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인간 입장에서 보는 ‘링티’ 리뷰

마시즘
마시즘2020-05-12 16: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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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가는 길을 새치기하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일이 끝나고 잠이 들 푹신한 침대뿐이다. 그때 같이 잔디밭을 누비는 조끼를 입은 남자가 말한다. “야 축구를 하러 와서 산책을 하면 어떡해!”

그는 축구경기에서도 뛰지 않는 양반. 만성피로가 혈관에 흐르는 인간. 저전력 모드의 남자. 마시즘이다. 피곤한데 이만 경기에서 자진 퇴장하면 안 되겠습니까?
음료가 포션이라면
피로와 싸우는 마실 것들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인간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근원적인 병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월요병이다. 월요일 아침 9시 반이 되면 주말 내 정상을 찾았던 컨디션이 무너지고, 집중력이 저하되고, 무기력증을 느끼며, (6시 반이 되기 전까지) 정서가 불안해지는 위험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봤다. 아침에 운동을 해보기도 하고(더 피곤해서 뻗음). 일요일에도 일을 해봤다(일요병에 걸렸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음료’였다. 카페인을 마시면 피로를 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마실수록 더 강한 카페인을 원하게 되었다. 아메리카노, 박카스, 레드불, 스누피…

문제는 마실수록 뻗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음료를 찾게 되었다. 원래는 너를 이렇게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수분보충계의 힙스터
링티를 털어보자
(링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지난 <답답하면 니들이 만들던가, 그래서 만든 음료>에서 소개했던 군의관이 만들었다는 그 음료 ‘링티’를 검거했다. 당시에는 링티를 리뷰해달라는 독자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인싸가 아니라서 구입하지 않았는데. 몸이 삐그덕거리기 무섭게 용왕님 토끼 간 찾듯 링티를 헐레벌떡 구하게 되었다.

링티가 한 세트가 왔다. 기존 링티는 물론, 복숭아 향이 첨가된 링티,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던 사각형 보틀까지 챙겼다. 그런데 잠깐만, 이 음료 원래 군대에서 태어난 거 아냐? 왜 이렇게 디자인이 민간인스럽지?
대한민국 군대에서 나온
최고의 음료 아웃풋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는 군대의 흔적)
그렇다. 링티는 군인과 군의관이 합심하여 만든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출신의 음료다. 2016년 군의관들이 탈진한 장병들을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혹은 휴대와 이용이 편하게 만들기 위해 개발한 음료다.

아이디어가 분명 좋긴 했지만, 당시 군대에 있던 사람들은 링티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상을 타고, KBS 도전 K-스타트업에서 국방부장관상을 타고, 사회에 진출하더니 불티나게 팔리게 된다. 마치 ‘군 생활했던 동료가 사회에 나오니 지드래곤이었다?’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원래는 오른쪽처럼 디자인되어야 하는 거 아닙… 죄송합니다)
링티는 예비군 기간도 없이 너무 세련되게 디자인과 마케팅이 되었다. 제품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무엇보다 투명하고 각진 보틀이 멋지게 만들어졌다. 군용 수통이 아니라 투명 보틀이라니. 심지어 책처럼 각이 져있어서 함께 들고 다니기에 좋고, 섞는 것도 간편하다. 마시는 느낌이 살짝 이질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음료. 특히 이런 특별한 음료는 간편함보다는 분위기가 먼저니까.

군의관이 만들었다는 창업이야기만 놔두고 일상에 적용시킨 부분도 좋았다. 돌아보니 우리 주변에는 학생부터 수험생, 대학생, 취준생, 직장초년생, 퇴준생,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피곤한 사람이 많다. 내가 몸 관리를 안 한 게 아니다. 사실상 바깥의 사회생활은 이미 전투가 아니었던가. 이래서 링티가 필요하다.
맛있다
수분보충제가 이래도 되는 거냐
(이 사각보틀에 마셔야 멋짐이 오릅니다)
자 이제 링티를 마셔볼 차례다. 먼저 파란색 기본 링티를 마셔보았다. 색깔은 포카리스웨트의 느낌이었고, 향은 살짝 레몬의 시큼함이 느껴졌다. 군침이 돌아 마셔봤더니 딱 포카리스웨트와 레모네이드의 중간적인 맛이 난다. 밍밍한 물맛이 날 줄 알았는데 새콤하고 짭짤해서 맛 자체도 좋았다.

다음은 복숭아 향이다. 시원한 느낌이었던 기본 링티와 달리 복숭아의 달콤한 향이 올라왔다. 이온음료나 시큼한 맛과 친하지 않은 쪽이라면 링티 복숭아 쪽을 추천한다. 자 그럼 링티를 2포나 마셨으니 이제 나는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차오르는 것일까?

… 는 아니다. 물론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복에 링티를 부었더니(?) 기력이 혼란해지는 일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물만 제때 잘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무기력증이나 집중력 저하를 많이 고칠 수 있다. 거기에다가 내 몸을 챙겼다는 플라시보 효과 한 숟가락만으로도 일상이 훨씬 맛있고 활기차게 변할 수 있다.

어둠의 사용법(?)을 추천한 분들은 숙취해소에 그렇게 좋다고(…) 마찬가지 이유로 숙취에서 나오는 갈증을 이 녀석이 빠르게 해결해주는데. 약간 기분이 뭐랄까? 고급스럽게 일을 끝낸 기분이다. 그렇다. 멋진 것은 인싸가 아니라서 안 한다던 마시즘. 알고 보니 링티를 마시면서 갖은 멋짐을 다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 나도 당신들이 자랑할 때 마시고 싶었어!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
마셔야 할 것들
링티를 마시면서 알게 되었다. 피로가 회복되고, 월요병이 극복되는 것은 다름이 아닌 ‘새로움’과 ‘기대’라는 사실을. 반복되는 한주가 시작되겠구나 싶던 일상에 약간의 변화를 가진 것만으로도 즐거운 한주가 시작되었다.

학생부터, 군인, 민간인까지 피로함이 지배하는 요즘 사회. 우리의 피로를 물리쳐줄 새로움을 담은 음료는 무엇이 될까? 아직 피곤하기에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신상 음료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