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척추’로 가방 만든 디자이너..."문제 없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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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4-23 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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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깨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티스트. 현대 예술가들이 꿈꾸는 자아상일 텐데요. 통념과 관습에 반기를 들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예술가는 분명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추구할 때도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술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인도네시아의 한 디자이너는 이 ‘생명의 존엄함’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국제적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사진=아놀드 푸트라 인스타그램 (@byarnoldputra)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아놀드 푸트라는 가방이나 옷 등 패션 소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입니다. 논란이 된 작업물은 그가 2016년 제작한 핸드백입니다. 이 가방은 악어 혓바닥과 골다공증을 앓던 어린아이의 척추로 만들어졌습니다. 푸트라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악어 혀로 만든 가방으로, 손잡이는 골다공증을 앓던 어린이의 척추 전체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남겼습니다.

4년 전 가방이 제작됐을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막심’이라는 트위터리안이 문제의 가방 사진을 트위터에 소개한 뒤로 거센 비난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사람, 그것도 병을 앓던 어린아이의 척추 뼈를 가방 손잡이로 쓴다는 발상을 할 수 없을 텐데요. 아니나다를까 네티즌들은 “어떻게 사람 척추를 가방에 붙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나?”, “말도 안 된다”, “저것을 들고 있는 모델도 이해가 안 된다”, ”'예술가 병' 아니냐”라며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여론이 험악해지자 ‘막심’은 원 트윗을 삭제했으나 “(내 트윗은) 비할 데 없는 임팩트를 남겼다”고 자평했습니다.
가방 디자이너 푸트라의 SNS에도 공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패션이 아니라 인본주의에 반하는 괴이한 돌출행동”,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 “왜 모형 척추가 아니라 진짜를 써야만 했나”, “끔찍하고 불쾌하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시신의 뼈는 그저 물질일 뿐이라거나 철학적인 시도라며 푸트라를 변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극소수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푸트라는 “캐나다에서 서류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구매한 척추이고, 미국에서는 악어가 멸종 위기종이 아니다”라며 자기 작업물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합법적으로 사람의 뼈를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신체 일부에도 예우를 갖춰야 할까요, 아니면 이미 생명을 잃었으니 ’물건’에 불과한 것일까요. 도덕과 예술 사이에서 전 세계 네티즌들이 맹렬한 논쟁을 벌이는 동안 가방을 만든 장본인 푸트라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