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 이것부터 챙기세요

고미숙
고미숙2020-05-11 08: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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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증여신고는 하셨죠?”
“신고는 안 했어요. 2,000만 원까지는 비과세 아닌가요? 신고를 꼭 해야 하나요?”

미성년자 증여 공제 한도는 2,000만 원(성년 자녀 5,000만 원)입니다.

증여 공제 한도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공식적으로 미성년자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돈이 2,000만 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증여 공제 한도는 10년 누적으로 계산하지요. 태어나자마자 1,000만 원을 증여하고, 5년 후 추가로 1,000만 원을 증여했다면 증여세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을 증여하고, 5년 후 1,000만 원을 추가 증여했다면 3,000만 원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해야 합니다. 10년 누적이란 뜻은 10년 후 다시 증여 한도가 생긴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을 증여했다면 만 10세 무렵에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한도가 다시 생기는 것이죠.

증여 공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A 고객은 10년 전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자녀 명의로 2,000만 원의 예금에 가입했습니다. 연이율 2퍼센트의 정기 예금으로 10년간 운용했더니 원금과 이자를 합해 약 2,300만 원이라는 돈으로 불어났습니다. 하지만 A 고객이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0년 전 2,000만 원을 자녀 명의로 예금에 가입할 때 증여 신고를 했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예금 만기가 되어 원금과 이자를 합해 2,300만 원이 된 현재를 생각해보죠. A 고객 앞으로는 증여 재산으로 신고된 내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2,000만 원이라는 증여공제 한도를 초과했어요. 그렇다면 2,300만 원에 대해 증여 신고를 해야 합니다. 또 증여 신고는 반드시 증여 후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합니다. 그런데 A 고객은 기간 내 증여 신고를 누락했으니 가산세도 내게 되겠지요.

10년이 지나면 다시 증여 공제 한도가 생긴다고 말씀드렸죠. A 고객은 10년 전에 누락한 증여 신고를 10년 후에 비로소 완료했지만 한 번의 증여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2,000만 원의 예금에 추가로 가입했다면 4,000만 원을 증여한 셈입니다. A 고객이 내야 할 증여세가 더 늘어난 것이죠.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저는 관리해 드리는 VIP 고객이 자녀를 얻거나, 손주를 얻었을 때 이런 축하 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축하드려요. 아이가 태어났으니 2,000만 원 증여부터 하셔야죠!”

증여 신고를 하는 시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따로 정해져 있는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증여를 하면 어떤 혜택을 얻는지도 직접적으로 체감되지 않으니까요. 증여신고는 자산의 가치가 낮을 때 해야 하고 미리 해야 합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증여는 부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자산가는 일시금을 줄 여력이 되는 것이고, 중산층이나 서민층 가정에서는 시간을 두고 적립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차이죠. 적립식 증여 프로그램은 당연히 시간이 소요되겠지요.

그렇다면 적립식 상품의 증여신고 시점은 언제인가요? 적립식 상품의 경우 가입 당시 사전 신고를 할 수도 있고, 만기 인출 시점에 신고해도 됩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고, 입금 재원이 부모의 돈이면 세법상 최초로 돈을 넣은 날 증여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매월 증여 신고를 하는 것은 무척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초 가입 시 미리 증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에는 매년 3퍼센트 할인한 금액의 합계액으로 신고할 수 있지요.

증여 공제 한도를 활용하여 세금 없이 목돈으로 한꺼번에 주는 경우라면 태어나자마자 2천만 원, 열 살 무렵 2천만 원, 스무 살 무렵 5천만 원(성년인 자녀)을 줄 수도 있겠지요. 아이가 스무 살 무렵 9천만 원이라는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2천만 원, 5천만 원씩 줄 수 있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더욱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이 이름의 적립식 상품에 가입해야 합니다. 목돈을 한꺼번에 증여하지 않더라도 매월 아이 이름으로 저축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일반 중산층 가정을 꾸리고 계신 고객들은 아이 이름으로 저축하기가 버겁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 각종 생활비, 학원비 등등 각종 지출 항목을 급여로 충당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내 생활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아이 역시 빠듯한 현실에 직면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 적금까지 넣기는 빠듯해서요.”

영어 학원비, 수학 학원비로는 매월 30~40만 원씩 내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한 적금 5만 원, 10만 원을 넣는 것은 버겁다고들 하십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은 우리 몸속을 흐르는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이를 위한 미래 설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몫의 저축이 없다면 지금 바로 생활비 항목을 체크해보세요. 5만 원이나 10만 원 정도의 소액 적금을 가입할 만한 여윳돈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고작 5만 원, 10만 원에 지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 아이의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재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