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기록한 ‘승정원일기’를 보면 1713년 숙종의 얼굴을 그릴 때 이야기가 나온다. 어용도사도감도제조였던 이이명은 ‘어진’이라는 명칭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것을 ‘사진(寫眞)’이라 하니 왕의 초상화는 ‘어진(御眞)’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박주석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사진사를 총망라한 ‘한국사진사’를 발간하면서 “‘사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용어”라고 밝혔다. 최근 만난 그는 “일본에서도 ‘Photography’를 ‘寫眞’이라 표현하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유래된 말로 알려졌지만 조선시대에 ‘초상화’를 지칭하는 용어가 ‘사진’이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언주라운드에서 열리는 전시 ‘사(寫)에서 진(眞)으로’는 1920~1980년대 한국 사진 역사를 톺으며, 그 역사의 중심에 섰던 사진작가 22명이 촬영 후 10년 이내에 직접 인화한 작품 50점을 선보인다. 박 교수와 그가 스승으로 모신 한국사진사 연구 분야 개척자 고 최인진 선생의 사진 수집품으로 이뤄졌다.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 전람회를 개최한 정해창,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인 신낙균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박 교수는 1985년 현일영 사진작가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부터 사진 컬렉팅을 시작했다. 현일영의 삶과 작가론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다 만난 현일영의 자제에게 기증받았다는 것. 그는 이후 틈나는 대로 모으다가 최인진 선생이 모은 사진 852점과 합쳐 총 1266점의 ‘사진컬렉션 지평’을 마련했다. 그는 “한국인에게 사진은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외형 묘사뿐 아니라 인격과 내면까지 표출해야 한다’는 동양의 전신사조에서 비롯됐다”며 “베끼는 기술 ‘사(寫)’에서 사람의 참모습인 ‘진(眞)’을 끌어내는 것이 한국 사진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출품작인 정해창의 ‘무제(여인의 초상)’(1929년)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여인의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 저고리와 두건을 두르게 했다. 또 모델이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대중 스타 이미지를 만드는 서양의 촬영 기법을 거부한다. “그래서 사진에 찍힌 대상은 구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 자체로 보인다”고 했다. 사진 조명과 포즈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나온 신낙균의 ‘무희 최승희’(1930년), 민충식의 ‘마술사2’(1930년대) 등 또한 인물의 얼굴보다는 전체 실루엣과 정서를 보여준다.
박주석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사진사를 총망라한 ‘한국사진사’를 발간하면서 “‘사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용어”라고 밝혔다. 최근 만난 그는 “일본에서도 ‘Photography’를 ‘寫眞’이라 표현하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유래된 말로 알려졌지만 조선시대에 ‘초상화’를 지칭하는 용어가 ‘사진’이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언주라운드에서 열리는 전시 ‘사(寫)에서 진(眞)으로’는 1920~1980년대 한국 사진 역사를 톺으며, 그 역사의 중심에 섰던 사진작가 22명이 촬영 후 10년 이내에 직접 인화한 작품 50점을 선보인다. 박 교수와 그가 스승으로 모신 한국사진사 연구 분야 개척자 고 최인진 선생의 사진 수집품으로 이뤄졌다.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 전람회를 개최한 정해창,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인 신낙균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박 교수는 1985년 현일영 사진작가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부터 사진 컬렉팅을 시작했다. 현일영의 삶과 작가론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다 만난 현일영의 자제에게 기증받았다는 것. 그는 이후 틈나는 대로 모으다가 최인진 선생이 모은 사진 852점과 합쳐 총 1266점의 ‘사진컬렉션 지평’을 마련했다. 그는 “한국인에게 사진은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외형 묘사뿐 아니라 인격과 내면까지 표출해야 한다’는 동양의 전신사조에서 비롯됐다”며 “베끼는 기술 ‘사(寫)’에서 사람의 참모습인 ‘진(眞)’을 끌어내는 것이 한국 사진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출품작인 정해창의 ‘무제(여인의 초상)’(1929년)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여인의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 저고리와 두건을 두르게 했다. 또 모델이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대중 스타 이미지를 만드는 서양의 촬영 기법을 거부한다. “그래서 사진에 찍힌 대상은 구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 자체로 보인다”고 했다. 사진 조명과 포즈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나온 신낙균의 ‘무희 최승희’(1930년), 민충식의 ‘마술사2’(1930년대) 등 또한 인물의 얼굴보다는 전체 실루엣과 정서를 보여준다.
26일에 종료되는 이 전시는 3, 4월 광주 갤러리 혜윰,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순회전을 거쳐 9월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LACMA)으로 장소를 옮긴다. 전시작 중 16점과 컬렉션 중 12점은 미국에서 한국 근대 시기를 주제로 열리는 최초이자 최대규모의 특별전에 출품된다. 이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63점을 비롯한 140여 점의 1900~1965년에 제작된 근대미술 대표작이 포함될 예정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