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공연 취소돼도 큰 감동 준 오케스트라 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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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3-27 15: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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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otterdams Philharmonisch Orkest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행사와 공연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멋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예술가들도 크게 낙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안전을 위해 6월 1일까지 잡혀 있던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는데요. 명성 높은 로테르담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할 수 없게 되자 팬들의 실망도 컸습니다.

단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힘을 모아 감동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네덜란드 노인 보건 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습니다. 자가격리 중인 연주자들이 각자 집에서 맡은 악기를 연주하는 영상을 찍은 다음, 이 영상을 하나로 합쳐 웅장한 음악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하나로 연결된 단원들이 선택한 곡은 희망과 환희로 넘쳐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마지막 악장이었습니다.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선율로 시작한 멜로디에 첼로, 이어서 바이올린 연주가 가세하며 곡은 서서히 풍부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바순과 클라리넷, 플룻, 호른, 트럼펫이 차례로 동참하며 부드러운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음 높이도 음색도 톤도 다른 소리들이 한 데 모이자 힘찬 합창이 어우러지며 감동을 선사합니다.

네티즌들은 “사람들을 분단시키는 건 언어도 국적도 지역도 아니라 정치 문제”, “인류애가 솟아오른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전해주는 노래”, “천국에서 베토벤이 웃고 있을 듯”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3월 20일 공개된 이 영상은 27일 현재 조회수 156만 회를 돌파하며 희망과 위로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때문에 서로 의심하고 미워하기 쉬운 이런 시국이지만 결국 사람을 지탱해 주는 것은 사람이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힘든 시기를 예술과 함께 이겨내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일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코로나19로 일정이 취소된 단체들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선보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3~4월간 무관중 공연 무료 생중계 ‘힘콘(힘내라 콘서트)’이 열리는데요. 오는 31일에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준비한 ‘오페라 톡톡-로시니’가 공개됩니다. ‘힘콘’은 세종문화회관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될 예정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