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는 구찌 샌들과 셀린느 선글라스를 끼고 내 인생에 들어왔다. 맨해튼 고급 호텔에서 생활하고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며, 모로코로 호화 휴가를 간다. 한 치의 오점 없는 세계를 내게 보여줬다”
희대의 사기꾼 ‘애나 델비’의 친구이자 미국 패선 잡지 ‘배니티 페어’ 사진기자 레이첼 윌리엄스가 2018년 8월 잡지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2017년 ‘가짜 상속녀’ 사기 행각으로 뉴욕 사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애나 델비. 그가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로 전 세계를 다시 휩쓸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 ‘애나 델비’의 친구이자 미국 패선 잡지 ‘배니티 페어’ 사진기자 레이첼 윌리엄스가 2018년 8월 잡지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2017년 ‘가짜 상속녀’ 사기 행각으로 뉴욕 사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애나 델비. 그가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로 전 세계를 다시 휩쓸고 있다.
애나 델비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31). 1991년 러시아 출생인 그는 트럭 운전사 아버지와 편의점을 운영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6세 때인 2007년 부모를 따라 독일로 이민 간 소로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파리로 거주지를 옮겨 잡지 ‘퍼플’ 인턴으로 근무를 했다. 잡지에 나오는 화려한 삶을 동경하던 그는 ‘애나 델비’라는 가명을 만들고, 2013년 뉴욕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백만장자 상속녀’ 사기 행각을 시작한다. 소로킨은 자신을 6000만 달러(약 715억 원) 신탁자금을 물려받은 상속녀라고 속이며 뉴욕 사교계에 해성같이 등장한다. 아버지를 외교관, 석유재벌, 태양열 에너지 사업가라고 말하고 다니며 온갖 사기 행각을 벌인다. 소로킨이 가짜 상속녀 신분을 인증하는 수단은 바로 인스타그램. 럭셔리 호텔이나 여행 사진, VIP들과 파티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뉴욕 사교계는 소로킨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소로킨의 사기 수법은 “지금 독일 은행에서 바로 이체가 안 되는데, 나중에 입금해줄 테니 돈 좀 빌려 달라”는 식이다. 2017년 검거 때까지 약 4년간 사기 친 금액은 약 27만5000달러(약 3억2774만 원). 그는 사업 대출 서류를 위조해 금융사에서 2200만 달러(약 224억 원)가 넘는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다. 소로킨의 사기 행각이 드러난 결정적인 사건은 모로코 여행이다. 소로킨은 “모로코 여행 경비를 자신이 모두 대겠다”며 윌리엄스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여행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개인 비행기 비용과 모로코 고급 호텔 숙박비 등 여행 경비 6만2000달러(약 7300만 원)를 윌리엄스가 떠안게 되고 소로킨은 잠적한다. 2017년 10월 윌리엄스가 소로킨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의 사기 행각은 마침표를 찍는다.
정작 애나 소로킨이 ‘애나 델비’로 대중에 알려진 건 수감 중이던 2018년이다. 윌리엄스가 재직 중이던 잡지 ‘배니티 페어’에 ‘내 친구 애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으면서다. 이후 윌리엄스가 출간한 책 ‘내 친구 애니, 가짜 상속녀의 진짜 이야기’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소로킨의 사기로 6만2000달러 피해를 본 윌리엄스는 이 책으로 60만 달러(약 6억 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
유명세를 탄 소로킨은 재판에 나올 때 착용한 옷, 소품, 표정까지도 화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블레임룩(Blame Look: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에 관심이 쏟아졌다. 소로킨이 법원 출석 때 입고 나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의 화이트 원피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인기 아이템에 등극했다. 이 블레임룩은 할리우드 유명 스타일리스트 아나스타시아 워커 솜씨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로킨은 지난해 8월 4년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나 독일로 추방을 될 것이라 알려지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2월 11일 넷플릭스가 소로킨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한 ‘애나 만들기’를 공개하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넷플릭스는 수감 중인 애나 델리를 직접 만나 그의 스토리를 대한 독점권을 35만 달러(약 3억6000만 원)에 사서 드라마를 제작했다. ‘애나 만들기’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삼일 만에 글로벌 1위에 등극해 일주일 넘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뉴욕 사교계의 샛별’에서 희대의 사기꾼, 다시 넷플릭스 1위 드라마 실제 주인공이 된 애나 소로킨.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소로킨의 사기 수법은 “지금 독일 은행에서 바로 이체가 안 되는데, 나중에 입금해줄 테니 돈 좀 빌려 달라”는 식이다. 2017년 검거 때까지 약 4년간 사기 친 금액은 약 27만5000달러(약 3억2774만 원). 그는 사업 대출 서류를 위조해 금융사에서 2200만 달러(약 224억 원)가 넘는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다. 소로킨의 사기 행각이 드러난 결정적인 사건은 모로코 여행이다. 소로킨은 “모로코 여행 경비를 자신이 모두 대겠다”며 윌리엄스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여행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개인 비행기 비용과 모로코 고급 호텔 숙박비 등 여행 경비 6만2000달러(약 7300만 원)를 윌리엄스가 떠안게 되고 소로킨은 잠적한다. 2017년 10월 윌리엄스가 소로킨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의 사기 행각은 마침표를 찍는다.
정작 애나 소로킨이 ‘애나 델비’로 대중에 알려진 건 수감 중이던 2018년이다. 윌리엄스가 재직 중이던 잡지 ‘배니티 페어’에 ‘내 친구 애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으면서다. 이후 윌리엄스가 출간한 책 ‘내 친구 애니, 가짜 상속녀의 진짜 이야기’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소로킨의 사기로 6만2000달러 피해를 본 윌리엄스는 이 책으로 60만 달러(약 6억 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
유명세를 탄 소로킨은 재판에 나올 때 착용한 옷, 소품, 표정까지도 화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블레임룩(Blame Look: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에 관심이 쏟아졌다. 소로킨이 법원 출석 때 입고 나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의 화이트 원피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인기 아이템에 등극했다. 이 블레임룩은 할리우드 유명 스타일리스트 아나스타시아 워커 솜씨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로킨은 지난해 8월 4년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나 독일로 추방을 될 것이라 알려지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2월 11일 넷플릭스가 소로킨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한 ‘애나 만들기’를 공개하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넷플릭스는 수감 중인 애나 델리를 직접 만나 그의 스토리를 대한 독점권을 35만 달러(약 3억6000만 원)에 사서 드라마를 제작했다. ‘애나 만들기’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삼일 만에 글로벌 1위에 등극해 일주일 넘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뉴욕 사교계의 샛별’에서 희대의 사기꾼, 다시 넷플릭스 1위 드라마 실제 주인공이 된 애나 소로킨.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