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맛의 변신, 뉴트로는 '블랙푸드'가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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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3-25 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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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건강을 모두 잡은 '블랙푸드', 식품 뉴트로를 선도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겨 먹는 간식 인절미가 빙수 등 여러 식품에 접목되고 있다 / 설빙 제공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뉴트로가 몇 년째 우리 사회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New(새로움)와 retro(복고)를 합친 단어인 뉴트로가 기존 복고열풍과 다른 점은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복고풍을 소비한 것과 달리 뉴트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색적인 조합의 식품이 뉴트로 열풍을 이끌다

뉴트로 열풍은 패션, 음악, 인테리어, 놀이, 식품 등 다방면에 불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에서 뉴트로 열풍은 뜨겁다. 단순히 예전에 먹은 음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식재료를 주제로 현대적인 감성과 맞춘 새로운 식품을 개발해서 선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젊은 세대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녹차, 미숫가루, 인절미, 팥빙수 등 오랫동안 먹어온 우리 음식이 요즘은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에 접목되고 있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분명 전통적인 것이지만 익숙한 요즘의 디저트와 결합하여, 참신하고 이색적인 조합의 음식으로 재탄생된 것에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블랙푸드'이다. 블랙푸드란 검은색을 띠는 음식으로 검은콩, 흑미, 흑마늘, 가지 등이 있다. 몇몇은 예전부터 활용해와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이기도 한데, 사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트로 열풍과 함께 전통 블랙푸드도 리뉴얼되어 다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블랙푸드가 주목받는 것은 이미 건강함의 대명사로 웰빙에 활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검은색을 내는 성분은 '안토시아닌이다. 이 성분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특히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노화를 막는 데에 뛰어난 성분이다. 모든 블랙푸드에는 기본적으로 이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잡곡밥에 자주 넣는 흑미 / 위키피디아
서리태를 갈아만든 콩국수 / 위키피디아, Hyerimwon
뉴트로와 블랙푸드에 사용되는 다양한 전통 곡물

그렇다면 최근 뉴트로 열풍을 선도하며 다양한 식품에 접목되어 재탄생하는 블랙푸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다양한 검은콩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서리태'는 안토시아닌은 물론 레시틴, 비타민B, 나이아신, 이소플라본, 단백질이 일반 대두보다 풍부하다. 특히 서리태를 갈은 콩물은 유명 연예인들도 추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흑태'는 검은콩 중에 가장 크기가 크다. 서리태가 껍질을 까면 초록색인 것에 비해 흑태는 노랗고 영양은 서리태와 비슷하다. '약콩'은 쥐눈이콩 또는 서목태라고도 불린다. 서리태보다도 알맹이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약콩은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이소플라본이 서리태보다 몇 배는 많다.

예전부터 검은콩은 두부, 청국장, 떡, 죽, 잡곡밥, 콩국수 등 전통 한식 요리에 쓰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활용이 이루어진다. 특히 서울대연구팀에서 현대인이 많이 먹는 식품과 접목해 약콩두유와 약콩초콜릿 등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약콩에 모발을 보호하는 성분도 발견하여 약콩샴푸도 출시됐다. 가정에서도 웰빙 바람을 타고 검은콩을 콩물, 커피, 빵, 시리얼 등 여러 요리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흑누리 / 농촌진흥청 제공
검정보리는 흥미롭게도 2012년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새롭게 개발한 품종이다. 안토시아닌은 일반 보리보다 4배 많고 식이섬유는 1.5배 많으며 피부 보습과 변비, 심장질환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베타글루칸도 다량 함유됐다. 현재도 농촌진흥청은 검정보리의 다양한 품종을 개발 중이다.

2017년 개발된 검정보리 품종인 '흑누리'도 주목받는다. 이 흑누리로 만든 디카페인 '보리 커피'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되어 작년에 공개됐다. 이 보리커피는 검정보리의 영양은 그대로 살리면서 커피의 맛도 함께 느낄 수 있게 앞으로 많은 활용이 주목되고 있다.

하이트 진로에서 출시된 '블랙보리'는 볶은 검정보리를 단일 추출하여 만든 차인데, 잡미와 쓴맛을 최소화하고 진한 보리의 맛을 살렸다. 검정보리는 갈증 해소와 수분 보충에 뛰어나 음료대용으로 적합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업체에서 검정보리를 이용한 보리빵, 보리국수 등도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검정보리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흑임자 인절미 / 위키피디아, Hyeon-Jeong Suk
할머니 간식도 옛말, 1020이 즐기는 흑임자 열풍

'흑임자'는 특히 요즘의 뉴트로 현상에서 가장 떠오르는 블랙푸드 곡물이다. 원래 주로 죽이나 한과, 떡, 국수 등에 쓰였던 흑임자는 젊은 세대에게는 사실 선호되는 곡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흑임자가 이제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춰 만든 빙수, 아이스크림, 초코파이 그리고 마카롱, 케이크, 라떼 등으로 나오고 있다.

흑임자는 참깨 중에 검은 씨앗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흑임자를 불로장생의 선약(仙藥)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도 107가지 곡물 중 가장 먼저 소개되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다. 기력이 없을 때, 어지러움이 있을 때에 좋으며 변을 잘통하게 하고 몸이 늙지 않는다라고 한다.

최근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흑임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E(토코페롤)와 각종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아울러 DNA를 활성화하고 항암 및 치매를 예방하는 세라늄, 세사몰, 세사미놀 그리고 탈모를 예방하고 모발을 강화하는 단백질인 케라틴도 풍부하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흑임자는 어떤 요리에도 특유의 풍미와 고소함을 그대로 녹여낸다. 조그맣기 때문에 밥이나 떡 등에 그대로 뿌려먹어도 되고 혹은 끓여서죽이나 라떼, 소스를 만들거나 반죽을 만들어 마카롱이나 케이크를 만들어도 좋다. 또한 피부에도 좋아서 흑임자를 갈아서 팩이나 화장품도 만들 수 있다. 이렇듯 흑임자의 쓰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흑임자 빙수 / 위키피디아, Tmannya
빙그레에서 출시했던 흑임자 비비빅 / 빙그레 제공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이번 뉴트로 식품은 단순히 예전 유행을 다시 되살린 것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의 입맛은 경제발전과 서구화로 인해 급격히 변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대량생산된 평범한 식습관에 질리면서, 젊은 세대는 다시 이색적이고 향토적인 맛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전통 음식은 예전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서구 식품과 발맞춰 재탄생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전통 음식이 현대의 트렌드에 발맞춰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고 생각한다. 또한 한식에서 많이 쓰이는 식재료가 대부분 곡물이라는 점, 다양한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새로운 품종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보면 이러한 열풍은 우리 농업과 농업 과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랙푸드와 뉴트로의 만남은 단순한 맛에만 가치를 두지 않는다. 기존 서구음식과 패스트푸드가 놓치고 있는 건강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블랙푸드가 앞으로도 이러한 식품 뉴트로 흐름을 선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