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은행동에 있는 40년 가까이 한결같은 맛집, 한밭칼국수. 이름은 칼국수 집이지만 먹어봐야 할 것은 두부탕입니다. 칼국수도 맛있지만 칼국수야 잘하는 집이 적지 않으니까 말이죠. 어찌 보면 뻔한 음식일 수도 있는데 생각 외로 낯선 음식입니다. 익숙한 듯 전혀 익숙하지 않아 비슷한 음식은 많아도, 그 모두와 살짝 다릅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할 만큼 단순해서, 허무하게 맛있다고나 할까요. 정말 ‘어이없게’ 맛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서 사 온 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갓 만든 두부 한 모를 딸랑 간장 한 숟가락 얹어 퍼 먹던 생각이 납니다. 콩나물 한 줌, 두부 한 모, 참기름 한 숟가락은 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문화를 규정하는 중요한 문화적 코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낮고 넓적한 냄비에 담아 내오는 두부탕은 먼저 센 불로 팔팔 끓여냅니다. 두부는 무조건 따끈해야 맛있습니다. 국물은 큼직하게 썰어 낸 대파가 많이 들어가서 시원합니다. 잘 우려낸 멸치를 빼면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 육수는 예측 가능한 맛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재료를 써서 그런지 뒷맛이 개운하고 입에 달라붙습니다. 국물과 함께 두부를 건져 먹습니다. 탕이니만큼 국물과 함께 칼국수 먹듯이 먹으면 됩니다. 이때 보기만 해도 침이 도는, 먹음직스럽게 무쳐진 겉절이를 얹어 함께 먹습니다. 두부와 김치, 환상적인 콤비죠. 간단한 음식인 만큼 대부분의 칼국수 집과 마찬가지로 반찬은 하나, 이 김치뿐인데 슴슴한 두부와 상반되게 꽤나 매콤하고 감칠맛이 진합니다.
간이 살짝 배어 있는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말 그대로 담백합니다. 아무래도 물기가 없는 두부보다는 물에 만 밥처럼 부담 없이 술술 들어갑니다. 두부 양이 꽤 많아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나 싶은데 어느새 다 없어지네요. 두부는 신선함이 생명입니다. 오래 믿고 거래한 두부집에서 매일 맞춰오는 두부는 얼음에 재워 둡니다.
이 슴슴한 듯 칼칼한 두부탕은 진하고 얼큰하게 고추장을 풀어낸 여느 두부찌개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버섯을 비롯해 뭔가 잔뜩 집어넣고 끓인 두부전골과도 또 다르죠. 단순함의 미학이랄까 별스럽지 않은 별스러운 맛, 요 맛이 이 집 두부탕 맛이네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낸 아주 작은 디테일이 맛을 좌우하고, 이런 게 바로 노포(老鋪)의 실력이지요.
이렇게 두부를 건져 먹고 나면 살짝 졸아붙은 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다시 끓여냅니다. 짜다 싶으면 멸치육수를 더합니다. 칼국수는 걸쭉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방에서 미리 익혀 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칼국수를 먹고 나면, 자작해진 국물을 덜어내고 김과 함께 밥을 넣어 볶아 먹으면서 마무리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언제 재개발이 되어 사라질지 모르는 옛 느낌을 간직한 시장 골목에 위치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재개발되더라도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만 그때도 이 맛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맛이란 게 그리 단순치만은 않더라고요.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서 사 온 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갓 만든 두부 한 모를 딸랑 간장 한 숟가락 얹어 퍼 먹던 생각이 납니다. 콩나물 한 줌, 두부 한 모, 참기름 한 숟가락은 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문화를 규정하는 중요한 문화적 코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낮고 넓적한 냄비에 담아 내오는 두부탕은 먼저 센 불로 팔팔 끓여냅니다. 두부는 무조건 따끈해야 맛있습니다. 국물은 큼직하게 썰어 낸 대파가 많이 들어가서 시원합니다. 잘 우려낸 멸치를 빼면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 육수는 예측 가능한 맛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재료를 써서 그런지 뒷맛이 개운하고 입에 달라붙습니다. 국물과 함께 두부를 건져 먹습니다. 탕이니만큼 국물과 함께 칼국수 먹듯이 먹으면 됩니다. 이때 보기만 해도 침이 도는, 먹음직스럽게 무쳐진 겉절이를 얹어 함께 먹습니다. 두부와 김치, 환상적인 콤비죠. 간단한 음식인 만큼 대부분의 칼국수 집과 마찬가지로 반찬은 하나, 이 김치뿐인데 슴슴한 두부와 상반되게 꽤나 매콤하고 감칠맛이 진합니다.
간이 살짝 배어 있는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말 그대로 담백합니다. 아무래도 물기가 없는 두부보다는 물에 만 밥처럼 부담 없이 술술 들어갑니다. 두부 양이 꽤 많아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나 싶은데 어느새 다 없어지네요. 두부는 신선함이 생명입니다. 오래 믿고 거래한 두부집에서 매일 맞춰오는 두부는 얼음에 재워 둡니다.
이 슴슴한 듯 칼칼한 두부탕은 진하고 얼큰하게 고추장을 풀어낸 여느 두부찌개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버섯을 비롯해 뭔가 잔뜩 집어넣고 끓인 두부전골과도 또 다르죠. 단순함의 미학이랄까 별스럽지 않은 별스러운 맛, 요 맛이 이 집 두부탕 맛이네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낸 아주 작은 디테일이 맛을 좌우하고, 이런 게 바로 노포(老鋪)의 실력이지요.
이렇게 두부를 건져 먹고 나면 살짝 졸아붙은 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다시 끓여냅니다. 짜다 싶으면 멸치육수를 더합니다. 칼국수는 걸쭉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방에서 미리 익혀 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칼국수를 먹고 나면, 자작해진 국물을 덜어내고 김과 함께 밥을 넣어 볶아 먹으면서 마무리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언제 재개발이 되어 사라질지 모르는 옛 느낌을 간직한 시장 골목에 위치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재개발되더라도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만 그때도 이 맛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맛이란 게 그리 단순치만은 않더라고요.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