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인생을 바친 언니와 아빠가 랍스터 앞에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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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4-13 14: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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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태어나서 처음 아웃백에 갔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10일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난을 극복한 연세대 의대생의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누리꾼에게 감동을 줬다.

글쓴이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웃백에 갔다, 랍스터를 먹는 나와 언니 모습을 본 아빠는 또 한 번 울었다”며 패밀리레스토랑에 처음 간 경험을 소개했다.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소개한 글쓴이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공부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갔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일찍 깨달아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였다고 한다. 게다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가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또 한번의 시련을 맞이했다. 생계를 위해 상고를 간 언니처럼 자신 역시 학업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출처 동아DB
현역, 정시, 연세대 의대생
이를 들은 언니는 "공부를 계속해서 개천에서 용 한 번 제대로 나 보라"며 인터넷 강의와 그에 필요한 교재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문제집을 풀며 사교육 없이 꾸준히 전교권에 머물던 글쓴이.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지구과학 영역에서 2점짜리 각각 한 문제씩만 틀려 높은 성적을 받았다. 가채점이 끝나자마자 글쓴이 가족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글쓴이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정시 전형으로 붙자마자 과외를 시작해 그동안 밀린 월세를 갚고 아버지와 언니에게 용돈을 드렸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가게 된 아웃백.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웃백 한 번 못 데려다준 못난 아비 밑에서 잘 커 줘 정말 미안하다”는 아버지의 말에 4인 랍스터 세트를 시켜 놓고 가족들은 또 한번 눈물 바다가 되었다.
글의 마무리에 남긴 그의 다짐은 소박했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아웃백에 가서 4인 랍스터 세트를 마음 놓고 시켜 먹을 수 있는 인생을 가족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는 것.

해당 글은 13일 기준 4만 명으로부터 공감을 샀다. 댓글 역시 "앞으로 더욱 행복한 인생 가족이서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은 의사가 되실 거예요" "멋있단 말밖에 나오질 않네" 등 글쓴이를 응원하고 그의 사연에 공감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박선주 기자 pige32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