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나는 괜찮아질까?” 이별 후 마음의 변화과정

생각속의집
생각속의집2020-04-21 15:23:02
공유하기 닫기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것이 이별입니다. 믿었던 사람, 사랑했던 사람이 내게서 떠나가는 일 그것이 사별이든 이혼이든 아니면 또 다른 이별이든 상대가 떠남으로써 그 사람과 맺었던 모든 관계까지도 잃어버립니다.

첫 번째 ‘사실이 아닐 거야’ [부정]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별을 직면하는 순간, ‘사실이 아닐 거야’ 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현실을 부정합니다.

이런 반응은 이별을 경험한 뒤 찾아오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심한 충격에 휩싸여 좀체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저 무너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뭐라고?”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매우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런 심리적 상태에는 감정이나 행동이 평상시와는 다르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건망증이 많아지거나 매일 하던 일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정신을 보호하는 장치가 갑작스러운 층격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중요한 감각은 여기에 사용하고, 나머지 감각은 무디게 해서 일어난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얼마간 뒤로 미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려는 노력보다는 충분히 쉬면서 흩어진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통] 
이별 뒤 찾아오는 두 번째 단계에는 조금씩 충격의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그 자리에 서서히 고통이 스며듭니다.

그 사람의 미소, 그 사람의 따스한 체온을 다시 바라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이 기막힌 사실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제부터 편히 잘 수도 없고 제대로 먹을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불쑥불쑥 화가 치솟기도 합니다. 혼이 빠져 달아난 듯 일상의 질서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입니다.


세 번째, ‘좀 더 잘해줄 걸’ [후회]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서서히 자신이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됩니다.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의 파도가 태산처럼 밀려드는데, 여기에는 후회와 원망의 감정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좀 더 잘해줄 걸’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하며 자신이게 이별의 책임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때가 이별의 세 번째 단계입니다. 

네 번째,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인정] 
그다음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금씩 인정하게 됩니다. 바로 이별의 네 번째 단계입니다. 지금껏 ‘왜?’로 가득했던 마음 안에 ‘어떻게?’라는 질문이 들어앉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조금씩 이별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별의 상처를 치유해갑니다.

언제쯤이면 이별의 아픔이
사라질까? 
아프다는 것은 그만큼 내 마음을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을 준 그 사람이 내 곁에 없기 때문에 내가 아픈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입니다. 이별은 나를 새롭게 재정비하는 기회를 줍니다.

이 고통스런 이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채정호 작가의 심리 에세이 '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 구매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