업원의 유니폼부터, 가구, 전체적인 색깔까지. 매장을 방문하면 그 순간 베트남이 느껴지는 곳. 오늘 마시즘은 가장 베트남스러운 커피, 콩카페에 대한 이야기다.
친구끼리 만든 콩카페
베트남의 대표 카페가 되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베트남의 어떤 인디 가수에서부터였다. 그녀의 이름은 ‘린증(linh dung)’. 밴드 멤버들과 연습하고 토론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없어 걱정하던 그녀에게 한 친구가 찾아온다. 그 친구는 하노이에 작은 커피숍을 하고 있었다.

린증의 푸념을 듣고 있던 친구는 린증의 집에 있는 오래된 가구에 관심을 두며 어떤 제안을 한다. 바로 ‘가게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이야기였다.
(진품명품을 모아서 콩카페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콩카페)
‘오래된 가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한다’로 의견을 모은 그들은 80년대 베트남 하노이를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새로운 카페를 만들기로 한다. 이름 역시 ‘콩카페’. 오래된 가구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니고, 비싼 돈을 들여 산 그 가구를 다시 돈을 들여 수리를 했다. 빛바랜 책을 모으고, 전쟁 시대의 도구, 포스터 등 각종 소품을 모아 카페에 배치하였다. 테이블은 발을 굴려서 돌리는 미싱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콩카페는 그 자체로 베트남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단순히 옛것을 모은 추억 상회가 아닌 아티스트적인 감각을 더한 덕분이다. 이러한 공간은 예술가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니, 베트남을 알고 싶은 외국인들의 커피 명소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전과 힙함의 접점에서
베트남 뉴트로 카페 ‘콩카페’
현재 콩카페는 하노이를 넘어 다낭, 호이안, 호치민 등 베트남 주요 지역에 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베트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카페 프랜차이즈이며, 베트남 내에 있는 스타벅스보다도 매장 수가 많다. 세계적인 카페 브랜드를 이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1. 베트남 사람들의 확고한 원두 취향
베트남 사람들은 현지에서 생산된 로부스타 원두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이미 브라질 다음가는 커피 원두 생산지인 베트남에서 다른 풍미를 가진 원두로 만든 커피 메뉴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주로 아라비카 원두를 쓰는 해외 업체들에겐 상당히 핸디캡이 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스타벅스에 커피보다는 차로 베트남에서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 베트남 맞춤 라이프스타일
KOTRA의 보고에 따르면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집단적인 소속감을 주는 큰 창과 야외 공간 확보가 된 카페를 선호한다. 천편일률적인 해외 브랜드가 도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베트남 내의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연유, 코코넛 등 현지에 적합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소비자는 언제나 자신을 잘 알아주는 브랜드에 끌리는 법. 베트남에서는 브랜드의 파워보다는 사람들의 취향이 더욱 강했다.
(내 눈에는 예비군…그린인데…(슥슥), ⓒFrances Ellen)
베트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페’ 풍경
1인당 커피 소비량이 10년 사이에 3배 넘게 늘어난 베트남 커피 시장. 세계적인 카페 프랜차이즈들 모두가 매력을 느끼고 있지만 베트남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로컬 브랜드의 저력이 너무나 강력했다.

스타벅스도 정신을 못 차리는 시장에 다른 브랜드가 무사할 리 없다. 유명 커피 브랜드’글로리아 진스(Gloria Jean’s Coffees)’와 ‘뉴욕 디저트 커피(NYDC)’는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으며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한국 브랜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5년에 진출한 할리스는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고 한다.

스타벅스도 버틸 수 있을까…? 이… 있겠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국방색
한국에 오다
(베트남 아닙니다 한국입니다 ⓒ콩카페)
이런 콩카페가 베트남을 넘어 다른 나라에 1호점을 내게 되었다. 바로 ‘한국’이다. 연남동 ‘연트럴파크’ 근처에 베트남의 콩카페가 생겼다. 국내에 여러 카페를 다녀봤지만 독특한 컨셉이었다. 멋지다! 이런 것보다는 긴 줄을 기다리며 사방을 채우고 있는 국방색을 보니까 재입대라도 한 듯 정신이 살짝 혼미해져서.

코코넛 스무디, 코코넛 연유 라떼를 마셔봤다. 한국에 ‘단짠단짠’이 있다면 베트남 커피에는 ‘단쓴단쓴’ 조합이 있다고 할까. 달달하니 더위 사냥 아이스크림이 떠오르다가 갑자기 올라오는 로부스타의 쓴맛 때문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콩카페)
이제는 편의점에도 콩카페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코코넛라떼와 연유라떼가 판매되고 있다. 기존 콩카페보다는 한국 사람의 입맛을 살짝 배려한 점이 좋다면 좋지만, 베트남 커피 부심을 부리고 싶다면 ‘어허! 라떼는 말이야’라고 부심을 부려볼 수 있는 맛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먼지가 쌓이고 있는 여권이 아쉽다면, 이번 주말에는 원하는 경로를 통해 해외의 문화를 담은 카페를 가보는 것도 좋겠다(물론 마스크는 필수인 것이에요).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베트남의 역동적인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한 잔의 문화’. 그렇게 가만히 눈을 감으며 맛을 음미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우리의 마음에도 바다 건너의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것만 기분이 든다. 물론 에어컨 바람이겠지만.


참고문헌
세계 2위 커피생산국 베트남에서 왔습니다···’콩카페’ 서울 연남동 상륙, 이지윤, 서울경제, 2018.8.18
콩카페(CONG CAPHE)] Must Visit 콩카페, Must Drink 코코넛커피, 구자홍, 주간동아, 2018.7.31
베트남 토종 ‘콩카페’는 어떻게 스타벅스를 이겼나, 이윤정, 머니투데이, 2018.8.20
김우중 회장 전 비서, 베트남서 성공 ‘콩카페’ 한국에 들여와 대박, 곽재민, 중앙일보, 2019.5.14
한국인 입맛에 맞춘 베트남 ‘콩카페’를 만나보세요, 석남준, 조선일보, 2019.6.19
Cong Caphe, Kyung Ein Jang, The Flame, 2015.5.19
A Look Inside Cong Ca Phe, Hanoi’s Must-Visit Cafe, Emily Lush, Wander-Lush, 2018. 4. 23
Touring Cong Caphe – Can this Hanoi coffee chain go global?, Mark Bowyer, Rusty Compass. 2016. 3.
Truly Vietnamese with Cộng Caphe, Haylie Hoang, Triip Pet, 2016.2.2
COFFEE CULTURE AT CONG CA PHE, Colm, Discover NHA TRANG, 2016.10.20
Hanoi’s Communist Cafes, ELISABETH ROSEN, KIKKEI Asian Review, 2015.6.4
Cộng Cà Phê Và Bí Quyết Thành Công Của Ca Sĩ Linh Dung, Kinh Nghiệm Vàng, CHILI, 2019.9.1


* 해당 원고는 VEYOND MAGAZINE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VEYOND(Beyond Vietnam)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베트남에 대해 말해주는 (주)대원이 만드는 베트남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