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즘의 언박싱] 칠성사이다 70주년 기념굿즈

마시즘
마시즘2020-05-14 0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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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지
그 초록병에서 이 초록병으로…
나는 칠성사이다, 아빠는 소주. 아빠의 저 한마디로 나는 어른이 되기 싫어졌다. 맛있는 사이다를 두고 소주를 마셔야 한다니. 소주는 탄산도 없고, 달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법. 나는 어른이 되었고 사이다를 마신 만큼 소주를 마시는 일도 늘어났다. 소… 소주도 가끔은 달더라고.

그러다가 녀석을 다시 만날 줄 몰랐다. 텔레비전 광고에, 인터넷 피드에 ‘칠성사이다’를 외치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올해로 칠성사이다가 출시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정말 추억의 칠성사이다라며 감상에 빠진 순간 벨이 울리고, 택배 아저씨가 왔다.

‘칠성사이다 70주년 기념 굿즈’가 마시즘에 찾아왔다. 어린이날 선물이 잘못 온 건 아니겠지. 오늘은 칠성사이다에서 온 기념 굿즈에 대한 리뷰다.
한 짝의 귀여움
칠성사이다 미니병
(유리병은 역시 짝으로 모아야)
칠성사이다 70주년 기념 굿즈가 나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기 무섭게 품절되었기 때문에 아이쇼핑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탐이 났던 것은 ‘칠성사이다 미니병 세트’때문이었다. 일단 병으로 마시는 사이다도 멋진데, 옛날 디자인이고, 심지어 12병이나 들어있잖아!

가끔씩 결혼식장이나 식당에 가면 유리병으로 된 칠성사이다가 갖고 싶었는데. 플라스틱 박스까지 한 판이 나의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게 함정. 150ml짜리라서 한 손에 들어가는 귀여움을 자랑한다(현실은 내가 최홍만 선수가 된 기분이지만).
(150ml 작고 귀여워…)
각각의 유리병은 70년대 디자인, 80년대 디자인, 90년대 디자인으로 되어있다. 이 아까운 것을 까서 마셔볼 사람은 없겠지 싶을 정도로 귀여운 디자인이다. 하지만 나는 사이다의 맛이 궁금했다. 다만 오프너가 없었을 뿐.
실용성과 빈티지의 콜라보
오프너와 유리컵
(할머니 집에서 훔쳐온 병따개 아닙니다 레. 트. 로)
세트 중에는 병따개, 그렇다 오프너가 있었다. 이 녀석들은 70년대 디자인부터, 고전게임 디자인까지 뉴트로 스타일로 되어 있었다. 또한 자석이 달려있어서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그렇지. 이 맛이지. 약간 매미 같은 스타일이랄까.

칠성사이다 굿즈에는 컵도 들어있었다(어린이날 선물이 아니라 살림살이용 세트가 아닐까). 3개씩 2세트가 들어있었는데. 한 세트는 칠성사이다의 옛 디자인을 구현한 ‘빈티지 컵’세트. 그리고 다른 한 세트는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세련된 컵’이었다.
(사이다 전용잔 있는 남자야)
다행히(?) 칠성사이다 미니병의 맛은 완벽한 칠성사이다였다. 아니 전용잔에 마시니까 더 맛있다. 지난날 빈티지 컵을 자랑하는 인스타그램을 보며, 애꿎은 다이소 컵을 탓했던 나날들과 작별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마시는 것을 넘어서
뱃지와 문구
(어릴적 꿈은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거였다)
병과 잔, 오프너만 해도 만족스러운 세트와 디자인이다. 하지만 막상 받고 환호를 한 것은 칠성사이다 핀 뱃지다. 옛날 칠성사이다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메탈뱃지. 어릴 때 즐겨본 포켓몬스터(포켓몬스터는 체육관을 깨면 뱃지를 하나씩 준다) 스타일로 뱃지를 옷 안에 붙여봤다. 약간 칠성사이다 마스터가 된 기분이 난다.

마지막은 문구세트다. 칠성사이다와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문방구와 칠성사이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판기 모양으로 만든 포스트잇은 센스가 넘치고, 고전게임을 재치 있게 디자인한 엽서도 좋다.
(문구덕후들도 혹할 디자인)
하지만 70년대 디자인 노트는 잘못 쓰면 진품명품에 나갈 정도로 감쪽같이 예스럽게 디자인을 했다. 일상에서 쓰기에는 너무 디자인이 화려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깊은 뜻을 깨달았다. 이걸 사고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개학은 너무 멀리 지난 계절 같은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이런 굿즈는 보관하는 거지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기념품을 넘어서
칠성사이다 70주년 굿즈의 의미
레트로다. 뉴트로다. 향수를 자극하는 굿즈들이 참 많이 나온다. 하지만 칠성사이다 70주년 굿즈의 의미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처음에는 예쁘고, 멋져서 좋아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굿즈들의 면면을 보면서 놀이를 했다는 기분이 든다. 칠성사이다와 멀어질 바에 어른이 되길 포기했던 어린 시절의 감성을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다.

소년소녀에서 어른으로. 사이다에서 커피나 맥주, 또는 소주로. 시간이 흐르며 취향과 생활은 바뀔 수도 있지만 쌓여있는 추억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굿즈는 70년 동안 선두를 유지한 칠성사이다를 자랑하는 것이 아닌, 이 칠성사이다를 마시며 즐거워했던 우리 추억들을 돌아보고 기념하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