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원래 추워야 제 맛이다, 맛있는 겨울맥주 BEST5

마시즘
마시즘2020-02-10 17: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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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맥주는 여름에 잘 팔리고 수입맥주는 겨울에 더 팔린다?”

맥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언제일까? 지난 여름에는 분명 ‘여름이야 말로 맥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라고 확신을 했다. 실제로 맥주 전체 매출의 30%가 7~8월 여름에 나오는 시기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맥주의 스타일이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라거였기 때문이다. 이런 맥주는 여름에 매력을 더하지만 겨울이 되면 뭐랄까. 야외에서 냉면 먹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맥주는 다양해졌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조사에 따르면 국산맥주의 매출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오히려 수입맥주의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시원한 맥주가 아닌 겨울에도 어울릴 여러 풍미를 가진 맥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기네스와 호가든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회식자리가 아닌 집에서 마시는 홈술문화가 겨울 맥주의 매출을 올렸다.

그렇다면 겨울에 잘 팔리는 맥주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늘 마시즘에서는 겨울에 사랑받는 맥주의 특징을 이야기해보겠다. 호핑이 어쩌고, 아로마가, 하면발효가 어쩌고라고 말하면 술맛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겨울철에 함께 하는 옷으로 소개해 보려 한다.
코트 같은 패셔너블함
홉하우스13
(장점 : 집에서 즐기는 풍부한 향미의 더블 홉 라거 / 단점 : 단순 라거라고 생각했다가 (향에) 큰 코 다침)
겨울철에는 맥주를 마실 때 벌컥벌컥 들이켜 갈증을 해소하는 게 아닌, 향미를 즐기게 된다. 덕분에 크래프트 비어가 잘 어울리는 시기기도 하다. 문제는 그걸 마시기 위해 떠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불 밖으로 너무 멀리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까.

이런 이들을 위한 맥주는 ‘홉하우스13’이다. 페일 라거인데 크래프트 비어와 견줄만큼 풍부한 홉 향미를 느낄 수 있다. 편의점에서 고를 수 있는 다른 수입맥주들의 홉향과도 차별점이 나는데(약간 과일향이 난다), 크래프트 씬에서 인기 있는 미국(Mosaic)과 호주(Galaxy)의 홉을 배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더블 홉핑이라고 하길래 2배로 홉을 막 넣은 것인 줄 알았는데, 위스키를 블랜딩 하듯 배합한 것이구나.

향미는 홉으로 시작하지만 가볍고 순하다. 마시고 나면 살짝 빵 냄새가 나면서 깔끔하게 끝난다. 분명 라거는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반팔티 같은 맥주지만, 홉하우스13은 멋을 낸 코트 같은 느낌이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모두 다 떡볶이 코트를 입을 때 등장한 패션 코트 같은 느낌이랄까.
귤 까먹는 상큼함
데스페라도스
(장점 : 상큼하지만 도수가 높아 기분내기 좋음 / 단점 : 근데 내가 아는 맥주가 아냐)
단군신화에서 호랑이가 왜 굴 밖으로 뛰쳐나왔을까? 그것은 집안에 쑥과 마늘을 넣었기 때문이다. 귤 한 상자라도 넣어 줬으면 100일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즐길 텐데 말이다. 그만큼 따뜻한 집에서 상큼함을 즐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네덜란드로 넘어온 ‘데스페라도스’는 라임향이 느껴지는 귤 같은 녀석이다. 심지어 맥주 한쪽에 데낄라(Tequila)라고 적혀있다. 물론 데낄라 향만 들어간 게 함정. 정석적인 맥주의 풍미는 아닌데 이런저런 달콤 상큼한 향이 풍겨 나온다. 뭐랄까 맥주계의 순하리랄까?

물론 이쪽 맥주로는 KGB나 코로나가 있다. 하지만 두 녀석은 여름철 해변이 잘 어울린다면 이 녀석은 방구석이 딱이다. 그 차이는 도수에 있다. 무려 5.9%의 알콜도수. 달달하다고 마시다 보면 취해서 방바닥에서 졸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패딩 같은 따뜻함
벨텐브루거 클로스터 아삼 복
(장점 : 뱃속까지 따끈한 보온력 / 단점 : 샀다가 지갑이 차가워짐)
그렇다. 겨울 맥주의 미덕은 향미도 향미지만 ‘높은 도수’가 특징 중 하나다. 겨울에 마시는 도수가 높은 맥주를 ‘윈터 워머(Winter Warm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먹으면 따뜻한 옷을 입은 마냥 속이 따뜻해지거든.

도펠복은 이런 윈터 워머의 특징에 잘 맞는 맥주다. 독일어 ‘도펠(Doppel)’은 영어로 ‘Double(두배)’을 말하고, ‘복(Bock)’은 맥주를 뜻한다. 묻고 더블로 가는 맥주라고 할까? 도펠복을 구하기 위해서 마트와 바틀샵을 전전하며 찬 바람을 맞았다는게 함정이지만, 부드러운 커피 향이 나는 흑맥주에 달달하고 짙은 풍미는 이 노고를 보답해주기 충분하다. 무려 도수도 6.7도로 따땃한 만족감을 주는 맥주다.

다만 한 병당 5,000~9,000원을 오가는 가격만이 나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들 뿐이다. 기… 기름값은 맥주로 대신한다.
양털이불 같은 포근함
기네스 & 킬케니
(장점 : 부드럽고 포근한 거품층 / 단점 : 중독되면 아일랜드 날아가야 함)
기네스 맥주는 겨울에 잘 팔리는 맥주다. 탄산음료스러운 청량감이 아닌 부드러운 거품층과 깊은 풍미는 마치 포근한 이불을 덮은 듯한 느낌을 준다. 마시다 보면 발견하는 맛들도 일품이다. 평소 마시즘을 즐겨 보던 독자분들은 알 것이다. 올 가을과 겨울에 기네스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명예 아일랜드인 되는 줄 올해는 꼭 가봐야지.

기네스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여보았지만 결국 아이리쉬 펍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는 킬케니도 있거든. 이 녀석은 뭐랄까. 크림 에일이라고 적혀있지만 라거만큼 가벼운 느낌의 기네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거품은 기네스인데, 맛은 라이트하다. 부드러운 크림 아래 느껴지는 고소하고 진득한 느낌은 ‘기네스는 한약 맛’이라고 말했던 분들에게도 통할 법한 조합이다.

물론 기네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추천한다면 기네스를 잘 따라주는 펍들은 대게 킬케니도 엄청 맛있게 따라준다는 것. 인지도에 비해 너무 맛있는 맥주랄까?
계절을 뛰어넘는 맥주의 방법
다양성
(겨울이든 여름이든, 제철맥주를 마셔야죠)
겨울에 어울리는 맥주의 종류는 많이 남아 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올드 라스푸틴 사놓고 안 마셨다… 무서워서)도 있고 발리 와인도 있다. 아직은 매니아적인 단계지만 점차 이런 스타일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맥주는 여름이라고 불리던 공식이 사라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맛과 향미를 포함한 ‘맥주의 다양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맥주를 단순 음료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가져가는 사람들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아직은 쌀쌀한 오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겨울 맥주는 어떤 녀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