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그리운 봄날, 한국 멜로영화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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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4-28 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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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느리고 잔잔하면서도 포근한 느낌. 그 순간이 그리워지는 날 보기 좋은 한국 멜로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그때를 떠올려볼까요?

<봄날은 간다> (2001)
사진=네이버 영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 유명한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시나요? 바로 영화 <봄날은 간다>입니다. 이 대사 외에도 숱한 명대사를 남겨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이죠.

지방 방송국 PD 은수(이영애 분)와 음향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는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봄을 지나면서 점차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남자와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봄날은 간다>는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담담히 그려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 삽입곡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보리밭에서 두 팔을 벌리고 서서 미소 짓는 상우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명장면으로 남았는데요. 이때 흘러나오는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는 영화에 아련함을 더했습니다.

<시월애> (2000)
사진=네이버 영화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은 시월애(時越愛). 영화 <시월애>는 1999년도에 살고 있는 은주(전지현 분)의 편지가 1997년도의 성현(이정재 분)에게 전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더욱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편지’는 두 사람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인데요. 편지가 주는 아날로그 느낌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뒤늦게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당시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기다렸던 아날로그 시대가 그립다”라며 아련한 그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습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4)
사진=네이버 영화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

편의점에서 처음 만난 수진(손예진 분)과 철수(정우성 분). 유난히 건망증이 심한 수진은 철수가 자신의 콜라를 가져갔다고 오해해 철수의 콜라를 빼앗아 먹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계속 이어져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건망증 증세가 점점 심해지던 수진은 결국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됩니다. 철수를 보며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수진. 그토록 사랑했던 철수는 점차 기억 속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는 상당히 흔하지만 영화의 절절한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요. 누리꾼들은 ‘몇 번을 봐도 눈물을 쏟게 된다’라며 절절한 감정선을 극찬했습니다. 수진과 철수를 연기한 손예진, 정우성 배우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볼 수 있는 것도 영화의 묘미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사진=네이버 영화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 베스트,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 거론되는 걸작 중 하나입니다. 2013년에는 한국 상업 영화 최초로 15년 만에 재개봉하기도 했죠.

정원(한석규 분)이 운영하는 사진관에 다림(심은하 분)이 자주 드나들게 되면서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을 만나기 위해 사진관에 간 다림은 그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정원이 병원에 실려 갔기 때문이죠. 정원은 시한부 판정을 받아 죽음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영화 말미에서 정원은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찍고 다림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남깁니다. 누리꾼들은 ‘담담해서 더 슬픈 영화’ ‘수채화처럼 맑고 아련한 영화’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자극적인 스토리에 지쳤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 추천합니다. 잔잔한 영화가 주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민지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